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1분기 실적 반등을 달성했지만 업황 회복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공급망 불안과 나프타 투입 시차에 따른 래깅효과로 주요 업체 손익이 개선됐지만 중국발 공급과잉과 NCC 가동 부진, 높은 차입 부담은 여전히 큰 압박이다. 대산과 여수를 중심으로 사업재편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하반기 석화업계 향방은 단기 실적보다 구조조정 실행, 재무 체력 회복 여부에 갈릴 전망이다.
▲ 롯데케미칼·LG화학 등 주요 석화기업, 1분기 실적 개선세 뚜렷
국내 석유화학업계 1분기 성적표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개선됐다. 1~2월까지만 해도 중국발 공급과잉과 전방 수요 부진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3월 들어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등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쟁 이전 낮은 가격으로 확보한 나프타가 생산에 투입되는 동안 제품 가격이 먼저 뛰며 긍정적 래깅효과가 발생했고 이는 주요 기업들들 영업손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판매가격 상승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과 원료 래깅효과가 기초화학 부문 실적을 끌어올렸다. 롯데정밀화학 등 자회사 실적도 방어에 기여했다.
LG화학의 경우 석유화학부문에서는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전사 기준으로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LG화학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조2468억원, 영업손실 497억원을 기록했다. 래깅효과와 일회성 수익 인식으로 석유화학부문 손익은 전분기 대비 개선됐지만 배터리 부문 부진이 전사 실적을 압박했다.
이는 석유화학 업황 반등만으로 화학사들 실적 정상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숨통을 틔웠어도 이차전지, 첨단소재 등 연결 사업 수익성이 동반 회복되지 않으면 재무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화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한화솔루션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8820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미국 통관 정상화와 모듈 출하 증가 등에 힘입어 흑자 기조를 회복했다. 금호석유화학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7799억원, 영업이익 594억원을 올렸다. 다만 이들 업체 역시 수요 회복보다 공급망 차질과 제품가 상승, 일부 사업부 일시적 손익 개선 효과가 혼재돼 있어 개선세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이번 반등이 구조적 회복이라기보다 외부 충격에 따른 일시적 개선에 가깝다는 점이다. 석화업계는 제품 가격 상승 수혜를 받는 동시에 원료 조달난과 가동률 하락이란 부담도 함께 안고 있다.
주요 NCC 업체들은 3월 가동률을 70~80% 수준으로 낮췄고 4월에는 60~70% 수준까지 추가 하향한 것으로 파악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공급망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나프타 조달 부담과 저율 가동이 다시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 관점에서의 부담은 더 크다. 국내 석화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공급과잉이다. 중국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비 증설을 지속해 왔다. 이 흐름은 국내 NCC 기반 업체들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로 일부 신증설 속도가 늦춰질 수는 있지만 이미 진행된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역내 공급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여기에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가 2027년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어 울산권 구조개편 논의도 복잡해지고 있다. 신규 설비가 들어서는 상황에서 기존 NCC 설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업계 전체 수익성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 석유화학업계, 대산·여수산단 등 NCC 대규모 구조조정 ‘촉각’
이에 업계 초점은 실적 반등보다 구조개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NCC 통합이 석유화학 사업재편 1호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이 제출한 대산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 여수에서는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를 중심으로 한 구조개편이 진행 중이다. 대산과 여수 재편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국내 NCC 설비 중복 투자와 저율 가동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지만 이해관계 조율과 자본 확충, 손상차손 처리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기업별 온도차도 뚜렷하다. 롯데케미칼은 흑자전환에도 구조재편과 자산 매각, 투자 축소를 통한 재무 안정화가 시급하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 가동률 조정과 나프타 조달 다변화를 병행하며 배터리 부문 수익성 회복까지 끌어내야 한다.
한화솔루션은 여수 구조개편 참여와 유상증자, 신재생에너지 부문 회복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상대적으로 낮은 차입 부담이 장점이지만 합성고무와 페놀유도체 등 전방 수요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가 이번 실적 반등으로 확보한 시간을 설비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다면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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