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번 6·3지방선거 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를 시작으로 대전·충청까지 방문해 국민의힘 후보들을 만났다. 여기에 부산·울산 등 영남권에다 강원까지 보폭을 넓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박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할지에 여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대구·충청·영남·강원까지…선대위원장급 광폭행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연휴 첫날인 23일 대구 칠성시장을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지원했다. 그는 "경제가 안 좋다고 하니까 이렇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다 잘 알고 계시니까 (추경호 후보가) 좋은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힘을 실어줬다.
반면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김 후보는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래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해 왔다.
박 전 대통령은 25일에는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있는 충북 옥천으로 이동해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를 격려했다. 이어 대전으로 간 박 전 대통령은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도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이 후보에 대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흔들림 없이 한결같은 분이고 대전시민들도 이 후보의 이런 참모습을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있다"며 "시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충남 공주 산성시장을 찾아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와 시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오는 27일에는 부산과 울산을 찾을 예정이다. 부산 기장군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지원하고 울산에서는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와 박맹우 무소속 후보의 보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강원 원주로 이동해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를 응원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서는 맹렬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국정농단 주인공으로 평생 국민에게 사죄해도 모자랄 박근혜 씨가 선거판에 버젓이 웃으면서 돌아다니고 있다"며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선거의 여왕의 귀환이 아닌 역사의 퇴행"이라고 규탄했다.
보수 결집 신호탄이냐 중도층 반감 기폭제냐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등판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통적인 보수 표심을 자극해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오히려 탄핵으로 인한 이미지를 연상시켜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대구에서는 영향력이 입증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C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4일과 25일 만 18세 이상 대구시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ARS, 응답률 6.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추경호 후보는 50.1%를 얻어 41.1%에 그친 김부겸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는 그간 김 후보가 크게 앞서거나 박빙우세를 보여 왔던 최근 여론조사와는 완전히 달라진 결과다. 박 전 대통령이 나서면서 판세가 뒤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텃밭인 영남권과 스윙보터 지역인 충청권에서 보수 결집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보수 표심이 둘로 갈린 부산 북갑의 경우 후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이 북갑에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경우 판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동훈 무소속 후보 측의 고심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지난 2018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보수 결집 여권이 탄핵심판론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지난 2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서적으로 보수의 결집을 가져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계속 돌아다니고 유세를 하고 이러면 역효과가 생길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전 의원도 "대구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편안하게 여생을 무탈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지 다시 대구를 박근혜 시대로 돌리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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