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 시술 처벌 불가"…내년 '문신사법' 시행
타투인들 "당국 압박에 동료 잃기도…위생관리 철저히 할 것"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이제서야'라는 생각에 씁쓸합니다."
지난 23일 찾아간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타투이스트 노동조합(타투유니온) 사무실 '그린랩'.
최근 대법원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업계는 제도권 편입을 눈앞에 두게 됐지만, 이곳에서 만난 타투이스트들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내년 10월에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도 시행된다.
그러나 현직자들은 '너무 늦은 정상화'라는 아쉬움을 쏟아냈다.
이날 그린랩에서 타투 방식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타투이스트 도이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이었던 것은 문화 지체 현상의 극단적 사례"라며 "이번 판결은 호주제가 폐지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2005년 타투이스트 활동을 시작한 도이는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와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등에게 작업 의뢰를 받았을 만큼 해외에서도 명성을 쌓은 아티스트다.
도이는 "타투를 의료행위라고 부르지 않게 돼 해방감을 느낀다"면서도 "'문신=의료행위' 판례를 뒤집는 데 34년이 걸렸다는 점에는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타투 시술이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된 세계 유일의 국가였다.
우리나라와 함께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보던 일본에서도 2020년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는 최고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한국은 6년이나 늦어진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타투 작업을 하다가 당국에 적발돼 수사받는 과정에서 압박을 이기지 못해 세상을 떠난 타투이스트가 여럿 있었다고 도이는 전했다.
세미나에서 만난 다른 타투이스트도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4년 차 타투이스트 수요는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상담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늦었다는 허탈감이 있다"고 말했다.
5년 차 타투이스트 멜란지는 "주변에서 신고당하거나 수사를 받은 타투이스트 사례를 종종 들었다"며 "이제는 그런 일이 줄어들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타투 업계는 녹색병원 등 의료계와 협력해 철저한 위생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감염 위험을 이유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만큼 타투이스트의 안전 관리 역량을 기르는 데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린랩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녹색병원은 2020년 '타투이스트 감염관리'와 '타투 스튜디오를 위한 위생 가이드' 등을 발간하며 위생적인 타투 작업을 위한 지침을 세웠다.
가이드라인에는 손 위생과 소독·멸균 규정, 작업실 운영 기준, 혈액매개감염병 관리 방안 등이 담겼다.
도이는 "녹색병원은 임상혁 병원장님을 포함한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5∼6년째 조합원을 대상으로 무료 위생교육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의료계에서도 인정할 정도의 감염 관리 지침이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랩 내부에는 녹색병원 감염관리실이 보낸 화환이 눈에 띄었다.
이날 도이는 종이에 레터링 작업을 시연하는 과정에서도 멸균 장갑을 착용하며 절차를 지켰고 참가자들은 관련 내용을 받아 적으며 집중했다.
이소미 타투유니온 수석부지회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많은 후배 타투이스트가 등장할 것"이라며 "예술 노동자가 제도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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