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의 주도권이 연산 장치에서 메모리 반도체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뉴욕증시가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월가의 재평가 속에 마이크론이 ‘시가총액 1조달러’ 고지를 밟은 반면, 중동 지역의 막판 종전 협상 진통으로 국제 유가는 반등하며 금융시장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45.65포인트(0.61%) 전진한 7519.12에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기술을 조망하는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312.21포인트(1.19%) 뛰어오른 2만6656.18을 마크하며 두 지수 모두 역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전통적 가치주가 몰려 있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18.02포인트(-0.23%) 밀린 5만461.68에 머무르며, 시장의 철저한 차별화 흐름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연산에서 메모리로, AI 패러다임 변화가 이끈 대폭등
이날 뉴욕 장을 지배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진영의 압도적인 질주였다. 특히 미국 메모리의 자존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글로벌 투자은행(IB) UBS가 향후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3배로 대폭 올리자 19.3% 치솟았다. 이번 폭등으로 마이크론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최상위 이정표인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전격 진입했다. 시장의 온기는 웨스턴디지털(8.34%)과 샌디스크(7.50%) 등 경쟁 생태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이크론의 이 같은 수직 상승에 대해 “AI 모델이 정교해질수록 대규모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메모리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월가에 확산한 결과”라고 짚었다.
이날 매수세를 촉발한 UBS 역시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가 단기적 유행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체질의 근본적 변화가 확인됐다. UBS 측은 “시장이 마이크론 주식에 좀 더 ‘정상’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배수를 부여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AI가 메모리 산업 전반에 가져온 구조적 변화의 세부 내용이 구체화할수록 마이크론에 대한 재평가(re-rate)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거시 전략가들 역시 이번 랠리가 보여주는 AI 생태계의 질적 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트 호건 B. 라일리 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로이터(Reuters)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론의 시총 1조달러 돌파는 현 AI 혁명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는 데 얼마나 엄청난 수요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강조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AI 연산 장치의 연산 속도를 뒷받침할 대용량·고속 메모리의 확충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미·이란 종전 협상 압박책…중동 긴장감에 유가 요동
기술주가 이끄는 화려한 랠리의 이면에서는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고개를 들며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과 이란이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할 양해각서(MOU) 체결을 목전에 두고 막판 수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미군이 감행한 저강도 국지 공습이 에너지 시장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6% 상승한 배럴당 99.58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종전 타결 임박 소식에 7.2% 급락했던 하락분을 하루 만에 절반 가까이 되찾은 셈이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93.89달러를 기록, 미 현충일(메모리얼데이) 연휴 직전인 지난 22일 종가와 비교해 2.8%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이번 군사 타격에 대해 “미국의 이번 국지적 군사 행동은 협상 테이블에서 막판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이란을 압박하려는 정교한 포석”이라며, 이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의 기뢰 부설 시도 선박과 미사일 발사대 등 일부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교적 협상력의 우위를 다지기 위한 계산된 군사적 압박인 셈이다.
인도 자이푸르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기 문서(합의문)의 구체적인 어구에 대해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는 듯하다”며 “아마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언급해, 최종 서명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의 치열한 막판 진통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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