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정부가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전전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전국 의료 이송·전원체계를 손본다. 권역별 모자의료 협력망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중증 모자의료센터를 늘리는 동시에 119구급차와 헬기를 연계한 이송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및 응급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최근 충북 청주에서 29주차 산모가 응급 분만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태아가 숨진 사건 등을 계기로 마련된 대책이다. 정부는 지역과 시간에 관계없이 응급 산모와 신생아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산모·신생아 치료 협력망이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현재 9개 권역에서 운영 중인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을 충청권, 전북권, 제주권까지 넓혀 연내 전국 체계를 구축한다. 응급 분만이나 고위험 신생아가 발생했을 때 지역 내 병원들이 협력해 우선 수용하도록 해 불필요한 장거리 이동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최중증 산모와 신생아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중증 모자의료센터도 늘어난다. 현재 서울에만 2곳 있는 중증센터를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에 각각 추가 지정해 전국 6개 권역 체계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비수도권에서도 24시간 고위험 산모와 위급 신생아 치료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이송과 전원 체계도 바뀐다. 정부는 오는 6월 여러 병원에 동시에 치료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모자의료 정보시스템’을 개통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의 전원 전담 인력도 기존 5명에서 15명으로 늘린다. 병원별로 순차 연락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빠르게 찾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고위험 임산부가 병원 간 이동이 필요할 경우 119구급차를 우선 활용한다. 장거리 이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닥터헬기와 소방·군 헬기 등 정부 보유 헬기를 함께 활용한다. 임산부가 119에 신고하면 우선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이동하되, 진료가 어렵다면 권역별 협력병원망과 중앙모자의료센터가 연계해 다른 병원을 신속히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문 인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기준도 조정된다. 현재 모자의료센터는 전일제 근무 중심으로 인력 기준이 운영됐지만, 앞으로는 지역 분만병원이나 의원급 산부인과 의사가 권역센터에서 야간 당직이나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산과 전문의 부족으로 생기는 야간·휴일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수도권 의료기관 지원도 강화된다. 지방 권역센터에는 운영 성과에 따른 보상을 확대하고, 은퇴 의사를 채용할 경우 국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한다. 국립대병원 산과 전임교원 확충도 추진한다. 미숙아 치료와 비수도권 의료기관 운영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진의 법적·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현재 산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지원 중인 의료사고 배상보험을 다음 달부터 응급실과 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까지 확대한다.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범위도 산모 중증 장애까지 넓힌다.
내년 시행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따라 필수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 부담도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손해배상이 이뤄지면 기소를 제한하고,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사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반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광주·전라권에서 시범 운영한 ‘광역상황실 즉시 지원 체계’를 전국 6개 권역으로 넓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문제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역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기 어려우면 광역상황실이 병상 배정과 전원을 지원하게 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현장의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의료진 부담을 줄여 국민과 의료진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임산부와 신생아, 응급환자들이 적시에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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