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5월은 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달이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꺼내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은 아직은 조금 추상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5월, 문화실험공간 호수에서 초등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3D펜 아트 수업은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시간을 넘어 마음을 형태로 표현해보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이번 수업에서는 카네이션 미니 바구니 만들기와 카네이션 브로치 만들기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예쁘게 만들고 싶어요.”, “엄마가 좋아할 색으로 할래요.” 같은 말을 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작업이 이어질수록 단순히 ‘예쁜 것’을 만드는 데에서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바구니 안에 작은 하트를 넣었고, 누군가는 카네이션 꽃잎을 여러 겹 겹쳐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아이들은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3D펜은 선을 쌓아 입체를 만드는 도구다.
한 줄 한 줄 천천히 쌓아 올려야 형태가 완성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작업 과정은 참 솔직하다. 급한 마음으로 빠르게 만들면 구조가 무너지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선을 쌓으면 단단한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번 수업에서도 아이들은 꽃의 구조를 이해하고, 바구니와 결합하며, 색의 조합을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손이 떨려 선이 흔들리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며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나는 그 과정을 바라보며 ‘창작은 결국 마음의 속도를 배우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다. 이미지는 몇 초 만에 넘겨지고, 감정조차 짧은 문장으로 정리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번 수업에서 오랜만에 천천히 무언가를 완성해 보는 경험을 했다. 뜨거운 펜 끝에서 조심스럽게 실이 뽑혀 나오고, 그것이 하나의 꽃이 되고, 다시 누군가에게 전할 선물이 되는 과정. 그 안에는 기다림과 집중, 그리고 마음이 담겨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아이들은 작품을 만드는 내내 계속해서 “이 색 좋아하실 것 같아요.”, “엄마는 분홍색 좋아하는데 저는 노란색도 넣고 싶어요.” 같은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꽃잎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번 다시 붙였고, 또 누군가는 브로치가 망가질까 끝까지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고 다녔다. 그 모습을 보며 느꼈다. 아이들에게 이번 작품은 단순한 만들기 결과물이 아니라, 누군가를 떠올리며 만드는 ‘마음의 표현’에 가까웠다는 것을.
나는 오랫동안 행복과 따뜻한 감정을 작업 안에 담아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작품 속에 ‘몽다’와 ‘거복이’를 만들었고, 무지개와 세잎클로버를 그렸다. 이번 수업에서도 결국 내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기술 이전에 ‘마음을 표현하는 용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자유롭고 창의적이었다. 같은 카네이션을 만들어도 모두 다른 형태와 색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무지개색 꽃을 만들었고, 어떤 아이는 검정과 빨강을 섞어 독특한 분위기의 브로치를 만들었다.
어른들의 기준에서는 “카네이션답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표현들이 참 반갑다. 정답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감각을 믿어보는 경험. 그것이 창작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난 뒤 텅 빈 테이블 위에 남겨진 반짝이는 플라스틱 조각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떠올려 본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체험수업이었겠지만, 내게는 예술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예술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색을 고르는 일, 서툰 손으로 꽃 한 송이를 완성하는 일, 그리고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 어쩌면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통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5월의 호수는 유난히 따뜻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만든 카네이션들은 생화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마음의 형태로 내 안에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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