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의 도가 무너졌다고 해도 역사 고증은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유 있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사다. 임지연, 허남준 주연의 ‘멋진 신세계’가 드라마계 가장 뜨거운 화두인 역사 고증을 살리면서도 판타지로 재해석해 호평받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가 300년 후 현대의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로 눈뜨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스 코미디물이다. 시청률 4.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며 6회 기준 10.4%까지 치솟았다.
‘멋진 신세계’의 몰입갑은 기초공사를 탄탄히 한 설정에서 나온다. 첫 회에서 격렬한 거부 끝 사약을 받으며 숨을 거둔 조선 악녀 강단심은 조선 제19대 국왕 숙종의 후궁인 희빈 장씨를 모티브로 한 인물임을 작품은 드러냈다. 실제 사극에서 장희빈으로 여러 차례 다뤄지며 친숙한 인물이기에, 극중 강단심이 신서리의 몸으로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눈을 뜬 점부터가 시청자를 설득했다.
타임슬립과 환생을 전면에 세운 극이지만, 그보다도 흥미로운 판타지는 실제 역사를 연상시키되 독립적인 세계관으로 성립시킨다는 점에서 나온다. 극중 희빈 강씨는 가상의 왕인 안종(장승조)의 후궁이며, 극중 사약을 받은 시점이 ‘경술환국’이라고 서술된다. 5회에서 신서리가 ‘역사 고증’을 지적하며 “안종 시절에 분명 가체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화감 없이 녹아든 세계관에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앞두고 “‘멋진 신세계’의 주인공은 장희빈을 떠올리게 하는데 장희빈은 경술환국으로 죽지 않고, 갑술환국 이후 죽는다”고 짚어주기도 했다. 앞서 입헌군주제 설정 판타지 드라마인 ‘21세기 대군부인’의 구류면류관과 ‘천세’ 대사 등 실제 역사를 오인시킬 수 있는 설정에는 일침을 놨던 그가 ‘멋진 신세계’를 두곤 오류가 아닌 차이를 일러둔 점도 누리꾼 사이 화제를 모았다.
고증을 극중 대사로 강조한 만큼 ‘멋진 신세계’는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이를 조선 여인이 깃든 신서리를 통해 주로 표현됐다. 그가 착용한 한복의 색상과 꽃신의 굽 높이부터 조선시대와 현대의 차이를 두었다. 당대엔 악녀로 여겨졌던 여성상이 진취적인 현대 여성과 결이 맞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현모양처로 조명되던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여성 유학자 임윤지당을 소환해 실제 위인에 대한 존중도 표했다.
그로 인해 ‘멋진 신세계’ 시청자 커뮤니티에선 연출 디테일을 포착하고 해석을 덧붙이는 것이 놀이가 되고 있다. 한시에 능한 신서리가 로맨스 상대 차세계(허남준)에게 건넨 편지는 조선시대 여성 시인 이옥봉의 한시 ‘몽혼’을 변형한 것도 발견되며, 신인인 강현주 작가의 노력에 감탄이 이어졌다.
원작이 없는 극본이란 점도 호평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한태섭 감독 또한 “대본이 가진 힘을 믿고 대본의 디테일한 결을 누수 없이 전달하기 위해 신경 썼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그리고자 하는 ‘독창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구현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강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 ‘멋진 신세계’는 14부작 반환점을 앞두고 로맨스 기류가 고조된 신서리와 차세계의 전생과 관련한 비밀을 점차 풀어갈 예정이다. 실제 역사 속 장희빈과 숙종, 동평군의 관계를 비춰본다면 비극일 이들의 결말이, 창작자의 존중 어린 해석을 만나 어떻게 분기하게 될지 판타지 역사물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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