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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포 영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하고 있다. 과거의 공포물이 어두운 폐가나 기괴한 괴물에 의존했다면, 최근의 트랜드는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을 비틀어 극도의 불안감을 자아낸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작품이 바로 2022년 유튜브에 올라와 큰 인기를 얻은 동명의 페이크 다큐에서 확장된 영화 <백룸>과 일본의 메가 히트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8번 출구>다.
두 작품은 디지털 세대의 집단 기억과 현대인의 고독을 영리하게 파고들며 공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영화 <백룸>은 2019년 미국 커뮤니티 4chan의 한 유저가 올린 단 한 장의 노란색 방 사진에서 시작됐다. 어딘가 익숙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기괴한 공간 묘사에 네티즌들이 열광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확장됐다.
현실 세계의 벽이나 바닥에 생긴 ‘글리치’를 통해 시공간의 틈새로 추락하는 현상, 즉 노클립(No-clipping)을 통해 진입하게 되는 이 공간은 습한 노란색 벽지와 기분 나쁜 형광등 소음만이 가득한 무한의 미로다.
세계관 속 ‘백룸’은 무한히 반복되는 노란 방인 ‘레벨 0’을 시작으로, 어두운 창고 형태의 ‘레벨 1’, 파이프가 가득한 미로인 ‘레벨 2’ 등 수많은 단계로 나뉜다.
이곳에서 인간은 단순히 길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고립되며 서서히 미쳐가게 된다.
여기에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는 ‘스킨 스틸러’,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스마일러’ 등 기괴한 존재들이 등장하며 고립감과 생존의 공포를 극대화한다.
반면, 영화 <8번 출구>는 한국인에게 더욱 친숙한 공간인 지하철 출구를 무대로 삼는다.
일본의 인디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무한히 반복되는 지하철 역세권 통로에서 탈출하기 위해 주변의 미세한 이변을 찾아내야 하는 규칙을 기반으로 한다.
타일 벽, 광고판, 걸어오는 아저씨 등 매일 마주치는 일상적인 풍경이 미세하게 변하는 순간, 관객은 익숙함 속에서 극도의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백룸>이 광대하고 초현실적인 무한의 공간을 다룬다면, <8번 출구>는 폐쇄적이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반복을 통해 숨 막히는 심리적 압박감을 선사한다.
두 작품은 모두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오는 공포를 공유한다. <백룸>의 텅 빈 사무실과 <8번 출구>의 지하철 통로는 현대인들이 매일 마주하는 고독과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걸어도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무한 경쟁에 갇힌 현대 사회의 단면과도 닮아있다.
인터넷 밈과 인디 게임이라는 서브컬처에서 출발해 메인스트림 영화계로 진입한 두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시각적 충격과 철학적 메시지를 던질지, 공포 영화 마니아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간의 내면을 다룬 영화 <백룸>은 오늘(27일)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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