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신현송 총재 체제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시장은 기준금리 방향보다 한은의 긴축 신호에 관심이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치솟고, 미국 장기 국채금리까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은 이미 ‘긴축 국면’을 선반영하고 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문과 소수의견, 점도표를 통해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할 전망이다. 시장은 하반기 ‘긴축 쇼크’에 대비하고 있다.
◇정책금리보다 기대금리…시장 긴축 가능성 선반영
최근 금융시장의 핵심 변화는 정책금리보다 기대금리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5.19%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국내 채권시장도 즉각 충격을 받았다. 금융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다시 연 7% 수준에 육박했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케빈 워시 체제 출범 이후 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더 매파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미국 재정적자 확대, 달러 강세가 동시에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리스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증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의 질문은 “실적이 좋아지는가”였다면, 이제는 “그 실적에 얼마의 밸류에이션을 줄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적은 시장을 여기까지 올렸고, 금리는 이제 그 속도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원화의 가격이자 외국인 수급의 문턱, 성장주 밸류에이션의 상단 역할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금리에 취약한 한국 경제 구조다.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부동산, 자영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시장금리 상승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다. 실제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은행 대출 금리와 회사채 조달금리는 이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반도체·환율·집값까지…한은 고민 깊어진다
이번 금통위의 핵심은 ‘메시지’다. 당장 금리를 올리기에는 경기 부담이 크지만, 물가와 환율을 고려하면 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한은 내부에서도 매파적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유상대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고, 김진일 금통위원 역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이번 금통위가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첫 금통위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신 총재 입장에서는 시장 신뢰 확보와 기대인플레이션 차단 의지를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한은의 경제전망 상향도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반도체 호황 영향으로 2.7% 안팎까지 상향 조정됐다. 1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가운데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가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물가 부담 역시 크다.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2%대 중후반으로 올라섰고, 환율 상승과 소비 회복까지 겹치면서 근원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은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든다. 과거 경기 둔화가 금리 인상의 가장 큰 제약이었다면, 지금은 높은 물가와 금융불안이 더 큰 부담이다. 최근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 전환했고, 다주택자 급매물이 줄어드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주식 매도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다.
◇점도표·소수의견 촉각…동결, 사실상 사전 경고
한은이 통방문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환율 리스크를 강하게 언급하거나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면 시장 충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채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경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대출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 위축과 자산시장 위험선호 둔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최근 증시 강세 과정에서 늘어난 신용거래와 ‘빚투’ 수요가 금리 부담 확대와 함께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은 이번 금통위가 사실상 ‘인상 전 마지막 동결’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5월 동결 후 연내 1~2차례 인상이다.
시장 관심은 점도표에 쏠리고 있다. 특히 연말 기준금리 전망에서 ‘3.00%’를 제시하는 금통위원 수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금리 인상 여부보다 한은 내부의 긴축 기류 변화 자체가 시장 충격을 키울 수 있어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느 기관의 전망치를 적용하더라도 올해와 내년 물가는 한은이 ‘안정적 흐름’이라고 판단하는 상단인 2.1%를 웃돈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 외 다른 변수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점도표에서는 최소 4명 이상이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할 것”이라며 “이번 동결 결정은 인상 전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위한 목적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는 2.5%로 동결을 예상한다”면서도 “깜짝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번 회의는 시그널링에 그치고 8월 첫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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