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결말은 없다. 다만, 무대 위에는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날의 선택들이 오롯이 남겨진다. 배우와 관객은 모두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일종의 ‘플레이어’가 되고, 공연은 매회 다른 결말로 새로운 감동과 위로를 전한다. 삶이란 지도에 막연히 첫걸음을 내디딘 때부터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만든 오늘은 콘서트에 함께한 사람들을 하나로 이끈다.
오는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구름아래소극장에서 펼쳐질 2026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는 익숙한 공연 문법에서 한 걸음 벗어났다. 뮤지컬 넘버와 즉흥 토크, 드라마가 결합해 탄생한 장르 융합형 무대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 잊고 지낸 감정을 다양한 음악과 즉흥 서사 안에 녹여내 ‘오늘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공연’을 지향한다. 기본 스토리 구조 안에서 매회 다른 ‘플레이어’가 정체불명의 초대장을 받고 게스트로 등장해 놀이터 대장인 ‘내레이터’와 만나 호흡하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잊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콘셉트다. 총 4회에 걸쳐 선보일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 <앤anne> 에서 사랑받은 김민강과 뮤지컬 <시지프스> ,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의 윤지우가 ‘내레이터’로 등장해 극의 흐름을 이끈다. 또 단 한 번뿐인 이야기를 들려줄 다섯 명의 ‘플레이어’로는 다채로운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해 온 홍은기, 윤지현, 이세헌, 신의정, 효은이 함께하며 지친 일상에 따스한 온기를 전할 예정이다. 이름> 시지프스> 앤anne> 전설의> 얼라이브>
이 실험적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창작집단 위크(WeC) 박신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CP)와 김혜진 작가가 있다.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의 아이디어와 구조, 그 안에 담긴 세계관과 흐름을 설계한 박신혜 CP, 그리고 매회 공연마다 ‘예측할 수 없는 진심’에 기반을 둔 전개에 확신을 품고 과감히 도전을 선택한 김혜진 작가.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출신인 두 창작자는 오랜 시간 작품을 개발하면서 어른이 된 뒤에도 각자 마음속에 남겨진 ‘놀이터’라는 추억 가득한 공간에 주목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가장 자유롭던 기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내 돌아가지 못한 시간과 연계됐을 ‘놀이터’. 2026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는 바로 그 기억의 공간에서 출발했다. 얼라이브> 얼라이브>
과연 창작자들이 펼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5월 막바지에 다다른 주말 오전, 혜화동 한 연습실에서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의 공연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던 박신혜 CP와 김혜진 작가를 만나 작품의 출발점과 창작 과정, 그리고 이 공연이 지금 우리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얼라이브>
Q. 이 작품을 개발하기로 했을 때 ‘놀이터’라는 가상의 공간을 중심 이미지로 삼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박신혜 CP) 모두에게 열린 공연이지만 메인 타깃은 ‘어른’이었다. 나이로는 성인이 됐어도 아직 진짜 ‘성인’이 되지 못한 분들이 많다고 느꼈다. 일상에 지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도 없다. 어릴 때 ‘놀이터’를 떠올려보면 마치 어린 시절 필수 코스처럼 누구나 편하게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말 한마디 편하게 나누기 어려웠고, 혹 이야기를 나누려 해도 마땅한 공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이 작품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와서 이야기를 펼쳐놓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저희 아파트에 놀이터가 하나 있다. 어느 날 저녁 우연히 놀이터 앞을 지나가다 통화도 할 겸 잠시 그네에 앉아봤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시던 경비아저씨께서 “어른이 왜 아이들 노는 곳에 앉아있느냐”라며 혼을 내셨다. 그때 기억이 강렬했다. “그럼 어른들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려면 어딜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그날의 경험도 계기가 됐다. 놀이는 곧 플레이, 연극, 유희로 쭉 이어진다. 그런 측면에서도 연결성이 있다고 봤다.
‘놀이터’ 프로젝트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가수부터 배우까지, 혹은 연극 무대부터 매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던 배우들이 참여한다. 이분들이 어떤 공간이어야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김혜진 작가와 의견을 나누다 ‘놀이터’를 떠올리게 됐다.
김혜진 작가) 우리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잊고 사는 기억이 참 많았다. 그 시절 그토록 자주 찾던 놀이터에 묻어둔 타임캡슐 안에 제가 무엇을 넣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더라. 이번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면서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놀이터’라는 가상 공간을 떠올리게 됐다.
Q. 공연이 일반 콘서트나 뮤지컬이 아닌 ‘얼라이브 콘서트’라는 형식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박신혜 CP) 오래전부터 콘서트 형식에 관심이 있었다. 10년 정도 공연계를 지켜보면서 콘서트는 대체로 뮤지컬 토크 콘서트, 가요 메들리 형태, 아티스트 중심 혹은 작품 소개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그런데 저는 원래 장르를 융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김혜진 작가와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를 준비하게 됐다. 김 작가와는 일찍이 동국대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알게 됐는데 작년 12월부터 ‘공연 메이트’처럼 같이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됐다. 저희 둘 다 뮤지컬과 연극에 각각 기반이 있다 보니까 ‘즉흥극 형태를 콘서트에 결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라이브>
방송작가로 활동할 때 콘서트 작업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2015년부터 4년 정도 방송작가 일을 했고 <꽃보다 할배>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포함해 작품도 10개 넘게 했는데 어느 순간 이걸 평생 업으로 삼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제가 좋아했던 영화, 뮤지컬, 공연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됐고 그중에서도 특히 공연만이 줄 수 있는 생동감과 감동이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즉각적으로 감정을 주고받는 경험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뮤지컬을 중심으로 기획, 제작, 홍보,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 꽃보다>
이제는 제가 오래전부터 그려왔던 그림을 펼쳐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김혜진 작가와 편하게 “놀면 뭐하니”라며 이야기를 나누다 결심이 섰다. 함께 한다면 정말로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연극 <장소> , <운베난트> , 영화 <목스박> 의 공한식 작곡가, 뮤지컬 <수영장의 사과> , <프라테르니테> 의 이다민 연출까지 합류하면서 팀이 꾸려졌고 ‘얼라이브 콘서트’를 만들게 됐다. 프라테르니테> 수영장의> 목스박> 운베난트> 장소>
Q.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나.
박신혜 CP) 처음엔 가벼운 ‘작은 돌’ 하나를 굴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거대한 돌’이었다.(웃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창작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중심이 되는 IP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창작집단 위크’라는 이름도 ‘우리는 창작자다(We Creative)’라는 의미로부터 만들었다. 창의성에 최우선 가치를 둔 것이다. 그래서 ‘놀이터’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창작 플랫폼처럼 성장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사실 도전하는 일이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조금의 새로움을 더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도 참 재미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볼 수 있는 게 도전 아닌가. 솔직히 현실적으로는 수익적인 부분도 고민했어야 했는데 공간 자체가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김혜진 작가) 박신혜 CP는 원래부터 좋아했던 언니였고 그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나 작업한 작품들도 정말 인상 깊게 봐왔다. 감수성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같이 공연을 보면서 후기를 나누는 시간도 정말 좋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같이 재미있는 콘서트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아이디어를 계속 개발해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즐거웠다. 처음 기획은 피디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과 몰입도가 굉장했다. 저도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같이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는 일이 즐거웠다. 그만큼 애착이 있는 프로젝트라 한 번 공연하고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단지 한 번의 실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아 이 프로젝트를 계속 개발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의 공연 구조는 어떻게 설계했나. 얼라이브>
박신혜 CP) 외형적으로는 뮤지컬 문법을 많이 가져왔다. 무대 구조물이나 디자인, 각 파트 구성 역시 전부 뮤지컬팀처럼 움직였다. ‘놀이터’만의 넘버도 여러 곡 만들었고 그 곡들을 중심에서 이끌어가는 역할은 내레이터가 맡고 있다. 그런데 내연으로 들어가면 사실 콘서트에 더 가까운 구조다. 결국 메인 게스트 플레이어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 저희가 펼쳐놓은 판 안에 플레이어가 편안하게 들어와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했다.
플레이어는 저희 곡 두 곡 정도만 익히면 되고 이후에는 자기가 원래 좋아하던 음악이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즉흥극 형태라 대사를 외울 필요도 없었다. 그저 본인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꺼내놓으면 되는 구조였다. 결국 그날의 감정과 이야기가 공연을 완성한다.
김혜진 작가) 사실 즉흥성을 가진 극 형태 자체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걸 ‘콘서트’라는 틀 안에 넣어보고 싶었다. 박신혜 CP가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고 ‘이건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콘서트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객이 감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2026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의 MC 역할은 내레이터가 맡고 있고 김민강 배우와 윤지우 배우가 함께한다. 그리고 저희는 일반적인 콘서트의 ‘게스트’ 개념을 조금 다르게 가져갔다. 회차마다 등장하는 플레이어는 단순한 초대 손님이 아니라 이 ‘놀이터’에 놀러 온 사람이자 그 회차의 주인공이 되는 존재다. 얼라이브>
홍은기 배우와 윤지현 배우가 출연할 일부 회차에는 ‘스트레인저’도 등장하는데 플레이어의 친구처럼 존재하거나 기억 속에 침입하는 인물처럼 극중극 형태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도 한다. 사실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나 자신일 수도 있고 또 타인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감각을 담고 싶었다. 결국 공연 당일 어떤 플레이어가 오느냐,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공연이 계속 새롭게 변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Q. 매 회차 결말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창작진은 작품에서 어디까지 설계하고, 어디서부터 플레이어에게 온전히 맡기나.
김혜진 작가) 기본적인 큰 틀은 가지고 간다. 그런데 그 안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 구간마다 플레이어가 미리 알고 들어와 짜인 그림 같은 형태는 아니다. 동일한 구간 안에서도 각자 완전히 다른 의미를 만드는 부분이 생기고 미리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상태에서 준비하는 부분도 생긴다.
큰 구조와 흐름은 설계를 해두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상황을 체감하고 반응하느냐다.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어떤 사람은 A처럼 받아들이고 또 다른 사람은 B나 C처럼 느끼지 않나. 저희는 그 차이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묘미라고 생각하고 있다.
Q. 창작자로서는 통제되지 않는 순간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는 일이 의외로 두렵기도 할 것 같은데 그러한 불안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박신혜 CP) 당연히 불안한 요소는 있다. 그런데 저는 인간 자체가 원래 불안한 존재라고 생각한다.(웃음) 그래도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고 싶은 사람’이다. 사실 이런 융합 형식은 직접 만들어봐야 알 수 있고 실제로 도전해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공연 안에는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이야기가 함께 존재한다. 내레이터가 끌고 가는 서사가 일부 가공된 이야기라면 플레이어가 꺼내놓는 건 진짜 자기 이야기다. 그 두 가지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혜진 작가) 저는 내레이터를 믿고 있다. 세계관 속 스테이션의 주인공으로서 플레이어를 잘 이끌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셈이다. 그래서 내레이터 역할을 맡은 배우들을 믿고 간다.(웃음)
Q. ‘오늘의 힐링송’이 매회 다르게 완성된다고 소개됐는데 음악적으로는 어떤 구조를 만들었나.
김혜진 작가) 가사 하나하나가 플레이어의 이야기가 된다. 플레이어가 나만의 ‘힐링송’을 만드는 구조다. 송폼 같은 부분은 저희가 다듬어주는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자기의 경험을 풀어내는 흐름이기 때문에 사실상 플레이어가 매 회차 ‘나의 노래’를 만들면서 이 회차를 완성한다. 그래서 저는 이번 작품에 참여하는 여러 배우의 인생 책을 쓴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박신혜 CP) 작가와 작곡가가 먼저 곡과 가사에 대한 힐링송 레퍼런스를 만들어 둔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그날 공연에 참여하면서 느낀 감상이나 감정을 마치 작사에 참여하는 것처럼 글로 스케치해 직접 남겨준다. 그러면 창작진이 그 문장들을 다시 가사로 만들어 한 회차, 한 에피소드만의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 구조다.
사실 이 구간이 저는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한 번의 공연을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자기 감정을 직접 언어로 남긴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매드클라운의 ‘죽지마’ 앨범 영상 클립을 보고 큰 영향을 받았다. 저희 공연도 결국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만 더 소중하게 잘 살아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매 회차 표현되는 언어는 다를 수 있어도 결국 담는 의미는 비슷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인생 책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래서 ‘주사위’라는 장치를 통해 이야기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Q. 배우들의 섭외 과정과 반응도 궁금하다.
박신혜 CP) 아무래도 만드는 형식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다 보니까 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함께 재미있게 마음을 맞춰갈 수 있는 분들을 찾으려 많이 노력했다. 여러 배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 함께하고 있는 플레이어 배우들은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재미있겠다”라며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신 분들이다. 대본도 완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와 구성만 듣고 흔쾌히 긍정적인 답변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김혜진 작가) 단 한 번 하는 무대여도 은근히 품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힐링송 같은 경우는 작사에 대한 부담까지 주어진다. 또 백지로 의도된 상태에서 스토리와 드라마가 있는 액팅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일 것이다. 저는 “준비할 게 없다”라고 말씀드리지만 배우들 역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배우마다 매력이 다르고 같은 설정 안에서 돌아오는 반응도 크게 다르다. 즉흥적인 요소를 가져가다 보니 재미있는 지점 또한 많이 나온다. 우선 내레이터와 플레이어가 펼치는 케미스트리가 워낙 다르다. 예상해보건대 매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소개될 것이다.
Q. 공연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즉흥성을 살리기 위한 균형은 어떻게 잡고 있나.
박신혜 CP) 우선 믿을 수 있는 창작진이 모두 참여한다. 배우들에게 자율성을 많이 열어줌으로써 즉흥성을 확보했고, 창작진이 생각하는 방향과 배우의 생각이 다르다면 그 부분 역시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이것만큼은 꼭 해야 한다’는 부분은 최소화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흐름에 계산된 부분은 지키면서도 균형 있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극, 뮤지컬을 주로 해오던 사람들이라 아무래도 콘서트를 위주로 작업해온 분들과는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저희에게만 있는 색깔은 분명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형태에 저희 장점을 결합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
Q. 작가로서 매회 새롭게 작품을 ‘다시 쓰는’ 감각도 있을 것 같은데.
김혜진 작가) 일단 너무 어렵더라.(웃음) 보통 작품은 제가 어떻게든 만들고 쓰면 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 공연은 제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다 되는 구조가 아니었다. 작품 안에서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포맷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일이 타협이었다. 이슈가 생기면 ‘과연 어디까지 열 것인가’를 중심으로 한참 토론했다. 예상이 계속 뒤집히는 재미도 있었다.
개발에 앞서 배우들과 사전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공연 안에 어떤 식으로 이분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녹여내면 좋을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해주면 좋겠다는 니즈 포인트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작업했다. 어느 순간은 ‘이게 정말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다. 누구는 이 장면이 좋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계속 의외성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저도 작가로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열린 텍스트를 쓴다는 것이 아주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서 최대한 안정적인 흐름을 가져가면서도 동시에 열린 상태를 유지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어쩌면 각자 즐기는 방식이 다른 플레이어도 이렇게 ‘열린’ 구조가 편하고 좋다고 여기는 분이 있는가 하면, 조금 어렵다고 느끼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각자의 매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런 차이도 공연의 일부로 보고 있다.
Q.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이 실제 플레이어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순간들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박신혜 CP) 아무래도 내레이터와 플레이어 사이에서 서로 ‘밀고 당기기’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내레이터는 상대 플레이어에게 숨겨진 ‘카드’를 갖고 무대에 올라갈 예정이다. 창작진도 어떤 카드인지 단지 짐작만 할 뿐, 그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 저희는 오직 배우들을 믿고 간다.
Q,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얼라이브>
김혜진 작가) ‘원앤온리(One and Only)’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고, 매회 다른 경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과 일생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꺼내놓는 일은 많지 않다. 힐링 구간이 있는 만큼 관객들에게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형성된 공감대가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보이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들 역시 보편적인 현대인이다. 서로 묻어두었던 옛 기억을 펼쳐볼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또 이 작품이 앞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확장되길 바란다. 언제든 ‘놀이터’의 문은 열려 있으니 편하게 놀러 오시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김혜진 작가) “오늘 이 순간, 무대 위 플레이어의 경험을 통해 나만의 놀이터를 발견한다.”
박신혜 CP)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에게는 격려를, 너무 열심히 살기 위해 애쓰느라 지친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 <얼라이브 콘서트: 놀이터> 와 만나 나를 찾는 기회와 마주해보시길 바란다. 얼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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