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덮고 거리 막고…선거철 반복되는 '현수막 경쟁' 미관·안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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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덮고 거리 막고…선거철 반복되는 '현수막 경쟁' 미관·안전 우려

르데스크 2026-05-26 19:09: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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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 각 지역 거리에는 후보자들의 현수막과 선거 홍보물이 빼곡히 걸리며 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분위기 확산과 함께 대형 현수막과 과도한 홍보물을 둘러싼 시민 불편과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 현행 제도상 선거 현수막의 규격과 수량 제한이 사실상 없다보니 건물 외벽 전체를 활용한 초대형 홍보까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선거 홍보 방식이 지나치게 시각적 노출 경쟁에 치우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취지에서 후보자의 선거 현수막에 대해 별도의 규격이나 수량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선거사무소와 연락소 역시 간판·현판·현수막 설치가 허용된다. 건물 외벽에 게시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규격·수량 제한 없이 건물 경계 내에서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사실상 후보자들이 건물 외벽 전체를 활용해 대형 홍보물을 내걸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 속에서 선거철마다 초대형 현수막 경쟁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주요 후보 캠프 건물 외벽에 대형 홍보물이 잇따라 등장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사무실이 위치한 중구 태평빌딩 전면에는 10여 개 층을 덮는 초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캠프를 차린 종각역 앞 종로구 대왕빌딩 벽면에도 상부 6~7개 층 옆면을 덮는 대형 현수막이 걸린 모습이다. 선거 홍보를 넘어 건물 외벽 전체가 하나의 광고판처럼 활용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 현수막이 단순한 시각적 경쟁을 넘어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포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보행로에 방치된 현수막 고정 줄에 목이 걸려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8일 강원 원주시에서는 강풍 영향으로 선거 현수막이 설치된 가설 구조물이 휘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현수막이 22일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 거리에 걸려있는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이어 지난 22일에는 강원 춘천의 한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신호등 아래에 시민 1명이 있었지만 급히 몸을 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막이나 구조물과 직접적인 연관 여부와 별개로 선거철 대형 설치물이 증가하면서 공공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물 외벽을 덮는 대형 현수막은 도시 미관 훼손과 건물 내 갈등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건물 외벽이 과도하게 가려질 경우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시야 확보나 대피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건물 전체를 가릴 정도의 현수막이 설치되면서 입주업체와 건물 이용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규제 완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선거사무소 현수막 크기에 대한 제한 규정이 있었다. 2005년 이전에는 대통령·시도지사 선거의 경우 40㎡ 이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는 20㎡ 이내로 현수막 크기를 제한하는 기준이 존재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이 폐지되면서 후보자들이 건물 외벽 전체를 사실상 선거 광고판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이후 현수막 크기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선거 홍보물의 크기와 설치 방식, 게시 장소 등을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도시 미관과 공공 안전, 유권자 접근성 간 균형을 맞추는 방향이다.

  

프랑스는 대표적으로 선거 홍보물 규제가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국가다. 프랑스 내무부 등 선거 관련 제도에 따르면 선거 홍보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공식 게시판에 부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게시물 크기와 배치 역시 후보 간 형평성을 고려해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된다. 건물 외벽이나 공공장소에 별도의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는 방식은 제한돼 있어 거리 전체가 선거 홍보물로 뒤덮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 해외는 선거 현수막과 홍보물의 규격, 설치 장소, 수량 등에 대한 기준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사진은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한 주민이 주택가 마당에 설치한 야드 사인의 모습. [사진=reddit 갈무리]

 

일본 역시 선거 포스터의 규격과 게시 위치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일본 총무성(総務省) 공직선거 관련 제도에 따르면 후보자의 선거 벽보는 지정된 게시판에만 부착할 수 있으며 포스터 크기와 수량도 제한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 외벽 대형 현수막이나 과도한 시각적 광고 경쟁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영국 역시 도시 경관 보호와 주민 생활 환경을 고려해 비교적 절제된 형태의 선거 홍보가 이뤄지는 국가로 꼽힌다. 주택가에서는 창문 부착형 소형 홍보물이나 정당 지지 표시 정도가 주로 허용되며, 대형 옥외 광고는 지방정부 허가와 도시계획 규제를 충족해야 설치할 수 있다.

 

미국은 선거 홍보 규제가 연방 차원이 아닌 주·시·카운티(county) 단위 조례로 나뉘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선거 현수막과 홍보물 허용 범위도 지역마다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미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문화가 강해 주택가 마당에 설치하는 '야드 사인(Yard sign)'이나 도로변 정치 현수막, 대형 옥외 광고판 등이 선거철에 흔하게 등장한다.

 

특히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일부 주에서는 고속도로 인근을 중심으로 대형 정치 광고판이 선거 기간 집중적으로 설치되는 등 옥외 광고를 활용한 선거 홍보가 활발한 편이다. 다만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 미관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공공 도로 점유, 시야 방해, 광고물 크기 제한 등을 규제하며 일정 수준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선거 현수막이 과도하게 대형화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유권자들에게 정책·공약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계균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 현수막 규제 완화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현실에서는 시각적 경쟁이 과열되며 유권자 피로감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정책과 공약 전달보다 노출 경쟁에 치우친 구조가 지속되면 도시 미관뿐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선거 홍보 방식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는 만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규격, 설치 위치, 안전 기준 등을 포함한 보다 균형 잡힌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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