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일에 이어 중국에도 세계 최대 채권국 자리를 내주며 순위 3위로 내려앉았다. 일본의 대외순자산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독일과 중국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은 26일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대외순자산이 561조7504억엔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대외순자산은 정부·기업·개인이 해외에 보유한 자산에서 외국인이 자국 내에 보유한 자산을 제외한 금액으로, 국가의 대외 금융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8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세계 순위는 또 한 단계 하락했다. 일본은 2023년까지 33년 연속 세계 최대 순채권국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2024년 독일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2025년에는 중국에도 추월당했다.
현재 독일은 약 675조5000억엔 규모의 대외순자산으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636조3000억엔 수준으로 2위에 올랐다. 일본은 이들 국가에 이어 세계 3위 채권국으로 밀려났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순위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일본 증시의 급등세를 꼽았다. 지난해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약 26%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일본 주식 가치가 크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일본의 대외 부채 규모가 자산 증가폭보다 더 빠르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독일과 중국은 무역 흑자를 기반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며 해외 자산을 빠르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은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 자산을 대폭 확대하며 일본을 앞질렀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해외 자산 규모 자체는 증가했지만, 국내 증시 활황으로 인해 외국인의 일본 자산 보유 가치가 더 크게 상승하면서 순자산 증가세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저금리와 엔화 약세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해외 자산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구조 변화와 경쟁국들의 공격적인 자산 확대 전략 속에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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