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자산 회수·핵 해체 거부" 이란의 핵심 협상 전략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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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자산 회수·핵 해체 거부" 이란의 핵심 협상 전략 보니

이데일리 2026-05-27 08:3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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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란이 미국과의 군사 충돌 와중에도 핵·경제 협상 테이블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의 협상 전략 핵심은 두 가지다. 서방이 동결한 1000억 달러(약 150조7500억원) 규모 자산을 되찾아 경제적 숨통을 트되, 핵 프로그램은 지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이란 관리들과 아랍 중재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의 이같은 협상 전략을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대모스크에서 열린 이스라엘·미국과의 전쟁 희생자 및 군을 기리는 행사에서 정부 지지자들이 이란 국기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AP)


◇교전에도 협상 지속…사망 발표까지 늦춰

이란 측 협상 대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26일 카타르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이어갔다. 미 중부사령부가 전날 밤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를 부설하던 이란 혁명수비대(IRGC) 쾌속정을 공격하고, 이란이 미 항공기에 반격한 데 이어 미국이 이란 내 미사일 기지를 재공격한 직후였다.

이란 관리들에 따르면 이란은 협상 지속을 위해 이 교전에서 혁명수비대 대원 여러 명이 사망한 사실조차 발표를 의도적으로 늦췄다. 갈리바프는 이날 카타르 관리들과 협의를 마치고 테헤란으로 귀환했다.

이란이 협상 의지를 드러내는 외교적 행보도 이어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중재국인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통화해 양국 간 양해각서(MOU) 체결 노력을 논의했다.

◇“동결 자산 회수”가 최우선…240억달러 해제 타협안 근접

이란이 협상에서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것은 경제적 구제다. 전쟁과 미국의 봉쇄에 더해 자국 내 에너지 인프라 파괴로 자동차 연료 배급제까지 시행됐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생활 수준 악화는 지난 1월 전국적인 시위로 폭발했다.

갈리바프의 이번 카타르 방문에서 핵심 쟁점은 해외 동결 자산 1000억 달러 중 약 4분의 1인 240억 달러의 해제였다. 이란은 이 중 절반인 120억 달러를 협상 초기 단계에 해제받는 타협안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내 실용주의 성향 지도층은 경제 악화가 또 다른 시위 물결로 이어지기 전에 협상으로 숨통을 트려 하고 있다. 이들은 그간 정부를 비판으로부터 보호해 온 민족주의적 정서가, 경제가 더 나빠질 경우 오히려 불만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핵 해체는 거부…트럼프도 “직접 인도” 요구 철회

이란이 결코 양보하지 않으려는 것은 핵 프로그램 해체다.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저농축 수준으로 희석하고 러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개방적 태도를 보이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직접 인도하라는 기존 요구를 거둬들였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우라늄을 현장에서 폐기하거나 다른 허용 가능한 장소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하에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제시한 입장에 미국 쪽이 한발 다가선 것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한 여성이 이란 혁명의 창시자인 고(故) 아야톨라 호메이니와 준군사조직 바시즈(Basij) 부대가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P)


◇강경파 반발·실권자 불명확…협상의 불안 요인

협상을 흔드는 변수도 적지 않다. 이란 내 강경파는 외교 협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혁명수비대 드론·미사일 담당 사령관 마지드 무사비는 “적과의 협상은 순전한 손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재국들은 강경파가 해상 교통에 대한 비밀 작전을 감행해 평화 협정을 무산시키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만만 해상에서 유조선 한 척이 폭발 피격됐다고 영국 왕립해군 산하 영국 해상무역운영처(UKMTO)가 밝혔다. 해양 인공지능 기업 윈드워드의 위성 이미지 분석에선 이날 해협 남부에서 혁명수비대 선박 세 척이 포착됐다.

더 근본적인 불안 요인은 이란 내 실권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신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부친이 전쟁 첫날 사망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재국들은 현재의 이란 협상안이 하메네이와 강경파의 승인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온건파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의 견해만 반영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관리는 “어떠한 결정도 한 사람에 달려 있지 않으며, 최고국가안보위원회의 합의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제안에 중동 당혹

미국 측에서도 변수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논의 도중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 등 중동 6개국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확대 서명을 요구했다. 이란도 평화 협정 체결 후 참여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중동 지도자들은 이 제안을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수년간의 지역 전쟁을 겪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 제안은 진행 중인 평화 협상의 궤도뿐 아니라 미국과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자체를 흔드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협상의 향방은 이란 내 강경파와 실용주의파 간 권력 줄다리기, 트럼프가 공화당 비판론을 얼마나 수용할지, 중재국들이 양측의 간격을 어디까지 좁힐 수 있을지 등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건국 250주년과 맞물려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메모리얼 원형극장에서 열린 제158회 메모리얼데이 추모식에서 ‘탭스(Taps)’ 연주에 맞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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