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하며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섰다.
26일 신세계그룹은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논란에 대한 사과와 함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이날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정 회장은 전국 스타벅스코리아 매장에서 근무하는 파트너와 현장 직원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분들은 스타벅스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라며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첨부파일도 안 열고 승인…스타벅스 마케팅 검증 체계 ‘구멍’ 드러나
정 회장의 사과 이후 이어진 진상조사 발표에서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 체계 부실을 지목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논란이 된 ‘5·18 탱크데이’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e커머스팀에서 제안됐다. 이후 팀장, 담당, 본부장, 대표이사 등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누구도 5월 18일에 ‘탱크데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마케팅 기획과 승인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문제 제기도 없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조사에서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가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과거 진행되던 법무팀 검증 프로세스도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룹 측은 마케팅의 즉시성을 우선시한 결과, 법무 검토와 사회적 민감성 점검이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안을 실무자의 단순 과실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정 직원이 부적절한 문구를 기획했더라도, 결재 라인과 검증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사전에 걸러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질의응답에서도 이 같은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거론됐다.
실무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최초 기획자가 실수했거나 잘못된 생각으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하더라도, 위로 결재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필터링 기능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내부 통제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가 이번에 굉장히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가 추가 조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마케팅 관련자와 결재 라인 전체에 대한 엄중 조치도 내린 상황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논란이 불거진 지난 18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하고, 이후 해당 마케팅에 관여한 직원 5명을 직무 배제했다.
고의성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신세계그룹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9일부터 약 일주일간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임원진 5명, 실무진 5명, 결재·합의 라인 5명 등 총 15명이었다.
양종완 신세계그룹 감사팀장은 “사내 메일과 업무용 노트북, 사내 메신저 등 회사 내 업무 수단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며 “10명 이상을 직접 면담해 진술의 정합성을 교차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탱크데이’ 네이밍을 제안한 직원 등 커머스팀 팀원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조사에는 한계가 있었다.
양 감사팀장은 “해당 행사를 기획했던 직원 5명 중 2명은 휴대폰을 제출했지만, 나머지 3명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사적 영역에서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을 제출한 2명에 대한 포렌식 결과에서는 사전 모의를 예측하거나 예단할 수 있는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현재까지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로 이번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향후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확인될 경우 즉각 징계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내부통제 다시 점검"...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은 '아직'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승인 절차와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며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행사 기획·승인 과정에서 법무·CSR 검토와 사회적 민감성 점검 절차를 보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검증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결함이 확인된 만큼, 기존 승인 구조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은 “이번에는 마케팅이라고 해서 매출에만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날짜나 표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런 부분을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문화와 역사 인식 개선도 사후 과제로 제시됐다.
김수환 신세계그룹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은 “직원들 간 대화에서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발언들이 상당히 나왔다”며 “20대부터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역사의식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대응과 관련해서는 스타벅스 카드 선불충전금 환불 문제가 언급됐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카드 환불과 멤버십 탈퇴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불충전금 환불은 관련 약관과 시스템 조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관계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환불을 위해서는 시스템 조정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광주 방문 가능성도 거론됐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 회장이 직접 광주를 찾아 5·18 관련 단체와 시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향후 적절한 시점에 광주 현장 방문 등을 고민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룹 측은 “현재는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며 “적정 시점이 되면 그룹 차원에서 공개적인 의사 표명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관건은 사과 이후 후속 조치의 구체성이다.
신세계그룹은 내부통제와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날 발표된 대책은 아직 방향 제시에 가까웠다.
논란 발생 후 8일이 지났지만, 마케팅 검증 절차 보강, 역사 인식 교육, 선불충전금 환불 대응 등은 언급 수준에 그쳤고,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세부 절차는 제시되지 않았다.
앞서 유사한 역사 인식 논란을 겪은 일부 기업들이 관련 단체에 직접 사과하고 임직원 교육, 콘텐츠 다중 검수 체계 등을 후속 조치로 제시한 전례를 고려하면 신세계그룹 역시 사과의 진정성을 실제 제도 개선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 회장의 사과가 일회성 수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 검증 체계 개편과 후속 조치가 실제로 이행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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