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지수 기자) 설종진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가 홈 경기 종료 후 훈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강제 소등'과 함께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키움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팀 간 4차전에서 2-5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23~24일 잠실에서 LG 트윈스에 이틀 연속 패한 데 이어 3연패에 빠졌다.
키움 타선은 이날 6회까지 KIA 선발투구 김태형의 구위에 눌려 무안타로 꽁꽁 묶였다. 2-5까지 추격한 9회말 1사 2·3루 찬스에서는 전태현의 내야 땅볼 때 주루 판단 미스로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두 개를 날리면서 그대로 게임이 종료됐다.
키움 코칭스태프는 경기 종료와 동시에 박주홍, 김건희 등 팀 내 젊은 주축 야수들에게 특타를 지시했다. 이튿날 게임 전 공식 훈련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선수들의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야근을 실시하려고 한 셈이다. 선수들은 저녁 9시21분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서 짧은 휴식 후 9시35분께부터 방망이를 들고 그라운드에 집결했다. 키움 훈련 지원 스태프들은 홈 플레이트에 배팅 게이지를 신속히 설치를 마쳤다.
그러나 박주홍이 배팅 게이지 안에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가 그라운드로 나와 키움의 특타를 저지했다. 경기 종료 후 추가 훈련이 불가능하다는 통보와 함께 무전기로 조정실에 조명을 끌 것을 지시했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키움의 경기 종료 후 추가 훈련은 당일 협의를 통한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키움 구단 관계자가 20분만 더 그라운드 훈련을 진행하겠다는 요청을 했지만, 묵살당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프로야구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일 전에 관련 내용을 공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똑같이 조명을 끄겠다는 뜻을 키움 구단에 분명하게 전했다.
키움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홈 경기 때 고척스카이돔을 일일 대관으로 이용 중이다. 매월 대관신청서를 작성할 때 오후 6시30분 개시하는 평일 경기의 경우 저녁 11시까지 넉넉하게 대관 시간을 기입했다. 오늘 특타 역시 저녁 11시 전 훈련이 종료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설공단은 서울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6조 '사용 시간을 남긴 가운데 경기가 종료되면 사용 허가 시간을 전부 사용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근거를 내세워 키움의 추가 훈련을 불허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 조명을 관리 주체가 강제 소등해 특타가 진행되지 못하는 일은 오직 고척스카이돔에서만 벌어진다. 키움을 제외한 KBO리그 9개 구단은 홈 구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어 조명 시설 관리 역시 구단이 담당한다. 현장 코칭스태프의 요청에 따라 구장관리팀 직원이 조명을 켜고 끄면 그만이다.
하지만 키움이 2016시즌부터 홈 구장으로 사용 중인 고척스카이돔 운영 주체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다. 똑같이 서울시가 소유 중인 잠실야구장의 경우 '한지붕 두 가족'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2000년대부터 위탁 운영 중이지만, 고척스카이돔은 다르다. 키움은 홈 경기 때마다 일일대관 형태로 경기장을 쓰고 있다.
경기 종료 후 추가 훈련을 원한다면 며칠 전부터 협의가 필요하다는 시설관리공단의 입장은 '야알못'을 인증하는 꼴이다. 특타는 통상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 당일 게임을 마친 뒤 실시한다. 어느 감독이나 코치가 '이쯤 되면 타자들의 페이스가 떨어질 것 같으니 특타를 해야겠다'라고 예측하고 움직이는 경우는 없다.
시설공단의 '야알못' 사례는 이미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시설공단 직원 중 한 명이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의 소집 훈련 기간 자신의 지인을 더그아웃까지 데려와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구해 논란이 됐었다.
대표팀 소집 훈련은 야구팬 등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미디어 인터뷰도 선수들이 훈련을 모두 마쳤거나, 시작 전 짧은 시간 동안만 진행된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도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부탁하지 않고 기다린다. 시설공단 직원처럼 엄격하게 통제되는 구역에 지인을 대동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외부인이 사적으로 경기장에 출입한 것까지 명백한 추태였다.
사진=고척, 김지수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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