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 조건으로 동결자산 240억달러(약 36조원)의 단계적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이란 타스님통신이 대미 협상팀 측근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양해각서 서명 즉시 120억달러(약 18조원)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이란 측 입장이다. 핵 문제와 종전 세부조항을 다루는 60일간의 후속 협상 기간에는 추가로 120억달러가 송금돼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본협상 이행을 담보하는 '신뢰 구축 조치'로서 상당 규모의 선지급을 이란이 지속적으로 압박해 온 배경이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대미 협상 수석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이 같은 요구 관철과 첫 120억달러 해제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전날 카타르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에는 3년 전 한국에서 이체된 60억달러를 포함해 이란의 동결자금이 보관돼 있다. 소식통은 "과거 한-카타르 간 자산 해제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행 절차를 면밀히 점검하는 데 이번 방문의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런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해당 자금의 연원을 살펴보면, 한국은 2010년부터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계좌를 활용해 원유 대금을 결제해 왔다. 그러나 2018년 미국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이탈하면서 누적된 약 60억달러(현 환율 기준 약 9조원)가 자체 동결 조치됐다. 2023년 9월 미-이란 수감자 맞교환 합의에 따라 카타르 QNB은행 내 이란중앙은행 계좌로 전액 이체됐고, 인도주의적 물품 구매 용도로 제한됐으나 한 달 뒤 가자전쟁 발발로 재차 묶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타르가 협상 보증금 명목으로 120억달러를 이란에 제안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으나, 카타르 외무부는 "협상을 교란하려는 세력의 책동"이라며 즉각 부인했다. 이에 대해 타스님통신 측 소식통은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라면서 "논의 대상 자산이 본래 이란 소유인 만큼 보증금 개념과는 다르다"고 해석했다.
강경 성향의 파르스통신도 이날 "동결자금 입금 없이는 어떠한 대화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협상 개시의 최대 난제가 동결자금 접근 문제였는데 카타르의 중재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며 "미국이 자금 해제에서 한발 물러서려 했으나 이란이 선(先)입금 원칙을 고수해 돌파구가 열렸다"고 부연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5년 핵합의 타결 이후인 2016년 1월 미국은 17억달러(약 2조6천억원) 상당의 외화 현금을 항공기로 이란에 직접 운송한 바 있다. 양측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인도되지 못한 미국산 군사장비 대금과 이자라고 설명했으나, 핵합의 이행 의지를 실질적으로 입증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당시 야당이던 공화당은 이란에서 풀려난 미국인 수감자들의 몸값이라며 격렬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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