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대국의 역설…스페인 시민들 “관광객보다 이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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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대국의 역설…스페인 시민들 “관광객보다 이웃이 필요하다”

소다 2026-05-26 11:2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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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Manu Fernandez)


관광객이 몰리는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 주거난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관광 산업 호황과 단기 숙박 임대 확산, 인구 증가가 겹치면서 집값과 월세가 급등했고, 청년층 사이에서는 “독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도심에서는 수천 명이 참가한 주거권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관광객이 아니라 이웃을 원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정부에 실질적인 주거 대책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가 빠르게 늘면서 정작 시민들이 거주할 집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해안 관광 도시에서는 임대료와 집값이 동시에 오르며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

● 관광객 늘수록 집은 사라졌다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자가 보유 비율이 높은 나라로 꼽힌다. 반면 공공 임대주택 공급은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객 증가와 이민에 따른 인구 유입, 투기성 주택 매입까지 겹치면서 주거 시장의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9700만 명을 맞아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관광 산업은 경제 성장에 기여했지만, 도심 주민들은 그 혜택이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집주인들이 일반 임대보다 수익성이 높은 관광객용 단기 숙박으로 돌아서면서 주거용 매물이 줄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28세 교사 에스트레야 바우두는 현재 할머니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 같은 많은 청년에게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며 “가격은 높은데 임금은 낮아 임대 주택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 “월급 대부분이 월세”…청년층 독립 포기


청년층의 부담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스페인 청년층의 세후 평균 월급은 1190유로, 우리 돈 약 209만 원 수준이다. 반면 평균 월세는 1176유로, 약 206만 원에 이른다. 월급의 98.7%를 월세로 써야 하는 셈이다.

스페인청년협의회(CJE)는 “청년들에게 독립은 더 가난해지는 것을 뜻한다”고 비판했다.

집을 사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시장 압력과 투기 수요가 맞물리면서 대도시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유럽연합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스페인의 주거 비용은 2025년 말 기준 전년 대비 약 13% 상승했다.

주택 공급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인구 약 5000만 명 규모의 스페인에서 수요와 신규 주택 공급 속도를 비교할 때 약 7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지난달 70억 유로, 우리 돈 약 12조3000억 원 규모의 주거 대책을 내놨다. 이 계획에는 향후 4년 동안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고, 높은 주거비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임차인과 주택 구매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36세 대학 교수 페르난도 데 로스 산토스는 “정부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임차인들은 집주인에게서 퇴거 통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제시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 인상뿐”이라고 주장했다.

임대료 부담을 당장 낮출 수 있는 법안도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임대차 계약 자동 연장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2%로 제한하는 내용의 별도 법안은 최근 부결됐다.

이에 따라 산체스 정부는 당분간 주거비 불만에 더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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