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모임’, 이는 일가친척 며느리들 모임이 아니며 별칭이다 보니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모임인지를 먼저 밝힌다.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배나무골 마을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며느리들의 모임으로 햇수로는 30여년의 연륜이 됐다. 배나무골은 전체가 단독주택의 도농복합형으로 대동회 등 세시풍속 문화를 지켜오는 토속적 전통이 있어 지역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모임 배경은 노모를 모시는 분이 배나무골 새집에 이사해 보니 마을에 시부모님을 봉양하는 며느리 10여명의 효행에 공감하며 각별한 애착을 느껴 상당한 기금과 함께 명절 등에는 본인 집으로 초대해 윷놀이 등의 격려에 남편들도 더불어 함께하게 된다. 오래전 유명을 달리한 이분은 수원시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특히 우리나라를 거점으로 개발도상국에 화장실문화 개선 사업을 선도한 세계화장실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인사로 존함을 밝히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며느리, 아들의 아내를 칭하는 친족 용어로 한자로는 ‘자부(子婦)’다. 조선시대 유교 가례(家禮)가 정착되면서 ‘며느리’라 불렸으며 시부모를 친부모처럼 섬겨야 한다는 뜻이 있다. 언어적 유래는 민간설에 메(밥), 나리(나르다), 즉 제사 때 음식을 올리는 역할을 뜻하나 명확한 정설은 없다. 며느리 단어는 단순한 호칭을 넘어 가족제도 그리고 여성의 역할과 신분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언어라는 점에서 지금은 그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필자는 대형 서점에서 ‘며느리’ 제목의 도서를 검색해 봤다. 16개 음반을 제외하고 장르 별로 우화, 전기 소설과 유아와 아동의 전래동화책, 인문도서로 고부관계의 심리학 등 140여권이 있는데 이 중 재고 도서가 7권에 불과한 것은 독자가 적다고 해석된다. 재미있는 건 유아용으로 ‘방귀’ 제목이 16권이나 있음은 며느리의 시집살이 어려움을 해학적으로 풍자한 흥미로운 발상이다.
우리나라의 모임을 반추해보면 목돈 마련에 초점을 둔 ‘계모임’을 들 수 있다. 세계적 유력 일간지인 미국 뉴욕타임스 2024년 9월7일 자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K-문화’ 전통의 일면으로 계모임을 소개했다. ‘우정을 돈독히 하는 한국인의 비결’ 제목의 기사로 미래의 지출에 대비해 돈을 모으는 계모임을 한글 발음 그대로 ‘gyemoim’이라 쓰고 ‘Saving Group(저축 모임)’으로 한국인 특유의 공동체정신에 관심을 주목시킨 바 있다.
며느리들이 이젠 모두 시어머니가 된 연륜이 됐지만 고인이 언급했던 노인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가정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는 고귀한 뜻이 사회적 가치로 동화되는 소박한 바람에 한마음으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4월 초에는 그간 알뜰하게 관리한 기금으로 봄나들이 친목 기회를 가졌다. 관광버스의 차량 전면에 ‘며느리 모임’이라는 전광판으로 눈길을 끌었으며 여행에서 만난 같은 연배의 여성들은 정감 있고 특유의 친근함을 주는 모임 명칭에 함께하고 싶다는 공감에 효행친화적 참모습의 의미를 나누기도 해 흐뭇했다.
특히 며느리에 내재된 한국적 효행의 깊은 뜻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책무가 ‘며느리 모임’에 있음을 상기하면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며 이분의 바람이 사회에 긴 울림이 되기를 소망한다. 여담으로 이젠 자식들 세대에 승계가 필요하니 ‘원로 며느리 모임’으로 승격을 했으면 좋겠다. 며느리, 한 가정에서 버팀목이 된 이 소중한 단어가 5월 가정의 달의 끝자락에 자긍심과 효행의 미덕을 일깨우는 여운의 아름다운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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