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한국 경제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3고) 현상을 두고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의 경제 현실 인식체계가 얼마나 국민 삶과 동떨어져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최악의 망언"이라고 비판하자, 청와대가 "서민 경제 부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수습에 나섰다.
김 실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며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인 셈이다. 혼란은 이 마찰음을 위기 신호로 오독할 때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대표적"이라며 "금년 중 코스피가 70% 이상 급등하면서 외국인 보유 국내 주식 평가액이 작년 말 1,300조원에서 최근 2,600조원으로 두 배가 됐다. 이 막대한 평가차익을 일부 회수하는 과정에서 금년 누적 110조원을 상회하는 전례 없는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고, 그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외화자금시장은 안정적"이라며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아니라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이다. 지금은 환율 수준 자체보다 외화자금의 수급 흐름과 유동성 지표를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할 때다. 그렇다고 환율 상승을 수수방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은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李대통령, 국무회의서 金 주장에 '공감'…"외국인 주식 매각 대금 환전 수요"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 정책실장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재정경제부의 거시경제·물가 대응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다"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서 달러로 바꿔 나가는 수요가 꽤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주식시장이 3배 정도 오르면서 외국인 보유 주식의 평가이익도 3배 정도 올랐다는 얘기"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을 조정하느라 파는 것이냐"고 물었다.
구 부총리는 "대통령 취임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이 2300조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6300조원 규모로 약 4000조원이 늘었다"며 "외국인 지분율을 30%만 잡더라도 평가액이 1200조원이나 늘어난 셈"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중 상반기에 110조원을 팔았다"라며 "팔아서 환전하다보니 달러 수요가 높아지고 일시적으로 외환시장이 1500원을 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현재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 폭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구 부총리는 "올해 1사분기 경상수지 흑자 폭은 현재 738억달러(약 111조원) 정도를 기록 중"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국인들의 주식 매각대금 환전 수요"라며 "일정 시기가 돼서 주가가 안정되면 (환율 상승세도) 멈추겠네요"라고 물었다.
이에 구 부총리는 "그렇다"라며 "다행인 건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많이 샀다. 향후 반도체 시장이 좋아지면 우리 국민이 돈을 버는 이점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내가 지난해 9월 27일 뉴욕거래소(NYSE)에 가서 '외국인들이 사기 전에 우리 국민이 더 사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너무 늦은 것 같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송언석 "3고, 경제 위기 바로미터…金 즉각 경질하라"
국민의힘은 "경제 위기 바로미터"라며 김 정책실장 경질을 요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3고 현상은 그 자체로 경제 위기의 바로미터다. 민생경제 파국과 금융위기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이며, 이재명 정부 경제 실패의 표상"이라며 "국민의 고통이 이처럼 커지고 있는데도 이를 두고 '도약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경제정책 실패의 일그러진 얼굴을 분칠로 가리려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靑 "서민 경제 부담 엄중 인식…리스크 선제 대응 체계 마련"
청와대는 야당 비판을 의식한 듯 언론 공지를 통해 "정부는 현재 상황이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취약계층 금융지원 확대, 주요 품목 수급·물가에 대한 상시 점검 및 안정조치, 부동산·외환시장의 안정적 관리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과 내년도 예산안에 국민 부담 완화 과제들을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며 "예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응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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