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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허수아비’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이 극이 사실과 흡사하게 전개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허수아비’는 윤성여 선생님과 고 김용복 선생님을 만나뵙고 석만, 혜진 에피소드의 모티브로 삼아 제작을 결심한 드라마”라며 “실제 피해자가 있고 그렇게 만든 이들이 처벌을 안 받는데 어떻게 사이다를 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윤성여 씨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허위 자백을 강요 당해 20년 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다. 2019년 9월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행을 자백하면서 누명을 쓴 윤 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고 일부 승소했다. 고 김용복 씨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 현정 양을 잃었다. 이 사건은 극중 윤혜진 사건으로 그려졌다.
박 감독은 “스튜디오나 채널에서도 사이다가 필요하다고 말씀주셨는데 ‘번개를 쳐서 차시영을 죽여드릴까요?’, ‘교통사고로 죽여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할 순 없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박 감독은 윤성여, 고 김용복 씨를 만난 후 이지현 작가를 6개월 이상 설득해 ‘허수아비’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지현 작가는 “제안을 주셨을 때 ‘모범택시’가 끝나고 그 다음해였다. 그 자리에서 거절을 했다”며 “그러다가 아이를 묻는 것까지 다루고 싶다고 하셨는데, 머리에서 정리가 안돼 6개월 정도 계속 거절을 했다. 그런데도 거절 당한 것을 잊으신 것처럼 책을 읽어보라고 주시고 또 제안을 하시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박 감독은 드라마를 본 피해자들의 반응을 묻자 “현정 양의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다. 오빠가 계신데 자주 통화를 하지만, 아무래도 가족이 얽힌 비극이라 아직까지는 드라마를 못 보셨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겠다고 하더라”며 “윤성여 선생님은 더 길게 만들지 왜 12부만 하느냐고 묻더라. 드라마를 시작한 것이 그 두 분 때문이라 최근 반응도 전해 드리고 있다. 배우들도 바쁘지만 꼭 찾아뵙자고 얘기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지현 작가를 칭찬하고 싶은 것이 실화 소재는 작가가 드라마로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초반에 정했던 것은 이게 잘못된 수사의 회고록처럼 보이고 싶어서 시작과 끝을 현재로 가야한다고 생각을 해 당부를 했다. 석만, 혜진 사건은 반드시 들어가야한다고 주문을 했다. 범인도 실제 동네 형이었기 때문에 진범은 동네 형으로 해야한다고 했다”며 “뼈대만 주고 살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 이지현 작가님이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허수아비’는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가 의견을 공유하고 보완하면서 완성한 작품이다. 그만큼 이지현 작가의 의견으로 수정된 부분도 있다. 박 감독은 강태주가 죽음을 맞는 결말을 기획했고 이지현 작가의 설득으로 이 부분이 수정됐다.
이 작가는 “태주가 유일하게 이 일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인데 죽여버리면 시청자분들이 보다가 화를 낼 거 같았고 권선징악의 의미에서 그렇게 하지 말자고 말씀을 드렸다”며 “노년의 태주는 사회적 지위나 이뤄왔던 것들을 다 잃는다. 그래도 사람을 얻는다. 그렇게 심리적인 보상이라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허수아비’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34년 만에 진범이 밝혀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될 과거의 사건과 여전히 그 비극을 살아가는 현재의 사람들을 재조명해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다. 박준우 감독, 이지현 작가는 ‘모범택시’에 이어 다시 한번 완성도 높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장르적 쾌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모두 놓치지 않으며 매회 꾸준한 호평과 입소문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1회 시청률 2.9%로 시작해 마지막회 시청률 8.1%까지 상승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 감독과 이 작가가 ‘모범택시’를 통해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현실과 다른 사적 복수를 하며 대리만족을 안겼기에 이같은 관점으로 ‘허수아비’를 기대한 시청자들도 많았다.
박 감독은 “‘모범택시’는 판타지 범죄물이었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고 사실 ‘모범택시’를 촬영하고 나서 아쉬움이 있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드라마에서 판타지만 주고 허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었는데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현실을 반영한 것을 하고 싶다는 정반대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기획을 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드라마의 시작이 됐던 윤성여, 김용복 선생님 같은 분들이 현실엔 더 많다. 저희의 노력이 그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으나, 그런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가도 “드라마 ‘허수아비’가 오래 기억되는 건 바라지 못한다. 그러나 마지막회를 보시고 고구마를 잊고 여운을 간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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