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 이런 선거 처음 봅니데이'...논란의 부산 북구갑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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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평생 이런 선거 처음 봅니데이'...논란의 부산 북구갑을 가다

BBC News 코리아 2026-05-27 11:15: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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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평생 부산에서 이런 선거는 처음 봅니데이."

부산 구포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윤모 씨(70대·여)는 칼끝으로 생선 가시를 발라내며 선거를 앞둔 시장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다르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장을 보러 온 동네 주민들과 단골손님들로 붐볐을 시장 골목에, 요즘에는 선거 조끼를 입은 후보들과 카메라를 든 취재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윤 씨는 "평소 선거랑 다르게 후보들이고 취재진이고 자꾸 찾아오이, 확실히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라예"라며 고개를 저었다.

덕천동과 구포동을 잇는 구포시장은 부산 북구갑의 오래된 생활권 중심지다. 장을 보러 온 주민과 상인, 택시기사, 인근 상가 손님들이 오가며 지역 여론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이 시장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의 선거가 더 이상 지역 보궐선거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전재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로 무대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자리에, 민주당은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을 전략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서 재선을 지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을 내세웠다. 여기에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가세하면서, 부산 북구갑은 보수 표 분산과 보수 재편 논란이 맞물린 6·3 선거의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다.

BBC 코리아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 중 하나로 떠오른 부산 북구갑 현장을 찾아 유권자와 후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전재수 전 의원은 떠났지만, 부산 북구갑 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그의 현수막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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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전 의원은 떠났지만, 부산 북구갑 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그의 현수막이 남아 있다

전재수 후광

부산 북구갑은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 전재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서병수 후보를 꺾고 당선된 곳으로, 당시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유일하게 승리한 곳이다.

북구갑 지역 곳곳에는 여전히 전재수 전 의원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가 부산시장 선거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이 지역에는 전 전 의원이 남긴 정치적 영향이 쉽게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전재수 전 의원을 지지했던 적잖은 유권자들은 하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구포역 앞에서 국밥집을 운영 중인 박모 씨(60대·여성)는 전재수 전 의원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전 전 의원을 "주민들과 누나, 동생 할 정도로 가까웠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길에서 만나면 큰절을 하고, 누나 동생 할 정도로 주민들과 밀착했던 사람 아입니까. 전 의원이 워낙 잘해놔서 그 뒤를 잇는 하정우 후보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포역에서 만난 설모 씨(50대 여성)는 하정우 후보의 공약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재명이 오빠(이재명 대통령)가 추천해준 사람이니 한번 믿어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 후보가 전재수 전 의원의 지역 기반에만 기대는 정치 신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세 도중 만난 하정우 후보는 전재수 전 의원과의 차별화를 묻는 BBC 코리아의 질문에 "전재수 전 의원이 워낙 지역구에 많은 노력을 하셔서 주민들의 인식이 매우 좋다"며 "그 흐름 속에서 '전재수·하정우·중앙정부'의 3단 콤비로 북구 발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하 후보가 내세우는 대표 구상은 경부선 지하화 이후 공간을 인공지능(AI) 산업 거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그는 "공원만 지으면 사업성이 안 나온다"며 "AI 기업과 교육기관, 공공기관이 입주하는 AI 밸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참신함으로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필요한 부분은 빨리 배워 극복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유세 현장에서는 싸늘한 시선도 교차했다. 덕천동 일대에서는 "하 후보가 젊고 잘생겨서 좋다", "깨끗한 정치를 할 것 같다"는 호의적인 반응도 많았지만, 하 후보가 악수를 청하자 한 쌀 상회 주인은 "다른 일로 머리가 아프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일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은 악수를 피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만난 일부 유권자들은 "새로운 사람이 와서 북구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하정우 후보의 정치 신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배신자' 공방

하정우 후보가 덕천동 일대 상가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던 무렵, 멀지 않은 덕천로터리 주변에서는 박민식 후보가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재선 의원과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박 후보는 이번 선거를 '부산을 가장 잘 아는 토박이 후보'와 '갑자기 등장한 침입자 후보'의 대결로 규정했다.

박 후보는 자신을 "북구의 영광과 아픔을 함께한 지역 토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정우·한동훈 두 후보를 향해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부산 북구갑은 다른 지역구에 비해 유권자 연령층이 높은 편에 속한다. 현장에서 만난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표가 갈리면 안 된다"는 말이 반복됐다.

한 70대 유권자는 "보수는 뭉쳐야 산다"고 말했다.

"표가 나뉘면 하정우가 어부지리 얻는 거 아입니까. 보수가 살려면 무조건 박민식으로 뭉쳐야 합니데이."

박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북구 주민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정치공학적 셈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후보에 대해서는 "보수 분열의 아이콘"이라며 "북구를 정치적 야심을 위한 일회용 디딤돌로 쓰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두 후보의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했다. 박민식 후보는 출정식에서 삭발식을 진행하며 완주 의사를 확고히 했다.

부산 북구의 한 사회복지관 음식 나눔 행사에서 나란히 배식 봉사에 나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박민식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보수의 배신자"라고 직격하자, 한 후보는 박 후보를 "부산의 배신자"라고 맞받아쳤다.

출렁이는 보수 표심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까지 한동훈 후보는 비서진만 대동한 채 비교적 조용한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대신 한 후보 측은 현장 인사 장면과 유권자 반응을 SNS 콘텐츠로 적극 확산시켰다.

실제 구포시장에서 만난 일부 젊은 유권자들은 후보 정보를 SNS에서 접했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교 3학년 유권자는 "SNS에 많이 떠서 한동훈 후보에게 눈길이 간다"고 했다.

이런 관심은 여론조사 흐름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최근 조사에서 한 후보는 하정우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만난 일부 유권자는 한 후보를 단순한 지역구 후보가 아니라 정부·여당을 견제할 인물로 보기도 했다.

덕천교차로에서 만난 한 70대 여성은 "한동훈 후보가 똑똑하고 바른말을 잘한다"며 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여러 명의 구포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한 후보 지지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빌려 단체로 구포시장을 찾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 가기도 한다는 말이 나왔다.

한 후보의 전국적 인지도와 별개로, 그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유권자도 있었다. 구포역 앞에서 만난 설 씨는 "똑똑한 사람 같지만 인간미가 부족해 보인다"며 하정우 후보 쪽에 더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는 지역 현안뿐 아니라 보수 재건과 정권 견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부산 북구의 한 행사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민주당 폭주를 막겠다"며 "이번 선거는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보수를 재건해서 되살리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닥 민심은 '경제'와 '견제'

부산 북구갑은 다른 지역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선거구다. 박민식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고, 구포시장 입구와 덕천로터리 주변에서는 서로 다른 후보들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반복됐다.

특히 후보들의 동선이 워낙 가까운 탓에, 한 후보가 상대 후보 선거사무소 바로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좁은 선거구에 걸린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초반의 민심 향배, 민주당의 부산 확장성, 탄핵 이후 보수층의 재결집 가능성, 보수 재편 논란이 이 지역에 압축돼 있다.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더 구체적이었다. 택시기사 김모 씨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구의 쇠퇴를 우려했다.

"북구 인구가 자꾸 줄어들고 있어요. 덕천 젊음의 거리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죽었습니다. 구포시장을 살려야 북구가 삽니다. 누구든 좋으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나와야죠."

유권자들 사이에서 경제만큼 자주 나온 말은 '견제'였다. 택시기사 정모 씨(70대)는 공소취소 특검법 논란 등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이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힘이 약합니다."

정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보수층이 느끼는 상실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힘을 잃은 것 같다"며 "완전히 탈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끝에는 체념도 묻어났다.

"두 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니, 보수 어른들은 깡패가 오든 범죄자가 오든 당선된 사람에 대해서 할 말이 없게 된 거죠."

추가 취재: 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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