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측이 25일(현지시간)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합의가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같은 날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이스마일 바카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테헤란에서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많은 논의 주제에 대해 결론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합의 서명이 임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누구도 그렇게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양해각서(MOU)에는 60일간의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협상 계획이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이후 자국 협상단에 합의를 "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도를 방문 중인 루비오 장관은 25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어젯밤 어떤 소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오늘 소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라"며 "이란으로부터 답변받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는 미국 정보당국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번 전쟁 첫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고, 비공개 장소에 은신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특사들과의 연락이 어려워 미국과의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는 양해각서는 최종 합의는 아니다. 이란 제재 완화의 범위와 시기,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 이란의 핵 개발 야욕을 억제하라는 미국의 요구 사항 등 가장 까다로운 몇 가지 쟁점은 추후 협상으로 남겨둔 상태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이란의 역량과 관련해서는 아주 확실한 합의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의 20%가 통과하는 중요한 길목으로, 이란은 이 해협을 봉쇄하고 있다.
한편 협상 기대감에 25일 국제 유가는 급락했고,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현재 거론되는 양해각서 합의 내용에 공화당 내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이란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테드 크루즈 연방상원의원(텍사스, 공화당)은 "재앙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로저 위커 연방상원의원(미시시피, 공화당)은 60일간의 휴전에 돌입할 경우 "이번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 군사작전으로 이뤄낸 모든 성과가 허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연방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역시 이란이 역내 지배적인 세력으로 인식되는 그 어떠한 합의에 대해서도 비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 전쟁이 왜 시작됐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자들"이라고 일축하며, "이란과의 이번 합의는 위대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합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합의의 효과가 곧바로 체감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해운 기업 '머스크' 이사 출신이자 현재 컨설팅 업체 '베스푸치 마리타임' CEO인 라르스 옌센은 BBC 라디오 4 '투데이'에서 해운업계가 "위기 이전과 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태"의 공급망으로 복귀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며칠 내에 이란과 미국이 합의 소식을 전하더라도, 업계는 "중대한 결정을"을 내리는 데 여전히 "신중하고 주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공습을 감행하며 중동 전역의 갈등을 촉발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이스라엘 및 미국의 걸프 동맹국들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나섰다. 그 여파로 전 세계 유가는 급등했다.
그러던 4월 초 휴전 합의가 이루어진 직후 미국은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나섰다. 해당 조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도달하고, 검증 및 서명 절차까지 마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이란 당국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은 오로지 평화적 목적만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해 왔다.
일부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MOU를 통해 이란이 결국 고농축 우라늄을 넘겨주는 데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
전쟁 발발 직전 기준으로, 이란은 순도 60%까지 농축된 우라늄 약 440kg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론상 핵폭탄 제조가 가능한 무기급 순도 90%까지 농축하는 데 단 몇 단계만 남겨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농축 우라늄이 "즉시" 미국에 인도되거나, "되도록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의 협력 및 조율을 통해 현장에서 폐기"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국영 TV를 통해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세계에 확신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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