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시가총액 1조 달러라는 상징적 문턱을 넘어서며 삼성전자에 이어 '1조 달러 클럽'의 새 멤버가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전일 대비 19.3% 폭등한 895.8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시총은 단숨에 1조1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120%에 달하며, 같은 기간 엔비디아(15%), 브로드컴(20%), AMD(66%)를 압도하는 성과다.
이번 급등의 방아쇠는 UBS의 파격적인 목표가 조정이었다. 기존 535달러에서 1천625달러로 무려 세 배 가까이 끌어올린 것이다. 티모시 아큐리 애널리스트는 '매수' 의견을 재확인하면서 "메모리 업황이 마이크론의 성장 가속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 전망도 한층 공격적으로 수정됐다. 2027~2029년 주당순이익(EPS)이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고, 잉여현금흐름 역시 4천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목표주가에 도달할 경우 시총은 약 1조8천억 달러(약 2천727조원)로 추산된다.
최근 발표된 실적이 이러한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회계연도 2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매출은 239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세 배에 육박했다. 3분기 가이던스는 335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0% 이상 성장이 예고됐다.
경쟁 구도도 흥미롭다.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52조6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마이크론 2분기 실적의 1.5배를 달성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50% 안팎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HBM4 확대를 통해 맹추격 중이다. 3위 마이크론도 올해 HBM 물량이 전량 소진되는 등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HBM 시장 자체의 급팽창이다. 마이크론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 규모가 2025년 350억 달러에서 2028년 1천억 달러로, 연평균 40%씩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 구조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소비자용 브랜드 '크루셜' 철수를 선언했다. AI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메모리·스토리지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업계에서는 AI가 단순 응답형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UBS는 "DDR 생산능력의 최대 30%가 장기공급계약(LTA) 형태로 판매될 것"이라며 "현 가격대를 소폭 밑도는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져 메모리 업체들의 안정적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AI가 촉발한 산업 구조 변화가 구체화될수록 마이크론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AMD 역시 이날 7.78% 상승하며 시총 8천216억 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 8천억 달러 벽을 허물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국내 기업 최초로 1조 달러 클럽에 입성했으며, SK하이닉스도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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