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 무인기 작전’을 보고받았다. 김 전 의장이 12·3 내란 사태를 알고도 막지 않은 근거로 볼 수 있다. 김 전 의장 수사를 위한 합참 전·현직 관계자들 수사는 끝났다. 마지막 퍼즐인 김 전 의장만 남은 셈이다.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하 평양 작전)’을 두고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김용대 전 드론사령관의 진술은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 때부터 엇갈렸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보고를 받았다거나 작전을 몰랐다는 등 이른바 책임 떠넘기기가 한창이었다.
엇갈린
진술들
김 전 사령관은 2024년 6월 평양 작전에 대비해 무인기 전투실험 단계부터 합참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전투실험은 무인기를 개조해 삐라(전단)를 담을 전단통을 달아 날리는 내용이었다. 김 전 사령관은 이뿐만 아니라 합참에 문서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을 상대로 한 작전’이라고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다르다. 같은 해 6월 전투실험 보고는 받았으나 평양 작전과 직결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에야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으로부터 평양 작전을 보고받았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의장이 평양 작전을 보고받은 시점을 2024년 10월 이전이라고 봤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이 김 전 의장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한 한 축이기도 하다.
내란 특검팀은 평양 작전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결론 냈다. 김 전 의장 말대로 합참의장이 보고받지 못한 채 진행됐다면 절차적 하자가 있는 불법 작전이다.
내란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의장이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애초 진행됐으면 안 되는 작전이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라고 했다.
김 전 사령관은 합참에 사전 보고·승인받은 정상 작전을 강조하는 반면 김 의장은 ‘기획’ ‘준비’ 단계가 아닌 ‘시행’ 단계에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김 전 사령관은 이 외에도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이던 2024년 9월 이전 평양 작전과 관련해 대면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신 전 실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드론사로부터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보고받고도 안 막아
합참 관계자들 수차례 문제 제기에도 침묵
김 전 사령관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평양 작전에 관여했던 한 드론사 장교의 진술 때문이다.
이 장교는 “같은 해 9월까지 합참과 작전 수립과 관련한 의견 교환은 없었다”고 내란 특검팀에 진술했다. 3개월여 전인 2024년 6월 김 전 사령관이 “V(대통령)에게서 직접 내려온 지시”라며 “합참과 국방부는 보고 라인에서 배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도 내란 특검팀은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10월19일 북한이 추락 무인기 사진을 공개한 뒤 드론사가 합참에 언론 대응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에 따르면 드론사에서 “이번 작전에서 드론사가 합참을 패싱했다고 생각해서 사이가 서먹해진 것 같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한다.
내란 특검팀은 드론사가 북한 무인기 작전 계획을 작성한 대통령 보고용 ‘V 보고서’ 문건도 확보했다. 이 보고서에는 ‘정전협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는데 합참과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의견이 적혀있었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이 이 보고서를 김 전 장관과 윤석열씨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내란 특검팀은 평양 작전이 합참을 패싱하고 김 전 장관 혹은 윤씨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김 전 사령관과 수차례 만난 사실도 파악했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이정엽)의 심리로 이날 진행된 윤씨와 김 전 장관의 일반이적 등 혐의 1심 결심공판에서 윤씨에게 징역 30년,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내란 특검팀은 같은 달 10일 별도로 분리해 진행하고 있는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사령관의 재판에서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사실상
불법 작전
내란 특검팀은 최후 변론에서 “이 사건 범행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 방첩사령관이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 선포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한반도에의 전시 상황을 작출하려 한 반국가·반국민적 범죄”라며 “범죄의 중대성, 이 사건 범행으로 실제 국가안보에 대한 실질적인 위해가 발생하는 등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이 심히 저해되는 결과가 발생한 점, 국가적 혼란과 군기 문란이 초래된 점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내란 특검팀은 윤씨 등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할 목적으로 평양 작전을 단행했다고 보고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겼다. 내란 특검팀은 피고인들이 북한 도발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던 상황에서 공식 보고 체계를 벗어난 군사작전으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 사건 재판은 재판 내용에 군사상의 기밀이 많아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다만 선고공판은 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 전 사령관은 내란 특검팀 조사에서 “여 전 사령관이 6월부터 무인기 작전을 알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드론사 파견 방첩대를 통해 여 전 사령관이 해당 작전 기획 단계부터 면밀하게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여 전 사령관이 내란 특검팀 조사에서 해당 작전에 대해 “드론사 작전이라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여 전 사령관은 해당 작전을 사전에 인지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재검증
할까?
내란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사령관이 육사 동기인 만큼 작전 관련 별도로 소통하거나 공식 지휘 계통 외에 여 전 사령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 조사 과정에서 이른바 ‘여인형 메모’를 제시하는 등 방첩사 관여 여부도 들여다봤다.
두 사람의 상반된 진술은 종합특검팀에서 다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합특검팀은 김 전 의장부터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8일 안찬명 전 합참 작전부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15일에는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전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을 불러 조사했는데, 강 전 총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계엄군 헬기가 착륙하는 장면을 언론 보도로 접한 뒤 이상함을 느끼고 계엄실무편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 전 장관과 김 전 의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대면 보고를 진행하며 편람을 직접 건네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강 전 총장을 노려보는 등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종합특검팀은 또 김 전 의장이 편람을 들여다봤지만 별다른 말 없이 강 전 총장에게 다시 돌려줬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의장 등은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군 지휘 체계를 통해 관련 지시를 전달하거나, 위법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합참 실무 간부들은 종합특검탐 조사에서 “(계엄 관련) 문제 제기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은 당시 합참 관계자들을 추가 조사해 군 내부에서 실제 어느 수준의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또 김 전 장관 등의 영향력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내란 당시 ‘추가 병력 투입’ 의심
작전통제권 있는데 철수 지시 안 해
종합특검팀은 특히 계엄 선포 전후 합참 내부 보고·전파 체계와 군 수뇌부의 상황 인지 시점, 계엄 관련 지시가 군 내부에서 어떻게 전달·이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특검팀이 김 전 의장 조사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이른바 ‘2차 계엄’ 준비 의혹도 있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윤씨가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 이후에도 군에 추가 병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후속 조치를 검토했는지, 또 합참이 이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최근 전·현직 합참 관계자 조사 과정에서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후 합참에 추가 병력 투입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장은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이 선포돼도 작전통제권은 합참에 있다”는 참모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진술에 따르면 이 참모는 내란 당시 김 전 의장에게 ‘군령권(병력 지휘권)이 합참에 있으니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군인에게 적법하게 복귀 명령을 내리라’는 취지로 조언했다.
종합특검팀은 내란 당시 군 서열 1위로서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가진 김 전 의장이 자신의 지휘 없이 병력이 위법하게 국회와 선관위에 침입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김 전 의장이 병력 지휘권을 갖고도 그 권한을 저버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한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종합특검팀은 또 합참의 ‘계엄 실무 편람’ 등에 따라 계엄 상황에서 계엄사령관이 갖는 권한은 군사경찰과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일 뿐, 군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합참의장에게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김 전 의장이 합참 내부적으로 이 같은 법률 조언을 직접 받았다면, 계엄 당시 작전을 제지할 권한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생각이다.
추가 투입
검토했나
한편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제2조 제1항 제2호)에 명시된 ‘드론을 이용한 평양 침투’ 의혹 등 외환 혐의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드론사가 2024년 10~11월 평양 등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이른바 평양 작전이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사령관이 지휘 체계상 직속 상급자인 합참을 ‘패싱’했다고 의심, 이 전 본부장을 수차례 조사했으나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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