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별 초대석> 배성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 ‘AI 시대’ 종이신문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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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특별 초대석> 배성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 ‘AI 시대’ 종이신문 미래는?

일요시사 2026-05-26 13:26:27 신고

3줄요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문에 나왔어요.” 그 말 한마디가 정보의 신뢰도를 보장하던 때가 있었다. 대판 신문을 양손으로 펼쳐 들고 안경을 코에 걸친 채 기사를 읽는 어르신의 모습은 식자층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현재, 신문은 읽는 사람은커녕 그 존재 자체가 희미해졌다. AI가 대다수의 삶에 침투해 있는 이때, 신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공중파 뉴스와 조‧석간 신문으로 정보를 얻던 시대는 끝났다. 무슨 일만 일어나면 뉴스 채널을 찾고 다음 날 신문에서 소식을 확인하던 일도 사라졌다.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생성된 정보가 뉴스와 신문을 통해 최종 확인되고 있다. 정보의 시발점에서 종점으로 대중 매체 포지션이 변화한 것이다.

폭발적인
발전 속도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등장과 AI의 발달은 뉴스와 신문, 즉 레거시 미디어의 종말을 앞당기는 듯한 모양새다. 대중은 특정 시간에 제한된 정보를 전달받는 대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얻는 상황에 익숙해졌다. 또 AI 시대의 도래는 정보의 소비자였던 대중을 공급자로 탈바꿈시켰다.

신문은 레거시 미디어 중에서도 그 역사와 유래가 긴 편에 속한다. 역으로 말하면 현 시점에서 대중이 가장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매체라는 뜻이다. 실제 인쇄 매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성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독서율에 비춰보면 신문을 읽는 비율을 뜻하는 열독률은 그보다 더 낮으리라고 추정된다.

정말 신문의 시대는 끝난 걸까. 배성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은 “신문은 사치재이자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패션으로 비교하면 이른바 ‘명품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AI의 등장으로 정보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시대에 신문이 ‘슬로우 저널리즘’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낙관했다.

지난해 9월8일 공식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대통령 직속 기구이자 국가 AI 정책의 최상위 컨트롤타워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7일 전남 나주 공간정보연구원에서 배 자문위원을 만나 ‘AI 시대, 신문의 미래’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다음은 배 자문위원과의 일문일답.

유튜브 이어 인공지능까지
설 자리 잃어가는 듯했지만

-AI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AI는) 이제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지능형 에이전트’이면서 ‘물리적 실체’로 진화했다. 특히 사고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GPT-5.4나 Gemini3.1 같은 최신 모델은 문제 난이도에 따라 ‘생각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한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나?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단계에 진입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처럼 모든 분야에서 지능을 발휘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2027년경이면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경험을 통해 한층 더 똑똑해지는 ‘연속 학습’ 능력도 갖추게 될 것이다.

-AI가 언론에 미친,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AI는 언론에 ‘압도적 효율’과 ‘트래픽 급감’이라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특히 ‘제로 클릭’ 현상은 언론에 가장 큰 위협이다. 이용자가 키워드를 검색하면 구글 ‘AI 오버뷰’가 정보를 요약해 상단에 배치해 버린다. 굳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유입량은 40%, 트래픽은 최대 75%까지 폭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 ‘AI 슬롭(slop)’이 넘쳐나며 정보 자체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기계 아닌
인간의 힘

-유튜브에 이어 또 한 번 언론의 위기 상황인가?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본다. 역설적으로 언론이 주도권을 되찾을 기회일 수도 있다. 정보가 흔해질수록 직접 현장에서 검증하고 윤리적 책임을 지는 기사는 희귀한 예술품이나 사치재처럼 가치가 급등할 것이다. 독자들은 AI가 쓴 뉴스보다 사람이 쓴 뉴스를 압도적으로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고품질 기사는 AI 학습의 필수 연료이기에 언론사는 AI 기업에 데이터 비용을 요구할 강력한 협상 카드를 쥘 수 있다.

-구체적으로 신문의 상황을 진단한다면?

▲이미 해외에서는 인쇄 매체를 ‘사치재’이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정의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사‧문화 잡지인 <디 애틀랜틱>은 디지털 수익을 바탕으로 종이 잡지 발행 횟수를 연 12회로 늘렸다. 토터스 미디어가 인수한 <옵저버>처럼 속도보다는 깊이와 통찰을 제공하는 ‘슬로 저널리즘’이 고급 틈새시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국내 신문업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인가?

▲세 가지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깊이 있는 분석과 독점 인터뷰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신문 구독 시 디지털 뉴스, 팟캐스트, 커뮤니티 혜택을 묶어주는 ‘올 엑세스’ 번들로 독자층을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행사 등으로 독자와 직접 소통하며 끈끈한 관계를 맺는 작업이 필요하다.

탐사보도
중심으로

-기사 방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단순 사실 기사는 AI에 넘기고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현장 취재, 맥락 분석, 윤리적 책임’이라는 신뢰 프리미엄에 집중하는 기사를 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자의 통찰과 독자와의 인간적 연결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언론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기계는 정답을 내놓지만 그 답에 담긴 아픔과 이유에 공감하는 기사의 가치는 대체될 수 없다.

-짧은 영상과 글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탐사보도 같은 긴 기사가 읽힐까?

▲대중은 이미 단순 정보를 나열하는 AI 기사와 기자의 통찰이 담긴 저널리즘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열독률이 낮아지는 문제는 ‘기사의 액체화’ 전략으로 돌파할 수 있다. 액체는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뀌지 않나. 기사의 핵심 알맹이를 쇼츠 영상, 오디오 팟캐스트, 맞춤형 요약 등 독자가 보기 편한 형태로 바꿔 전달하는 방식을 고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거처럼 신문의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지….

▲신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던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신문과 책은 ‘신뢰를 담은 명품’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AI 정보가 넘쳐날수록 대중은 스마트폰 알림 없이 오직 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적 휴식처’이자 ‘디지털 해독제’로서 인쇄 매체를 찾게 될 것이다.

정보 홍수에 지친 대중에
지적 휴식처로 기능할 것

-기자라는 직업은 어떤가. 미래가 있을까?

▲기자라는 직업 자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AI는 정보를 재배열할 수는 있지만, (사람처럼) 세상을 직접 관찰하고 권력에 책임을 물으면서 윤리적 책임을 지는 등의 판단은 할 수 없다. 저품질 정보가 늘어날수록 기자가 직접 발로 뛰어 검증한 기사의 가치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기자의 역할도 변화할 것으로 보는지….

▲깊이 있는 보도는 AI 시대에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기자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 시스템을 지휘하는 감독자이자 기술이 결코 닿을 수 없는 진실의 영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AI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그 정보에 대한 검증은 사람 손을 거칠 수밖에 없다. 기사는 결국 기자의 손에서 완성된다.

-AI 시대, 기자는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

▲‘서비스로서의 경청’, 즉 사회 깊숙이 들어가 독자와 신뢰를 쌓고 취재원의 진심을 끌어내는 관계 형성은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성역이다. 한마디로 잘 들어야 하고, 잘 물어봐야 한다. 탐사보도, 심층 분석, 복잡한 맥락 설명 같은 고도의 지적 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또 ‘뉴스의 크리에이터화’를 통해 기자 개인 브랜드를 강화하고 독자와 직접 소통도 진행할 수 있는, 인간적 개성을 가진 기자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배 자문위원은 신문을 ‘오프라인 블록체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이 불변성이다. 거래 기록을 여러 사람이 분산 저장하는 구조라 조작이 어렵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신문은 발간 후 배포되는 순간 수정이 불가능하다. 한번 나가면 영원히 남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년 뒤에도 신문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책이나 보고서 같이 지금과 다른 형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신문의 기능을 하는 인쇄 매체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계를 통해 눈으로 보는 것과 종이로 된 글을 읽는 건 다르다. 그때쯤 되면 지금보다 더 고급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30년 뒤에도
“존재할 것”

배 자문위원은 “AI의 발달은 노동, 창의성, 진실의 가치를 재편하는 ‘인식론적 대전환’으로 인류를 이끌고 있다. 인간은 AI를 관리하는 ‘기계의 지휘자’로 진화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간의 검증과 책임이 담긴 ‘신뢰 프리미엄’은 극대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평탄화로 인해 문화적으로 동질화되고 인지 능력이 퇴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AI를 도구로 인간의 직관과 공감을 결합하는 소수만이 초인적 창의성을 발휘하는 세계가 도래하리라 본다”고 미래를 내다봤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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