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집밥’이라는 이름의 위로···세계의 식탁을 엿보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전지영 더봄] ‘집밥’이라는 이름의 위로···세계의 식탁을 엿보다

여성경제신문 2026-05-27 10:00:00 신고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했던 식탁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값비싼 음식이나 화려한 식당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의외로 집에서 먹던 소박한 한 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머니가 끓여주던 된장찌개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일날 먹던 미역국일 수도 있습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추억과 감정을 저장하는 가장 따뜻한 문화입니다.

특히 가족이 만든 가정식에는 손맛이라는 특별한 힘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재료와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어도 집집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음식 속에 정성과 기억, 돌봄의 시간이 스며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의 사랑을 음식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세계의 식탁에는 가족의 시간이 담겨 있다

세계 각국의 가정식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입니다. 대부분 빠르게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천천히 끓이고 손으로 빚고 오랜 시간을 들이는 과정 자체가 가족 문화를 만듭니다.

한국에서는 김치찌개와 갈비탕, 계절 나물 반찬이 대표적인 집밥입니다. 특히 손으로 무쳐낸 나물 반찬은 같은 재료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그 미묘한 차이가 바로 손맛입니다.

일본에서는 따뜻한 미소시루와 오니기리가 집밥의 상징입니다. 일본에는 ‘오후쿠로노 아지(어머니의 맛)’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정식에 대한 향수가 깊습니다. 손으로 꼭꼭 눌러 만든 삼각주먹밥 하나에도 가족을 향한 마음이 담깁니다.

일본 집밥의 상징인 오니기리 /픽사베이
일본 집밥의 상징인 오니기리 /픽사베이

중국에서는 춘절이 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습니다. 반죽을 밀고 속을 채우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세대의 기억이 전해집니다. 어떤 집에서는 만두 속에 동전을 넣어 복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의 주말 풍경도 비슷합니다. 토마토와 허브, 고기를 넣고 오랜 시간 졸여 만든 라구 소스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머무르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할머니의 조리법이 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손으로 만드는 음식은 왜 마음을 안정시킬까

가정식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에서는 명절이면 가족들이 함께 타말레를 만듭니다. 옥수수 반죽 안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옥수수 껍질로 감싸 찌는 음식인데 수십 개를 함께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웃음과 대화가 이어집니다. 한국의 명절 음식 준비 풍경과도 닮아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향신료를 볶아 만드는 달 커리와 손으로 반죽해 굽는 차파티가 대표적인 가정식입니다. 향신료 냄새가 천천히 퍼지고 반죽을 손으로 치대는 과정은 사람의 감각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터키의 돌마 역시 가족이 함께 만드는 음식입니다. 포도잎 안에 밥과 고기를 넣어 하나하나 싸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갑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수고로운 과정 속에서 가족의 유대감은 깊어집니다.

터키의 돌마는 포도잎이나 배추 또는 피망·토마토 등의 속을 파낸 뒤 쌀과 고기·허브 등을 채워 넣어 만드는 터키의 전통 요리입니다. /픽사베이
터키의 돌마는 포도잎이나 배추 또는 피망·토마토 등의 속을 파낸 뒤 쌀과 고기·허브 등을 채워 넣어 만드는 터키의 전통 요리입니다. /픽사베이

최근 심리학에서는 반복적인 요리 행위가 불안감을 낮추고 정서적 안정감을 높인다고 설명합니다. 채소를 썰고 반죽을 치대고 국물을 저어주는 일정한 움직임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일종의 명상 효과를 줍니다.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감정이 더해지면 심리적 안정감은 더욱 커집니다.

세계의 집밥은 결국 위로의 언어다

세계의 가정식은 재료와 조리법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따뜻한 위로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양파수프와 스튜 요리가 집의 온기를 상징합니다. 오븐과 냄비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향은 가족들을 자연스럽게 식탁으로 불러 모읍니다.

모로코의 타진은 하나의 큰 접시에 담아 함께 나눠 먹습니다. 같은 음식을 함께 떠먹는 행위는 공동체 의식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러시아에서는 추운 겨울날 먹는 붉은 보르시 수프가 집의 맛으로 통합니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은 혹독한 계절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힘이 됩니다.

모로코의 가정식 타진 /픽사베이
모로코의 가정식 타진 /픽사베이

태국에서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똠카까이와 허브 향이 가득한 볶음요리가 가정식으로 사랑받습니다. 시장에서 직접 사 온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는 시간은 가족을 위한 일상의 의식과도 같습니다.

마음을 기억하는 온기

결국 세계 어디를 가든 가정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오늘도 잘 지냈니” “많이 먹어라” “수고했다”라는 말 없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람들은 힘든 시기일수록 화려한 미식보다 어린 시절 먹던 집밥을 더 그리워합니다. 익숙한 맛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삶을 견디게 하는 정서적 안전망이 되어줍니다.

오늘날 우리는 배달 음식과 간편식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원하는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지만 천천히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집의 맛을 찾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은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돌보고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거창한 선물보다 오래 남는 것은 함께 둘러앉아 나눈 한 끼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가족의 식탁에는 공통된 온기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들인 손의 시간 그리고 따뜻한 밥 한 끼로 마음을 건네는 사랑입니다. 어쩌면 손맛은 혀가 기억하는 맛이 아니라 마음이 기억하는 온도인지도 모릅니다.

여성경제신문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foodnetworks@hanmail.net)

전지영 세계식문화 칼럼니스트 

식품영양학 전공 후 청와대 비서실 영양사를 거쳐 외식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 겸임교수 및 농식품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음식을 단순히 먹는 대상이 아닌 한 사회의 시간과 기억을 이어주는 언어로 바라보며 유엔식량기구(FAO)와 주요 언론에 칼럼을 연재해 왔다. 식탁 위 한 그릇의 음식에서 세계의 문화와 삶을 읽어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한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