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 | 플레이어 리포트> 는 정치라는 무대에 뛰어든 청년들의 실제 경험을 기록하는 인터뷰 시리즈다. 기성 정치의 견고한 구조 속에서 ‘불가능한 게임’에 도전한 이들의 선택과 궤적을 따라간다. 청년>
출마를 결심한 이유부터 현장에서 마주한 구조적 장벽, 그리고 포기와 지속 사이의 선택까지를 당사자의 시선으로 담는다. 다만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이 연재는 한국 정치의 진입 구조와 작동 방식을 청년의 경험을 통해 해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청년 정치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는가’를 묻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정치가 삶의 배경이었을 뿐입니다.”
흔히 정치 입문자들에게 기대하는 거창한 ‘꿈’이나 ‘트라우마’ 같은 서사는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20년째 고착화된 지역 정치에 대한 의문과 청년을 선거철 ‘소모품’처럼 여기는 정당 구조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었다. 출마 포기를 고민하다 뒤늦게 예비후보로 나설 기회를 잡은 30대 직장인 정치 신인 최은석씨(가명)의 이야기다.
Q.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나 사건은 없었다. 지역 특성상 자연스럽게 특정 정당의 색을 입게 됐다. 이과를 선택해 과학자를 꿈꾸기도 했지만, 대학생 정책 자문단 활동을 통해 청년이 정치에 입문하는 경로를 알게 됐다. 하지만 당시 성장했던 청년 정치인들의 계보가 이어지지 못하고 끊기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Q. 정당 내부에서 느끼는 청년 정치의 위치는 어떠한가.
청년들이 정당 내에서 ‘도구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청년 조직을 활발히 만들지만, 선거가 끝나면 그 이후의 연속성은 전혀 없다. 지역위원장이 인재를 양성하고 구조화된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거의 없다. 결국 ‘아는 사람만 하는’ 기성세대 중심의 정치가 반복된다.
또 청년위원장이라는 타이틀만 있을 뿐 실제 활동은 없는 ‘이름뿐인 정치’도 반복된다. 기성세대에게 청년은 ‘함께 갈 동료’라기보다 ‘경쟁자’ 혹은 ‘소모품’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Q. 지역 정치를 경험하며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지역위원장이나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질문이 있다. “어디 사세요?”라고 묻기에 동네 이름을 말하면, “그거 말고 어느 아파트 몇 단지 사시느냐”고 다시 묻는다. 아파트 단지별로 관리할 수 있는 권리당원 명부가 곧 그 후보의 체급이 되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몇 세대의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인맥이 있는가’를 먼저 평가받는 셈이다.
정보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현역이 밀어주는 후보는 권리당원 연락처를 미리 확보해 선거운동을 펼치지만, 신인은 출발선부터 가로막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 한다.
Q. 기성 정치인들이 장악한 지역구의 벽은 어느 정도인가.
대부분 지역구 후보만 봐도 50대에서 70대 후보들이 주를 이룬다. 매번 무언가 바꾸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 지역 주민의 표보다도 정당의 표가 우선이다 보니 현역 정치인이 자신의 지지 세력 연락처를 쥐고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신인이 권리당원 투표의 벽을 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결국 가장 큰 장벽은 정보의 비대칭이다.
Q. 출마를 포기하려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
이미 공천 구도가 짜여 있는 상태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직장인으로서 수천만 원의 선거 비용을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었다. 사무실 보증금만 해도 수천만 원에 월세가 100만~200만 원 수준이고, 현수막부터 점퍼 하나까지 모두 개인 비용으로 해결해야 한다. 본후보가 되기 전까지의 지출은 보전받지도 못한다. “이게 과연 안 되는 게임에 뛰어드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접었었다.
Q. 30대 청년 신인으로서 자신만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기존의 인맥 정치를 정면으로 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본다. 50~70대 후보들 사이에서 30대인 나의 가장 큰 강점은 데이터와 디지털 감각이다. 지역 현안을 단순 민원 차원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연결하는 방식에서 차별화를 만들고 싶다. 또 기존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자체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소통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주민들과 훨씬 빠르고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Q. 정치를 꿈꾸는 다른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
가장 현실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돈이나 후원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반이 없다면 결국 발품을 팔아야 한다. 지역의 안전과 생활에 밀착된 조직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속성’이다. 보여주기식 정치 활동이나 선거철 행사 참여에 그치기보다 시·구에서 운영하는 공식 프로그램을 발굴해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선별적으로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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