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대국민 사과에도 논란 계속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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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대국민 사과에도 논란 계속되는 이유는?

BBC News 코리아 2026-05-26 18:26: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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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Reuters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이 5·18 민주화운동을 부적절하게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또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늘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라며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과 동생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백화점 계열로 나뉘는데,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운영사인 SCK컴퍼니의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정 회장은 사태가 처음 불거진 이튿날인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여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불매 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사태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5·18'과 '탱크'

논란이 된 건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이다.

스타벅스 측은 지난 18일을 '탱크데이'라고 이름 붙이고 회사의 '탱크 텀블러'를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그러자 해당 캠페인이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전차(탱크)와 장갑차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책상에 탁!'은 1987년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학생운동을 하던 박 씨는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사망했는데,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라는 경찰의 초기 발표와는 달리 고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념일에 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회사 측은 온라인 홈페이지와 앱(애플리케이션)에서 홍보물을 몇 시간 만에 삭제하고,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도 전격 경질했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의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되며 비난 여론이 더욱 들끓었다. 정 회장은 그룹 부회장이던 2021년부터 자신의 SNS에 "난 공산당이 싫어요"나 "멸공(공산주의를 멸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개인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날 정 회장의 대국민사과 후 진행된 신세계그룹 기자회견에서 회장의 과거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전상진 경영총괄부사장은 "회장의 과거 발언 등은 이번 스타벅스의 마케팅 관련 부적절한 프로모션과는 관계가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광주를 중심으로 5·18 유공자와 유족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정 회장의 대국민사과 이후에도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 회원들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한 반성과 책임없는 형식적 사과"라며 정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신극정 5·18부상자회장은 "광주 시민들에게 탱크는 단순한 단어나 마케팅 소재가 아니다. 1980년 5월 시민들을 향해 진입했던 계엄군의 장갑차와 국가 폭력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역사적 상징"이라며 "'탁'하고 '억'이라는 표현도 군사 독재 시절 권력의 폭력과 조작, 민주주의 탄압의 어두운 기억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표현들을 가볍게 소비하고 논란이 커진 뒤에야 뒤늦게 고개 숙이는 태도는 역사적 아픔에 대한 무지이자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행위입니다."

앞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들은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불매 운동'

이번 사태는 한국 내 스타벅스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스타벅스 제품을 버리거나 미국 본사에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불매를 넘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에 일부 매장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들도 개인적으로나 부처 차원에서 스타벅스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매 운동은 실제 스타벅스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출 관련 질문에 "매출을 따질 상황은 아니지만, 굉장히 많은 매출 감소가 있었다"라며 "그 부분보다는 어떻게든 정신적 피해를 입은 분들이 치유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반응이 과도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탱크데이 사태가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스타벅스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재명 대통령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5명을 직권남용·강요·업무방해·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서민위는 정 회장과 손 전 대표를 모욕·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김순환 서민위 사무총장은 "스타벅스 사태를 정쟁과 선거에 악용한 정치권 각성을 촉구한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관련자 처벌 가능할까?

신세계그룹은 자체 조사를 진행했지만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성을 갖고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라며 일부 직원들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는 등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경찰조사 결과 5·18을 폄훼하려는 의도를 갖고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약 고의성이 밝혀지더라도 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묻거나 5·18 민주화운동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거나 허위사실 유포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경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희화화·조롱에 가깝기 때문이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지시로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18 민주화운동법)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여당에서는 5·18 관련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없더라도 5·18에 대한 조롱 등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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