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은 대사들, 그런 궁금증들이 제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미팅을 했는데 그 미팅에서 궁금했던 점들이 느낌표처럼 다가왔고요.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대사들이 있으니까 '이걸 어떤 의도로 해야 하나'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는 캐릭터의 기본값을 잡아두셨고, 이 세계관이 워낙 확고하니까 그냥 그 안에서 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런 의견들을 들으면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김민하 감독의 전작도 한선화에게는 중요한 힌트가 됐다. 그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단편 '혈세'를 통해서도 김 감독의 연출 방식을 느꼈다고 했다. 복잡하게 에둘러 말하기보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밀고 가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감독님의 단편 중 '혈세'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화면이 멋있었고, 이 감독님은 연출을 할 때 표현하고 싶은 걸 복잡하게 하기보다 심플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분이구나 싶었어요. 미팅을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교생실습'은 호러와 코미디, 판타지적 설정이 한데 섞인 작품이다. 장르의 톤을 잡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한선화는 결국 감독이 만든 세계관을 믿고 그 안에서 움직였다고 했다. 억지로 현실의 문법에 맞추기보다 이 영화가 가진 뚝심과 규칙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먼저였다.
"저는 진짜 감독님을 믿고 그 세계관 안에서 연기한 것 말고는 없어요. 감독님께서 고집 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볼 거면 보고 말 거면 말아라' 하는 입장처럼 이 세계를 밀고 가셨거든요. 그 세계관 안에서 재밌으면 재밌는 거고요. 뚝심 있게 영화를 만든 것 같아요. 저는 재밌게,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연기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김민하 감독의 리더십도 긍정적인 에너지에 가까웠다. 한선화는 감독이 배우들을 애정 있게 바라보는 것은 물론 자신이 연기하는 방식과 태도를 좋아해준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 믿음은 낯선 장르와 설정 안에서도 부담을 덜어주는 힘이 됐다.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가 좋은 리더십을 만드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저를 좋아해주셨어요. 물론 감독님들이 다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을 애정 있게 지켜보시지만, 김민하 감독님은 제가 연기하는 스타일이나 태도를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런 게 느껴졌어요."
관객들과 만나면서는 김민하 감독의 세계를 지지하는 팬층을 새삼 체감했다. 영화제를 다니며 여러 관객을 만나왔지만, 감독의 색깔 자체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이들이 이렇게 분명한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감독님 팬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부천에 갔을 때도 감독님 영화를 좋아하는 지지층이 있잖아요. 팬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김민하 감독의 장르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느꼈어요. 영화제를 다녀봤지만 김민하 감독님만큼 색깔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처음 봤어요. 감독님 영화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선화에게 '교생실습'은 작품 선택의 타이밍과도 맞물린 작품이었다. '파일럿' 이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시기에 '교생실습'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심경의 변화라기보다는 작품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타이밍이고요. 작년 초에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그때 '파일럿'이 개봉하고 나서 홍보 활동도 하고 영화제도 다니면서 작품 활동을 조금 쉬고 있었거든요. '연초인데 이제 어떤 작품을 하지?' 하던 찰나에 시나리오를 주신 거예요. 연초의 문을 열어준 작품이라 고민할 것도 없었어요. 흥미로웠고, 영화제를 갈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영화가 주는 힘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교생실습'을 새로운 시도라고 받아들였다. 캐릭터적으로는 전작들과 일맥상통할 수 있으나, 작품의 장르적으로 한선화에게는 큰 도전과도 같았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였어요. 믿음이 없었다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보고 전작을 보니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이 작품이 더 뒤에 제안이 왔다면 못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파일럿'으로 대중에게 좋은 연기로 만나고 난 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을 때 이 작품을 만났거든요."
연기 활동 16년 차에 접어든 한선화는 여전히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상업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왔지만,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열려 있다. 그는 스케줄과 여건이 맞는다면 언제든 새로운 작품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뭐든 하면 잘하고 싶잖아요. 못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아직 못 만나본 인물들이 많아서 열려 있어요. 저는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도 아직 관심이 많아요. 스케줄이 되고 여건이 되면 할 마음이 있거든요. 요즘에는 상업적으로 좋은 작품을 하다 보니까 '한선화는 안 할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현장에서 그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려 했다기보다 주어진 여건 안에서 제 몫을 해내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빠듯한 예산과 촬영 일정 속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우선이었고 그 과정이 결과적으로 현장에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라는 마음이었다.
"솔직히 제 코가 석 자라서 제 연기만 했어요. 좋은 영향을 받으셨다면 너무 다행이고 받은 사람이 알겠죠. 제가 주려고 한 적은 없어요. 상황이 열악했잖아요. 타이트한 예산과 스케줄 안에서 모든 장면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 연기를 제대로 해내는 게 우선이었어요. 감독님은 너무 좋았다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시니까 감사했습니다."
한선화는 관객들이 '교생실습'을 통해 또 다른 영화적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랐다. 낯설고 독특한 세계관이 누군가에게는 허들이 될 수 있지만 그 역시 하나의 개성과 시도라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주길 바랐다.
"대중도 여러 가지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한 번 겪어봐도 될 것 같고요. '이 영화는 이런 독특함이 있고 개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드라마는 많이 재밌게 봐주시고 있으니까 영화는 이제 곧 오픈되는 거잖아요. 이런 영화도 있다고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도전을 한 것처럼요."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은 관객이 김민하 감독의 세계에 들어가는 입구가 되는 일에 가까웠다. 독특한 세계관과 높은 진입 장벽 앞에서 한선화라는 배우가 조금은 친숙한 통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제가 '교생실습'을 보면서 생각한 건, 김민하 감독님이 그린 '교생실습'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에 관객들이 진입할 때 허들이 높을 수 있겠다는 거였어요.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잖아요. 그 어려움을 조금은 쉽게 바꿔주는 역할을 제가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렇게 쓰인다면 너무 다행이고요. 저를 통해서 관객들이 이 세계관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하고 입장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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