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구장인데 훈련도 못 했다”…서울시설공단, 고척돔 ‘강제 소등’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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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구장인데 훈련도 못 했다”…서울시설공단, 고척돔 ‘강제 소등’ 갑질 논란

이데일리 2026-05-27 11:23: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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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이 ‘갑질 행정’ 논란에 휘말렸다.

문제의 상황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발생했다. 키움은 KIA타이거즈와 경기에서 2-5로 패했다. 타선 침묵이 뼈아팠다. KIA 선발 김태형을 상대로 6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고, 경기 막판 2점을 따라붙는 데 그쳤다. 이 패배로 키움은 3연패에 빠졌다.

키움히어로즈 선수들이 26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를 마친 뒤 특별타격훈련을 하러 그라운드에 들어갔다가 서울시설공단의 강제 소등조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설관리공단. 사진=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


경기 종료 시각은 오후 9시21분이었다. 키움은 경기 뒤 특별 타격 훈련을 준비했다. 타격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현장 판단에 따라 20~30분가량 추가 훈련을 하려 한 것이다. 배팅 케이지가 그라운드에 설치됐고 선수들도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훈련은 제대로 시작되지 못했다. 고척돔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측이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그라운드 활동”이라는 이유로 훈련을 허용하지 않은 것. 심지어 선수들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기장 조명을 껐다. 결국 키움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떠나 일부만 실내 훈련장에서 타격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 구단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대관 시간은 오후 11시까지로 돼 있었다”며 “경기가 오후 9시21분에 끝났기 때문에 20~30분 정도 훈련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했다. 이어 “특타는 경기 내용과 선수 상태에 따라 현장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며칠 전에 미리 신청하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공단 측은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체육시설 관련 조례에는 사용 시간을 남겨두고 경기가 종료되면 사용 허가 시간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다. 공단은 경기 후 별도 훈련을 하려면 사전에 협조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규정 자체보다 적용 방식이다. 프로야구 경기 후 특타는 경기 결과와 선수 컨디션, 타격 내용에 따라 즉석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연패에 빠졌거나 타선 침체가 심할 때 현장에서 곧바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훈련이다. 이를 수일 전 예고하라는 것은 프로스포츠 운영 구조를 아예 모르거나 무시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고척스카이돔은 키움의 홈구장이다. 서울시 소유 시설이고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건 맞다. 현재 서울시설공단은 한국영 이사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시즌 중 가장 큰 사용 주체는 키움 구단이다. 홈팀 선수들이 경기 후 짧은 보완 훈련을 하려는 상황에서 관리 주체가 조명까지 끄며 제지한 것은 ‘시설 관리’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권한 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팬들 사이에선 “그라운드보다 공단이 먼저 퇴근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프로 경기 운영의 본질은 선수와 팬, 경기력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KBO리그가 흥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홈구장 관리 주체와 구단이 이런 방식으로 충돌하는 것은 리그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설공단의 고척돔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야구대표팀이 고척돔에서 소집 훈련을 하던 당시, 공단 직원이 지인들을 대표팀 통제구역인 더그아웃에 데려가 선수들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선수 훈련 동선까지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단 임직원 행동강령은 직위를 이용해 본인이나 타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통제구역 출입 권한이 없는 외부인을 더그아웃에 들여보낸 행위가 사실이라면 공공기관 직원의 직무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공공시설 관리 주체가 프로구단과 선수들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키웠다. 규정은 현장을 살리고 지원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현장 위에 군림하기 위한 권력이 아니다. 야구장을 관리하는 기관이 정작 야구의 운영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피해는 선수와 구단, 팬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서울시설공단은 조명 소등 경위와 규정 적용 기준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키움 구단과도 경기 후 훈련, 시설 정비, 안전 관리 기준을 현실적으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홈구장은 행정 편의의 공간이 아니다. 경기가 열리고, 선수가 뛰고, 팬이 모이는 현장이다. 그 기본을 잊는 순간, 관리 권한은 갑질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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