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피해 82%, 비의도적 접촉 탓…다이버 교육·친환경 기준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여겨져 온 산호초 스쿠버다이빙이 다이버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산호초 생태계에 자주 피해를 주고, 특히 야생 해양동물 관찰 때 산호초 훼손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대 빙 린 박사팀은 26일 국제 학술지 컨서베이션 레터스(Conservation Letters)에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관광지의 스쿠버다이버 732명을 조사한 결과 다이버들이 평균 4분마다 한 번씩 산호초에 접촉했고, 이 가운데 41%는 실제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린 박사는 "이 연구는 자신들이 조심스럽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스쿠버들의 인식과 실제 행동 간 불일치를 보여준다"며 "다이버 행동과 교육, 업계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관광이 의존하는 생태계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에서는 산호초 관광이 지역 경제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고 해양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산호초를 훼손하는 역설적 측면도 있다.
연구팀은 산호초는 전체 해양생물의 약 25%가 서식하는 핵심 생태계지만 기후변화와 해양 오염, 남획 등으로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며 여기에 스쿠버다이빙 관광까지 추가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2022년 12~2024년 1월 인도네시아 발리와 누사 제도, 필리핀 말라파스쿠아와 팡라오 등에서 다이버 411명을 308시간 이상 수중 촬영해 행동을 분석하고, 별도로 4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영상 분석 결과 다이버와 산호초 사이에 총 4천981건의 접촉이 있었으며, 다이버들은 평균적으로 분당 0.26회 산호초에 접촉했고, 매분 평균 1.96초 동안 산호초와 직접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이버들의 산호초 접촉 가운데 61%는 의도하지 않은 접촉이었고, 53.3%는 다이버 자신도 접촉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산호초 등에 피해를 일으킨 접촉 가운데 81.9%는 이런 비의도적이고 인지하지 못한 접촉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이버들의 인식은 바닷속에서 관찰된 행동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설문 응답자의 75%는 자신이 다른 다이버보다 산호초 접촉을 더 잘 피한다고 자평했으나, 실제 관찰에서는 자신의 산호초 접촉 빈도를 실제보다 약 5배 낮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호초 접촉 빈도가 높은 다이버일수록 오히려 자기 능력을 더 과신하는 일명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 경향도 확인됐다.
산호초 훼손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는 수중카메라와 장갑 등 장비 사용과 동료 다이버 행동, 야생동물 관찰 등이 꼽혔다.
야생동물이 나타났을 때는 산호초와의 고의적 접촉이 220%, 비의도적 접촉이 85%, 실제 피해를 일으킨 접촉이 106% 증가했고, 다른 다이버가 산호초를 만지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따라 하는 경향도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부 소수 다이버가 전체 산호초 피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특정 행동군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관리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해결책으로 부력 조절 훈련 강화, 환경보호 교육 확대, 산호초와 일정 거리 유지 의무화, 다이빙 그룹 규모 제한, 친환경 인증 기준 강화 등을 제시했다.
린 박사는 "다이버들이 먼저 자신들도 문제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며 "관광이 산호초 보전의 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존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 : Conservation Letters, Bing Lin et al., 'Causes and correlates of unsustainable scuba diving tourism on coral reefs', http://dx.doi.org/10.1111/con4.70055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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