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기 혈압이 정상 범위여도 이완기 혈압만 높으면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최근 공개한 '2026 개정판'에 이 같은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학회는 140mmHg 미만의 수축기 수치를 보이더라도 이완기가 90mmHg 이상이면 독립적인 고혈압 유형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심장 수축 시 혈관이 받는 압력이 수축기 혈압이며, 심장이 이완되며 혈액을 받아들이는 순간 측정되는 값이 이완기 혈압이다. 통상 두 수치가 140/90mmHg를 넘어서면 고혈압 판정을 받는다. 이번에 별도 분류된 '이완기 단독 고혈압'은 20~30대 젊은 층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며, 심장·뇌·신장·눈 등 표적장기 손상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반영된 조치다.
학회 측은 40세 미만 환자의 경우 단순 체질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이차성 고혈압 여부를 확인하는 선별검사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 개입이 심뇌혈관질환 예방의 핵심 전략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됐다.
비만 환자에 대한 접근법도 크게 달라졌다. 체중 감량이 단순 생활습관 교정 차원을 넘어 치료 전략의 중심축으로 격상된 것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와 SGLT-2 억제제 등 최신 약물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추가됐다. 체중 증가가 교감신경계와 레닌-안지오텐신계를 과도하게 자극해 혈압을 끌어올리고, 상승한 혈압이 다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 구조를 끊기 위한 조치다.
비약물적 치료 범위도 대폭 확대됐다. 저염식·유산소 운동·절주·금연이라는 기존 권고에 전자담배·간접흡연 회피가 추가됐고, 명상·호흡운동·마음챙김 같은 스트레스 완화 기법도 공식 치료 전략으로 편입됐다. 혈관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생활환경과 정신적 압박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혈압 측정 방식에서도 혁신이 이뤄졌다. 팔을 압박하는 커프 없이 반지형·손목밴드형 기기로 24시간 수치를 기록하는 '커프리스 혈압계'가 국내외 지침 최초로 임상 감시 장치로 인정받았다. 수면 중 변동이나 일상 속 급등 패턴까지 포착할 수 있어 관리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신부 관리 지침도 한층 정교해졌다. 진료실에서만 혈압이 오르는 백의고혈압이 산모와 태아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정 혈압 측정을 적극 권장했다. 임신 중 처방 가능한 약물로는 메틸도파·라베타롤·니페디핀·암로디핀이 제시됐다.
치료 목표 수치는 고위험군에서 더욱 엄격해졌다. 일반 환자는 140/90mmHg 미만을 유지하되, 당뇨병·만성콩팥병·심혈관질환·뇌졸중 동반 환자는 130/80mmHg 미만까지 낮춰야 한다. 당뇨 환자의 적극적 혈압 조절이 사망 위험 감소에 기여한다는 최신 임상 데이터가 이번 개정에 근거로 활용됐다.
학회는 "전 세계 사망 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이 고혈압"이라며 "최신 의학적 근거를 집대성한 이번 지침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00년 첫 지침 발표 이후 꾸준히 업데이트되어 온 이 가이드라인은 국내 고혈압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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