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지 주요 의료 단체와 유력 정치인들까지 공개적으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영국 정부에 대한 압박도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영국 의학한림원은 최근 정부 공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아동들이 온라인상에서 증오·폭력·중독성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며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계는 SNS의 위험성을 과거 흡연이나 자동차 안전벨트 미착용 문제에 비유하며 “지금은 공공 보건 차원에서 개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심각한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림원 설문에 참여한 의사 454명 가운데 절반은 온라인 콘텐츠와 연관된 정신적·신체적 피해 아동을 매주 진료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료진은 SNS를 통해 극단적 행동이나 폭력적 성향이 확산되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온라인상에서 동반 자살을 모의하거나 동물 학대 콘텐츠에 노출되는 사례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도 규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사퇴한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는 담배만큼 중독성과 유해성이 강하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과거 담배 회사들처럼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을 돌려줘야 한다”며 16세 미만 SNS 사용 금지 법안 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호주 사례를 참고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라이브 스트리밍, 위치 공유, 무한 스크롤 기능 등 중독성을 높이는 서비스에 대한 연령 제한과 심야 시간 앱 사용 제한, AI 챗봇 규제 등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약 12주간의 공청회를 거쳐 올여름 최종 청소년 보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회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SNS 유해 콘텐츠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보다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고 있으며, 아동학대예방왕립협회(NSPCC)와 영국 소아청소년과의학회(RCPCH) 등은 “단순한 연령 제한을 넘어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과 앱 설계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플랫폼 규제를 넘어 디지털 시대 청소년 보호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