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한국 땅을 다시 밟은 브라이슨 디섐보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26일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진행된 LIV 골프 코리아 공식 기자회견장, 총상금 3천만 달러 규모 대회를 앞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갑작스러운 투자 중단 결정이 던진 파장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약 50억 달러(약 7조 5천500억원)를 쏟아부으며 대회 창설을 이끌어온 PIF가 손을 떼면서 LIV 골프는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파산 신청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예상치 못한 결정이라 충격을 받았다"고 디섐보는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닫힌 문 너머에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려 애썼다. LIV 골프 측이 다각도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내년 시즌 개막 자체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소속 선수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PGA 투어 복귀를 원할 경우 출전 정지 등 징계 절차를 감수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PGA 투어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다 이적한 디섐보로서는 특히 곤혹스러운 처지다.
현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그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개막일인 28일, 1번 홀 티샷에 모든 것을 쏟겠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다"며 "지금은 선수 모두가 힘을 합쳐 단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프로 선수로서 팬들에게 멋진 플레이를 선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2020년과 2024년 US오픈 챔피언인 디섐보는 PGA 투어 통산 9승을 기록한 정상급 선수다. 2022년 LIV 골프 합류 이후에도 기량 하락 없이 꾸준한 성적을 이어왔다. 올해만 해도 7개 대회에 출전해 2승과 3위 2회를 달성하며 압도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물리학 전공자답게 과학적 접근법으로 골프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팬층도 넓혔다.
"시즌 8번째 대회인 이곳에서 정상에 다시 서고 싶다"고 우승 의지를 밝힌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갤러리 앞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열차로 이동하며 감상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아름다운 코스와 좋은 컨디션을 바탕으로 반드시 트로피를 가져가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28일 개막해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LIV 골프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도 재정 위기 관련 질문을 피해갈 수 없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롱 리브 골프!(Long Live Golf·골프여 영원하라)"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 문구는 LIV 골프가 내세워온 대표 슬로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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