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는 표현만으로 부족했다. 소성로(킬른) 앞에 서자 얼굴로 열기가 밀려왔다. 섭씨 1450℃. 용암보다 뜨거운 온도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은 지금 이 초고온 설비를 바꾸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충북 단양공장은 한일시멘트의 첫 생산기지이자 핵심 사업장이다. 축구장 700개 규모(522만㎡) 부지에 소성로 6기와 시멘트 분쇄설비 10기가 들어서 있다. 연간 크링카 생산능력은 710만톤, 시멘트 기준으로는 810만톤에 달한다. 국내 포틀랜드 시멘트 출하량 1위 기반도 여기서 나온다.
공장 곳곳에서는 한일시멘트의 ‘ECO 프로젝트’ 흔적이 보였다. 단양공장은 5000억원 규모 친환경 투자 프로젝트가 가장 집중되는 곳이다. 한일시멘트는 2021년부터 2027년까지 단양공장을 포함한 주요 사업장에 총 5276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설비 전환을 진행 중이다.
시멘트 제조는 ‘석회석 채광-조쇄-소성-분쇄-출하’ 과정을 거친다. 채광은 광산에서 발파 등의 방법으로 채굴된 석회석을 최초로 분쇄하는 공정이다. 채굴된 석회석은 거대 구멍인 수직갱을 통해서 평지로 운반된다. 밀폐형 이동라인이라 비산 먼지 및 소음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조쇄 즉 석회석을 부수는 과정을 거쳐 생성된 미분말은 예열탑을 통과해 소성로로 들어간다. 소성로는 석회석을 비롯한 원료들을 녹이고 융합시켜 크링카를 만드는데 시멘트 공장의 핵심 설비다. 시멘트 공장의 CAPA(생산능력)도 ‘소성로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소성로의 온도는 섭씨 1450℃인데 이는 1200℃인 용암보다 훨씬 높다. 근처에만 가도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근처 냉각기가 바삐 돌아가며 열기를 낮추고 있었다. 소성로 안에서 나온 결과물인 크링카는 둥글둥글한 검정 돌의 형태를 띠고 있다.
크링카를 잘게 부수기만 한다고 시멘트가 되진 않는다. 공장 관계자는 “크링카만 사용하면 물과 만났을 때 너무 빨리 굳어서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크링카를 응결 지연제인 석고와, 슬래그, 석회석 등의 혼합재와 섞어 분쇄해야 우리가 흔히 아는 시멘트가 완성된다.
소성로를 용암보다 뜨거운 고온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연료인 유연탄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연탄은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태우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단양공장은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을 순환연료로 사용하고, 순환연료 맞춤형 연소 환경 구축을 위해 소성 설비 개조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기존 소성로는 충분한 연소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순환연료 연소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일시멘트는 완전 연소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높이 솟은 예열탑에 연소보조 설비를 설치했다. 순환연료는 예열탑에 들어가기 전 작은 소성로 형태의 보조연소장치를 통과하며 충분한 연소 시간을 갖는다.
탄소중립을 위해 폐열을 재사용하기도 한다. 단양공장은 800억원을 투자해 2011년 ECO발전 설비를 건설했다. ECO발전 설비는 소성로에서 배출되는 열원을 회수해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다. 소성로에서 발생한 고온의 배기가스는 예열탑을 다시 데우는 데 사용하고, 이후에는 ECO발전 시설로 보내 보일러를 돌리는 데 쓴다. 그리고 보일러에서 나온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단양공장은 순환자원으로 원가 절감 등 비용을 떨어뜨리고, 환경 보호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단양공장은 미래형 친환경 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친환경 전환을 통해 유연탄 사용량을 30% 이상 줄이고, 이를 통해 연간 약 36000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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