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여론조사 공표 금지…‘깜깜이 일주일’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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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여론조사 공표 금지…‘깜깜이 일주일’의 정치학

투데이신문 2026-05-27 14:14: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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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정원오(왼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정원오(왼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일(28일) 이후 조사한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일인 6월 3일 오후 6시까지 공표가 전면 금지됩니다. 막바지 표심 흐름을 전혀 감지할 수 없는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알 권리를 침해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사실 후보자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투표 직전의 여론조사만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공표금지가 시행돼 온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도 후보들은 자체 의뢰 여론조사를 계속 돌립니다. 공표만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내부 참고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후보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외부에 의도적으로 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조작된 수치를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됐기 때문에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입니다. 차라리 공개를 하게 되면 유권자들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시행하지 않습니다. 금지를 한다고 해도 하루 이틀 정도로 짧은 데 반해 우리는 6일 동안 깜깜이 속에서 후보자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전재수(왼쪽)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25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부산어르신파크골프축제에 참석, 참가자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재수(왼쪽)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25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부산어르신파크골프축제에 참석, 참가자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런 폐단 때문에 중앙선관위가 공표 금지 폐지를 정치권에 제안했지만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불발되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게 되면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인지도 높은 기존 정치인들이 유리하기 때문에 공표금지 폐지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야 정치인들의 대표적인 기득권 지키기입니다.

어쨌든 국민들은 내일(28일)부터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알 수가 없습니다.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28일에 여론조사 결과가 일제히 나올 것입니다. 조사일을 27일까지 한정했기 때문에 그 기간 전에 조사한 것은 28일에 공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29일 사전투표장으로 가는 유권자들은 투표 직전의 여론 동향을 인지한 채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투표일인 6월 3일에 투표를 하는 사람들은 28일 이후의 지지율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하는 유권자들의 정보 비대칭성은 앞으로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런데 역대 선거에서는 블랙아웃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락이 일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는 송영길 후보를 약 20%포인트 차로 따돌렸고 2018년 박원순 후보 역시 김문수 후보를 30%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누르며 당선됐습니다.

두 사례 모두 공표 금지 직전의 조사 결과와 맥을 같이했습니다. 초박빙 접전지였던 2022년 경기지사 선거 역시 김동연 후보가 김은혜 후보에게 0.15%포인트 차로 신승하며 여론조사의 접전 양상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김부겸(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후보,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이수찬 개혁신당 후보가 2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MBC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부겸(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후보,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이수찬 개혁신당 후보가 2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MBC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면 2010년 서울시장 선거처럼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줄곧 여유있게 앞섰으나 실제 뚜껑을 열자 0.6%포인트 차이로 겨우 승리하며 여론조사 기관들이 체면을 구긴 의외의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번 선거 역시 공표 금지 직전 하루 전까지 집계된 최신 데이터가 실제 선거 결과로 곧장 이어질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공표 전(28일 데이터가 가장 직전의 결과이다) 27일까지의 조사 결과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경기 평택을은 3파전 혼전 양상입니다.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 21~22일 평택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 30%,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25%,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 23%로 나타났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2.6%입니다. 세 후보 모두 오차범위 안에 들어가 있어 막판 표심 향배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산 북갑 역시 초접전 흐름입니다. 에이스리서치가 부산일보 의뢰로 지난 23~24일 부산 북구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 38.2%,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34%,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23.3%로 집계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은 10.9%입니다. 한동훈 후보와 하정우 후보가 오차범위 내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보수 표심의 재결집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광역단체장 선거 역시 대부분 박빙 양상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1~25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 42%,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36%로 조사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3.9%입니다. 격차는 6%포인트지만 오차범위 안 접전 흐름입니다.

부산시장 선거는 조사기관과 조사방식에 따라 결과 차이가 비교적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기사에 인용된 뉴스핌 의뢰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지난 23~24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실시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 44.8%,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42.8%로 집계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응답률은 8.5%입니다.

황교안 자유와 혁신 후보(왼쪽부터),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6일 경기 평택시 SK브로드밴드 기남방송에서 열린 평택시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황교안 자유와 혁신 후보(왼쪽부터),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6일 경기 평택시 SK브로드밴드 기남방송에서 열린 평택시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반면 KBS 의뢰 한국리서치의 지난 21~25일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전재수 후보 46%, 박형준 후보 34%로 오차범위 밖 격차가 나타났습니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조사기관과 조사방식에 따라 판세 해석이 크게 달라지고 있어 28일까지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울산시장 선거도 접전 양상입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1~23일 울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 37%,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 32%로 나타났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이며 응답률은 24.6%입니다.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진보 진영 단일화 문제가 막판 변수입니다.

대구시장 선거 역시 예상보다 치열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1~25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면접원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42%,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 38%로 집계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9.3%입니다.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예상보다 팽팽한 흐름이 나타나면서 보수층 결집 여부가 마지막 변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일주일 동안 선거판은 극도의 심리전과 프레임 전쟁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깜깜이 기간에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노이즈 마케팅’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우선 수치가 가려진 틈을 타 여야 모두 숨은 표심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샤이층’에 대한 아전인수격 과대해석이 판을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객관적 통계 대신 유세장 인파나 환호성을 앞세워 승기를 잡았다고 마케팅하는 ‘체감 민심 정치’도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박민식(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부산 북구 남산정복지관에서 열린 콩국수 나눔행사에서 콩국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박민식(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부산 북구 남산정복지관에서 열린 콩국수 나눔행사에서 콩국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리고 상대의 반박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검증을 빙자한 ‘막판 네거티브 공세’도 난무할 것입니다. 아울러 각 진영은 ‘언론 프레임 전쟁’을 통해 국정 안정이나 정권 심판 등의 거대 담론을 표출하며 부동층 흡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잡히는 민심의 흐름을 알 길이 없는 유권자들은 더욱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합니다. 후보들의 공약 현실성과 지역 발전 의제의 구체적 로드맵을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지방의 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5만명 수용의 돔구장을 짓는다는 공약을 내놓은 후보에게 상대 후보가 ‘나도 짓고 싶지만 현실성이 전혀 없어 포기한다’라고 대응하는 장면은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이 왜 검증이 되어야 하는지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보의 적절성과 일관성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말과 슬로건은 화려하게 꾸며낼 수 있습니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걸어온 길을 복기하며 그가 보여준 도덕성, 역량, 그리고 위기 대처 능력을 평가해야 합니다. 과거의 행보는 미래의 책임감을 가늠할 가장 확실한 거울입니다. 이런 유권자의 ‘혜안’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성숙된 시민의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유권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서는 수고를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표심입니다. 선거 기간에 쏟아지는 자극적인 말과 편 가르기, 일회성 공약의 홍수 속에서도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약속인지, 그 약속을 지킬 권한과 능력이 실제로 있는지 끝까지 따져봐야 합니다.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은 결국 정치권이 유권자를 시험하는 시간이 아니라 유권자가 정치의 수준을 가르는 시험대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때 한 표는 비로소 숫자를 넘어 시민의 권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여론조사는 볼 수 없지만 후보자의 실력과 인성은 어둠 속에서도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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