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1500원 고환율의 막전막후, 정부의 대응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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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1500원 고환율의 막전막후, 정부의 대응 전략은

비즈니스플러스 2026-05-27 08:12: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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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6일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감에 전 거래일보다 12.9원 내린 1504.3원으로 마감했다. 단기 조정이 나타났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1500원 환율이 뉴노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가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상당한 차익을 실현하며 달러 환전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SNS를 통해 현재의 고환율·고금리·고물가 상황을 "한국 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금의 원화 약세가 과거 외환위기처럼 외화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올 들어 코스피가 70% 이상 급등하면서 외국인 보유 국내주식 평가액이 작년 말 1300조원에서 최근 2600조원으로 두 배가 됐고, 이 막대한 평가차익을  일부 회수하는 과정에서 금년 누적 110조원을 상회하는 전례없는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다. 그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올렸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반면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외화자금시장은 안정적이다"고 강조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환율 상승은 당연히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여기에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겹쳐 비용 인플레의 성격이 강해 사회 불안요소로 작동하기에 정부 당국자로서는 여간 곤혹스런 문제가 아니다. 

환율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달러가 벌어져도 국내 외환시장으로 충분히 유입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경상수지 흑자와 환율의 괴리에는 막대한 규모의 외화예금

26일에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80포인트(2.55%) 오른 8047.51에 마감했지만 외국인은 1841억원을 순매도하면서 매도행진을 지속했다. 환율이 1500원 밑으로 내려가는 움직임에 제동을 건 셈이다.   

환율이 어제 오늘 갑자기 오른 것이 아니라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상승압박을 받아온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한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한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15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최근 몇 달간 환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다. 환율이 왜 이리 높나… 장부 외 파생상품을 통한 거래가 늘면서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자본 이동보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같은 파생상품 거래가 시장을 크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는 때문에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달러 유동성이 양호해 환율 상승이 곧 금융 불안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환율이 곧 외환위기에 직결된다는 과거사적 경험에 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외환시장의 투기적 성격(NDF)이 강해진 바탕에는,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진짜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에 매물로 흘러나오지 않고 고여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6년 3월에 373억3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고, 1분기 전체로는 247억 달러 흑자로 분기 기준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외국인의 차익실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외화예금으로 쌓아두거나 아예 해외 은행에 예치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즉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외화예금은 기업이나 개인이 국내 은행에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달러·엔화·유로 같은 외화를 그대로 예치해 둔 자금을 말한다. 수출기업이 달러를 벌어들여도 원화로 바꾸지 않고 외화예금으로 두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지 않아 환율 하락(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기업은 해외 원자재 결제, 해외 투자, 글로벌 거래에 달러를 직접 쓰기 위해 외화예금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매월 국내 은행에 예치된 외화예금 총액을 발표하는데 최근 기준으로 약 900억~1000억달러 수준이며, 이 중 대부분이 기업 예금이다. 

외화예금은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고 은행에 외화 형태로 묶여 있는 자금이므로,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고환율을 유지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구윤철 부총리는 이미 여러차례 수출기업들이 환율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구 부총리는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대미투자펀드를 조성하고 관세 인하 효과를 유도한 만큼, 기업들도 환율 안정에 기여해달라는 취지였다"는 설명이었다.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대기업들은 해외 생산·판매 법인이 많기 때문에, 현지에서 발생한 매출을 현지 통화로 쓰거나 달러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달러를 해외 금융기관에 두고 국제 거래, 투자, 원자재 결제 등에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면 원화로 환전해야 하는데, 환율 변동성이 크면 기업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일부 자금은 해외 법인에 남겨두는 것이 세금이나 규제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한미관세협상 등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삼성은 텍사스 반도체 공장에 최대 450억달러(약 62조7000억원), 현대차는 자동차·부품·에너지 분야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같은 규모의 해외 직접 투자를 감당하려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몽땅 국내 은행에 예치하는 것은 비용부담만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추이(2026년 5월 26일까지 1년간, 달러당 원) / 자료=한국은행
원/달러 환율 추이(2026년 5월 26일까지 1년간, 달러당 원) / 자료=한국은행

◇유턴 서학개미에 주었던 세제혜택을 수출기업 외화예금 환전에도 적용해야  

최근 국내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냥도 여전해 환율에 상승 압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 초 기준,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규모는 국민연금보다 3배 이상 커졌으며, 내국인 전체 해외증권투자액은 129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고환율을 지속적으로 방치한다면 원유·가스·곡물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이 원화 기준으로 급등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리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계는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며,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급등을 고스란히 떠안아 경영 악화와 고용 불안에 직면한다. 금융시장 역시 불안정해진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을 자극하고, 주식·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며, 국가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환위기식 공포를 자극하는 대응도, 반대로 "고환율은 성장의 부산물"이라는 안이한 인식도 경계하는 일이다. 지금의 환율은 단순한 투기나 일시적 불안이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 변화와 글로벌 자본 흐름이 결합된 결과에 가깝다. 따라서 정책 역시 시장 친화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가 자본 유출과 환율 변동성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국내로 들여오는 '유턴 서학개미'(개인 투자자 환류)에게 과세 특례나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했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일정 비율 이상 국내에서 환전할 경우 세제 혜택이나 정책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 다만 과거처럼 강제적 외화 회수 방식은 글로벌 기업 경영 현실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해외 투자와 글로벌 운영 비용까지 감안한 정교한 유인책 설계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을 높여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국내 투자로 유도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환율 안정은 외환당국 개입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 성장성과 투자 매력 회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후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서 총 70조~90조원(500억~600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단계적으로 유입될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같은 환경에서 그나마 다행스런 대목이지만 주식매도 규모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1500원 환율 시대는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정부는 과거의 외환위기 프레임에 갇히지도, 시장의 경고음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 균형 잡힌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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