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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 6주의 중상을 입고도 가해 운전자의 처벌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피해자에게 헌법재판소가 응답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하더라도, 운전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7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따르면, 사건은 2024년 서울 서초구의 한 대로변에서 발생했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보행자 A씨는 일시 정지 없이 우회전하던 승용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A씨는 전치 6주의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검찰은 운전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횡단보도 선 바깥이었기 때문에 A씨를 횡단보도 내 보행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헌법소원을 낸 A씨.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의 핵심 논리는 '통행의 의사'다. 보행자가 외부 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흐름 속에 있었다면 보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횡단보도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행위 자체를 법이 보호해야 할 영역으로 인정했다.
무조건 보호? 무단횡단 면죄부 아니다
이 결정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혼란도 발생했다. "횡단보도 근처면 아무 데서나 건너도 보호받는 것 아니냐"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신호가 바뀌는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 차도로 내려와 대각선으로 진입하는 돌발 행동들까지 면죄부를 받는 것일까. 실무를 담당하는 경찰은 이러한 확대 해석을 강하게 경고했다.
이장선 충남경찰청 교통수사계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본인 의사는 횡단보도 보행인데 외부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간 경우를 횡단보도 보행자로 본다는 취지"라며 "횡단보도를 벗어나서 보행해도 횡단보도 보행자라는 논리는 정말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야간 사고의 치명성을 지적했다. 이 계장은 "요즘 횡단보도에 투광기(빛을 모아 비추는 조명 기구)가 있는데, 그 전후에는 보행자가 안 보일 수 있다"며 "야간에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차량, 특히 우회전하는 차량이 횡단보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보행하는 사람을 칠 경우 정말 큰 위험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행자 역시 안전을 위해 반드시 횡단보도 안에서 건너야 한다는 뜻이다.
운전자의 주의 의무가 핵심
현행 도로교통법은 2022년 개정을 통해 보호 범위를 '횡단 중인' 보행자에서 '건너려는' 보행자까지 넓혔다. 하지만 여전히 우회전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6명은 보행자였고, 사고 3건 중 2건이 대형 화물차나 승합차에서 발생했다.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헌재의 판단을 몇 미터를 벗어났느냐는 거리의 수치 싸움이 아닌 운전자의 주의 의무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우회전 통행 방법 자체가 30m 전부터 방향지시등을 켜고 미리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서행하면서 우회전해야 한다"며 "여기서 이미 서행 운전 의무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정 변호사는 "근처에 보행자가 있다면 '저 사람이 건널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운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행자들 역시 스마트폰만 보며 걷거나 신호에 쫓겨 돌발적으로 차도로 뛰어드는 행동을 한다면, 법의 보호를 온전히 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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