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오빠’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도마에 오른 지 불과 20여일 만에, 이번에는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의 유사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의 감수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날(25일) 부산 북구 만덕동 일대에서 같은 당 박민식 후보의 도보 유세를 지원했다. 박 후보와 서울대 외교학과 동기이자 친구 사이인 김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민전TV’를 통해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문제의 장면은 유세단이 번잡한 현장에서 1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학생들과 마주치면서 발생했다. 학생들이 수많은 유세 인파를 보고 지나가기를 주저하자, 김 의원은 양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여기 잘생긴 오빠들 많아요”라고 말을 건넸다.
동시에 한 유세단 관계자가 “지나가, 안 찍을 테니까 괜찮아”라며 통행을 유도했고, 학생들은 얼굴을 가린 채 재빨리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학생들을 향해 “너무 멋진데요”라는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며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즉각 해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현장에 2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10여명 정도 있었고, 여학생들이 일행 때문에 지나가지 못하고 있어 무서워하지 말고 편하게 지나가라는 뜻으로 친근하게 말을 건넨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학생들에게 반말을 한 기억은 전혀 없다. 동료 정치인인 박민식 후보를 ‘오빠’라고 지칭한 것처럼 왜곡해 보도했는데, 기필코 그런 사실이 없다. 악의적인 오보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가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북구 지역에서 미성년자를 향한 호칭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에는 정 대표가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같은 당 하정우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던 중, 현장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에게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김 의원은 정 대표를 향해 “나이 60줄의 당 대표가 초등 여학생에게 오빠 드립을 치느냐”며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정 대표와 하 후보는 논란 직후 해당 학생과 부모에게 공식 사과했으나,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실언을 강하게 몰아세웠던 야당이 불과 3주 만에 똑같은 호칭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현장에서 이 같은 ‘오빠’ 발언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감수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60대 안팎의 기성 정치인들이 10대 미성년자나 어린이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유도하거나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현대 사회의 젠더 및 세대 감수성과 심각하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다.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를 유세 현장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소품’으로 소비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성인 남성과 생중계 카메라에 둘러싸여 통행에 압박감을 느꼈을 청소년들의 입장을 배려하기보다, 유세단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연출하기 위해 부적절한 농담을 건넨 것 자체가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소통 방식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정책과 공약이 중심이 돼야 할 보궐선거 유세 현장이 잇따른 호칭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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