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민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서고 올해 재정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보험료 부담과 재정 지속성을 고려하면서도, 의료기관 경영난과 필수의료 인프라 유지 필요성을 함께 반영해 추가소요재정, 이른바 ‘밴딩’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성일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장은 지난 22일 재정운영소위원회 이후 건강보험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환경 속에서 합리적인 밴딩을 도출해야 하는 올해 협상 환경은 매우 어렵다”며 “국민 건강을 위한 의료 인프라 유지, 가입자 부담 능력, 보험료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협상의 가장 큰 변수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다. 양 위원장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 기반이 약화되는 가운데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 만성질환 진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역 필수·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재정 투입까지 겹치면서 지출 증가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5년도 보험급여비 지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한 101조665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단기수지 흑자 규모도 2024년 1조7244억원에서 2025년 4996억원으로 줄었고, 2026년에는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수가협상의 핵심 참고 지표인 지속가능성장률(SGR) 모형 결과도 올해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전년도에는 비상진료 상황 영향으로 SGR 값이 양수였지만 올해는 전공의 복귀 등으로 전체 진료비가 상승하면서 음수로 전환됐다”며 “개선 SGR 등 연계 모형 결과도 전년보다 낮게 산출돼 적정 수준의 수가 밴드 도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정 논리만으로 수가협상을 끌고 가기는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양 위원장은 “가입자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보험료 부담을 고려해야 하지만, 의료기관도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에 따른 조산·분만 위기, 장기처방 증가에 따른 약국 경영 악화, 필수의료 인력 고용 유지 부담 등 유형별 현장 고충도 협상 과정에서 살펴보겠다고 했다.
공급자단체들이 요구하는 밴딩 확대에 대해서는 협상 과정의 일부로 봤다. 대한의사협회가 ‘밴딩 1조5000억원 확대’를 요구한 데 대해 양 위원장은 “각 단체의 협상 툴이라고 생각한다”며 “왜 그런 수치를 제시했는지 충분히 살펴보면서 가입자단체 위원들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새로 제시된 균형조정가격결정(BAP) 모형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5가지 모형에 더해 BAP 모형이 포함되면서 고려 요소가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양 위원장은 “기존 SGR 모형이 가져왔던 불합리성을 보다 합리적으로 전환하려는 공단의 적극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정책지원금 반영 문제는 지난해 결정 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장은 “정책지원금과 관련해 지난해 상당한 논의가 있었고, 진료비 계산 시 반영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지원금 항목을 구분해 제시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가치점수 개편과 연계한 수가 조정 필요성도 인정했다. 그는 “상대가치 수가체계가 처음 만들어진 후 계속 곱하기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불합리성이 누적된 측면이 있다”며 “상대가치 연계를 통한 행위 간 조정은 필요하고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일부 단체의 반대가 있더라도 재정운영위원회가 해당 방향을 계속 제안하고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료율 동결 논란과 관련해서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건강보험은 당해 수입으로 당해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단기보험 성격이 강하다”며 “보험료율 조정은 그때그때 상황보다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고지원과 관련해서도 법에 규정된 지원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올해 수가협상은 타결 여부보다 합리적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게 재정운영위원회의 판단이다. 양 위원장은 “재정운영위원장으로서 공급자 단체와 가입자 단체 어느 한쪽 입장만 볼 수는 없다”며 “국민 건강을 위한 의료 인프라 유지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협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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