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추나 깻잎 같은 쌈채소는 익히지 않고 날것 그대로 입에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에 한 장씩 앞뒤로 정성스레 씻어내며 "이만하면 깨끗하겠지" 하고 안심했다면 오산이다.
싱그러운 초록빛 잎사귀는 겉보기엔 무척 청결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잎사귀의 촘촘한 주름과 미세한 털 사이사이에 눈에 잘 띄지 않는 흙먼지나 벌레, 나아가 씻겨 나가지 않은 농약 성분까지 완벽하게 밀착해 있다. 그저 흐르는 물줄기에 슥 헹궈내는 가벼운 손질로는 이 오염물질들을 말끔히 떼어내기 어렵다.
수돗물을 세게 틀어놓는 대신 대야에 그저 '5분'간 물을 받아두는 작은 행동 하나가 식탁 위 위생 상태를 천차만별로 바꾸어 놓는다. 매일 먹으면서도 정작 제대로 알지 못했던 쌈채소 안심 세척법의 숨은 비밀을 낱낱이 짚어본다.
허용 기준치 아래라도 생으로 먹는 채소는 세척 필수
국내 상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농산물은 모두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춰 안전하게 관리된다. 약품을 뿌리는 시기와 양, 거두기 전 처리 기간 등이 법으로 엄격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준을 넘어선 농산물은 시중에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채소들은 법적으로 안전한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법적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해서 농약 성분이 아예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기준치 아래의 미량이라 하더라도 잎 표면에 여전히 묻어있을 수 있고, 밭에서 묻어온 흙이나 먼지 같은 이물질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쌈채소는 뜨거운 열을 가해 조리하지 않고 입으로 바로 들어가는 특성이 있으므로, 먹기 전에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1단계: 흐르는 물보다 '5분 담그기'가 먼저
보통 많은 가정에서는 수돗물을 세게 틀어놓고 흘러가는 물에 채소를 한 장씩 대어 가며 씻는다. 이것이 가장 깨끗한 방법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물과 시간만 많이 낭비될 뿐 정작 세척 효과는 떨어진다. 대야에 물을 받아두고 잠시 기다리는 방법과 비교해 보면 소비되는 물의 양과 세척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벌어진다.
가장 올바른 첫 단계는 그릇에 물을 넉넉히 받고 쌈채소를 5분간 가만히 담가두는 행동이다. 이렇게 채소를 물에 푹 담가두면 단단하게 굳어있던 흙먼지가 부드럽게 불어나고, 잎사귀 겉면에 묻어있던 잔류 농약 성분이 물속으로 녹아 나오게 된다. 억지로 물살을 대어 씻어내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오염물질을 분리해 내는 조치다.
실제 연구 기관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상추와 쑥갓을 세게 틀어놓은 수돗물에 1회 씻어낼 때 평균 18리터의 물이 들고 시간은 3분이 걸렸다. 반면 똑같은 양의 채소를 대야에 물을 받아 씻었을 때는 단 4리터의 물로 1분 만에 세척을 끝낼 수 있었다.
물 사용량은 4분의 1로 뚝 줄었고 들어간 시간마저 3분의 1로 단축된 것이다. 그저 물을 계속 흘려보내는 방식은 비용과 노력이 더 들면서도 잎사귀 구석구석까지 깨끗하게 닦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단계: 물 갈아주며 3번 흔들어 헹구기
채소를 물에 5분간 잘 담가두었다면 다음은 본격적인 헹굼 과정으로 넘어갈 차례다. 물속에 담긴 채소를 손으로 살살 흔들어가며 잎사귀 사이사이를 씻어낸 뒤, 오염된 물을 완전히 버리고 새 수돗물로 갈아준다. 이 과정을 총 2~3회 반복하며 가볍게 가셔내는 것이 위생상 가장 훌륭한 상태를 만든다. 이때 채소를 물에 담가 흔드는 시간은 매번 30초 안팎으로 짧게 유지하는 것이 부드러운 잎을 지키는 요령이다.
농약이 물에 씻겨 나가는 비율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반복 세척의 중요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첫 번째로 물을 받아 채소를 씻을 때 평균 31%의 농약 성분이 씻겨 나간다. 이어서 새 물로 바꾼 뒤 두 번째와 세 번째 씻을 때 각각 5%와 4%가 추가로 제거된다.
결과적으로 물에 씻겨 나가는 농약 전체 양 가운데 약 80%가 바로 첫 번째 세척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빠져나간다. 이후 새 물로 갈아주며 반복해서 헹구어내면 남아있던 미세한 잔여물까지 청결하게 씻겨 내려간다. 물을 틀어놓고 대충 슥 지나치는 세척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깨끗함이다.
식초물·소금물 사용은 영양소 파괴의 주범
민간요법이나 살림 꿀팁이라는 이름으로 식초를 탄 물이나 소금물, 혹은 전용 세제를 쓰면 농약이 더 잘 빠진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왠지 화학 성분을 더 깨끗하게 지워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실제 정밀 실험을 거쳐본 결과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돗물만 사용해 씻을 때와 비교했을 때 오염물질 제거율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식초나 소금물은 연약하고 얇은 잎채소의 수분을 강제로 빼앗아 조직을 흐물거리게 만들고 세포를 손상시킬 위험이 크다. 게다가 채소 속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비타민 같은 소중한 영양소 성분을 파괴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중에서 파는 야채 세정제 역시 자칫 세제 성분이 채소 표면에 미세하게 잔류해 입으로 들어갈 우려가 있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별다른 첨가물 없이 오직 깨끗한 수돗물만으로 세척하는 방법이 가장 알맞다.
3단계: 시든 채소 살리는 '50도 세척법'과 물기 제거
깨끗하게 씻은 채소를 한층 더 싱싱하게 식탁에 올리거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숨은 영양 요령이 있다. 바로 '50도 온수 세척법'이다. 팔팔 끓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찬물을 정확히 1대 1 비율로 섞으면 요리하기 딱 좋은 미지근한 온도가 된다. 냉장고 안에서 숨이 죽어 흐물거리던 채소를 이 물에 잠시 담가두면, 놀랍게도 잎사귀가 다시 파릇파릇하게 되살아나 갓 수확한 듯한 아삭함을 되찾는다.
마지막 마무리 단계인 물기 제거 역시 위생과 신선함을 붙잡는 핵심 요소다. 축축하게 젖은 채로 채소를 밀폐용기에 넣으면 수분 때문에 잎이 쉽게 무르고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더라도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금방 갈색으로 변색되거나 겉면이 끈적거리는 진물이 생기기 쉽다.
세척을 마친 쌈 채소는 구멍이 뚫린 채반 위에 넓게 펼쳐 자연적으로 마르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햇빛이 곧장 내리쬐는 곳은 피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 10분에서 15분 정도 얹어두면 수분이 아래로 쏙 빠진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