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였다. 지난 18일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부적절한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지 8일 만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죄’, ‘용서’ 등의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하며 세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이 사회적·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직접 나서 문제의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 회장의 진정성이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진행한 자체 조사에선 문제의 마케팅을 전개한 부서 직원들 일부가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고의성 여부를 최종 확인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이후 조사 결과가 나올시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 징계조치를 진행하겠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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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정용진 진심 통할까
정 회장은 26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번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경위를 상세하게 말씀드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마케팅으로 많은 이들이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낀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룹 차원의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위험)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며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고 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다시 한번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앞서 논란 발생 직후에 이미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논란 직후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경질하고, 담당 임원을 해임하는 등 발빠른 조치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정치적 쟁점까지 확대되는 등 일파만파 커지고, 실제 일부에서 신세계그룹과도 연결지어 보는 시각들이 생기면서 직접 나와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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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적인 리스크 관리 허점, 신세계도 “통감” 인정
정 회장의 대국민사과와 함께 신세계그룹은 약 일주일간 진행했던 자체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논란이 된 스타벅스 마케팅에 대한 고의성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5·18 운동을 폄훼한 마케팅인만큼 고의성 여부가 중요했는데, 해당 직원들 일부가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는 등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해서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문제의 마케팅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커머스팀에서 제안했다. 결재 라인은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등 4명이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커머스팀 전원, 전략기획본부, 대표 등 결재라인의 휴대폰 및 노트북 포렌식 검증과 교차 심문을 진행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은 이날 발표에서 “해당 직원들은 ‘가방에 쏙’ 같은 마케팅 문구와 라임을 맞추는데 급급했다‘, ’AI에 물어봤다‘ 등 고의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커머스팀원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이들 사이의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최초 기획 단계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어 “회사 차원의 법적·절차적 한계가 제약 요건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다만 그룹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이번 마케팅에 관여된 5명 모든 직원의 직무배제 및 대표, 담당 인원의 해임을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경찰 조사에서 5·18 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 여부가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시 징계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계획임을 확실히 했다. 전 총괄은 “그룹 최고경영진 그 누구라도 부적절한 개입이나 의도가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을 것”이라고 했다.
내부 결재 과정의 허점도 인정했다. 전 총괄은 “총 4단계 결재 과정에서 원래 합의 주체로 포함돼야 할 사회적책임(CSR) 담당과 법무 검토가 배제됐다”며 “커머스 조직이 마케팅과 매출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합의 단계에서도 내용을 보지도 않고 관행적으로 결재한 측면이 있었다”고 고개 숙였다.
일각에선 정 회장의 책임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신세계그룹은 이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었다. 김수완 신세계그룹 대외협력 본부장은 “커머스팀 행사는 계열사 대표 의사결정으로 진행된다”라며 “정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은 그룹 회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최근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일부에서 불거지면서, 선불카드 환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 총괄은 “현재 고객 불만과 탈퇴 요구를 인지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관련 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사안 이후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의 소통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다만, 귀책사유에 따라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되사갈 수 있는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신세계그룹 측은 보고 있다.
전 총괄은 “귀책 사유에 따른 의무 불이행이 명시돼 있지만, 이번 사안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미국에서도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리스크 관리 절차 등 모든 부분에 대한 개선안에 대해 조만간 같이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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