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형 플랫폼과 대기업 사건을 전담할 ‘중점조사기획단’ 신설 방침을 공식화했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사국이 사실상 21년 만에 부활하는 셈으로 대규모·복합 사건에 대한 전방위 기획수사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 계획을 밝혔다. 새로 설치되는 중점조사기획단은 국 단위 조직으로, 40명 규모에 3개 과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난도 높은 사건을 담당할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일종의 ‘기동대’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주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누적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특수조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대규모 일괄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중대 민생 사건 처리의 속도와 효과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중점조사기획단의 전신인 조사국은 1996년 출범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개념이 생소하던 시기 주요 대기업 내부거래 조사를 주도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후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까지 위축시킨다는 재계 비판이 이어지면서 2005년 폐지됐다.
이후 공정위는 조사관리관 산하에 중점조사팀을 운영하며 조사국 기능을 일부 대체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대형 사건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복잡한 구조의 대형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기존 업무를 미루고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주 위원장은 쿠팡 등 플랫폼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최근 다양한 쿠팡 관련 사건이 발생하고, 쿠팡뿐 아니라 네이버, 배민 등 플랫폼과 관련해 다양한 법 위반이 결합한 복합적이고 중대한 불공정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복합적인 사건을 복합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조직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자사 우대 등 새로운 유형의 경쟁 제한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과 단위였던 경제분석 기능을 37명 규모의 경제분석국으로 확대 개편키로 했다.
주 위원장은 “직제 개정 절차는 6월 내 마무리될 것”이라며 “다만 직제 개정, 예산 배정을 거쳐 사무 공간 조성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되는 올해 4분기부터 실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주 위원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정자료 허위 제출 사건에 대해 과징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지정자료를 허위 제출할 경우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만 마련돼 있다.
그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 제재로 형벌만 규정하고 있는데,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에 불과할 뿐 아니라 형사적 제재의 성격상 부과 요건이 엄격해 법 위반 억지력이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액 과징금 규모가 확정이 안 됐는데, 최대 200억원”이라며 “200억원으로 갈지, 100억원이냐, 50억원이냐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법원이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공정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 데 대해선 “집행정지 절차는 법원 결정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쿠팡이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서약서에 썼는데, 그와 위반되는 사실이 발견돼 동일인 지정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 사실이 입증되면 현행법상 고발 등 형사적 제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김 의장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주 위원장은 중대하고 구조적인 경쟁 제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기업 분할과 지분 매각, 영업 양도 등을 명령할 수 있는 강력한 시정 수단인 구조적 조치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플랫폼이 확대되면 여러 가지 독과점 행위가 오프라인보다 훨씬 제재하기 어렵고, 플랫폼 네트워크 외부성도 크다”며 “기업 법 위반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가진 만큼 올 하반기 안에 도입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발언했다.
끝으로 주 위원장은 최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행사 논란과 관련해 선불카드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남은 금액을 환불토록 한 현행 약관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스타벅스가 ‘탱크’라는 용어를 중립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마케팅했는데, 다른 의도로 사용한 게 밝혀지면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 마케팅은 소비자를 기만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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