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환율이 국내 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가운데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갈림길에 서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는 동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물가·환율·성장률 등의 요인으로 연내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석탄·석유제품과 화학제품 등이 물가를 끌어올린 결과로, 이는 IMF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2월(2.5%)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6.9% 올라 2022년 10월(7.3%) 이후 최고치다.
물가 급등의 주원인은 미·이란 충돌로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은 영향이다. 브렌트유와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봉쇄 이후 꾸준히 급등세를 이어가며 국내 에너지·석유화학 업종을 비롯해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을 끌어올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하며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에너지·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 구조상 고유가와 고환율은 수입물가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이는 곧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성장률 호조도 금리 인상 여지를 넓혔다. 글로벌 AI(인공지능) 수요 폭증에 힘입은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1분기 GDP 성장률은 예상치를 상회했고, 성장률 전망치 역시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경기 하강 국면이 해소되면서 인상 여력이 생겼다는 해석이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는 한 명에서 두 명 정도가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하는 동결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7월과 10월, 연내 2회 가량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며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간 상황인데, 성장률이 견조해 인상에 부담을 줄 만한 요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 등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외면하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전세가격은 0.29% 각각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 취임한 신현송 총재의 성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용적 매파’로 분류되는 신 총재는 인사청문회에서 “중동 리스크가 일시적인 충격이라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지만 오래 지속돼 물가에 반영되고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통화정책의 역할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당장 이번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6년 6월 채권시장지표(BMSI·Bond Market Survey Index)’에 따르면, 채권 시장 전문가의 99%가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경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신임 총재의 첫 번째 금통위라는 점도 당장 인상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요소로 작용한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긴 하나 중동 전쟁을 비롯해 대외 요소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연구원 역시 “7월 쯤 인상을 시작해 하반기 약 2회 가량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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