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금지 약물 복용을 전면 허용하며 '약물 허용 올림픽', '도핑 올림픽' 닉네임을 일찌감치 갖게 된 스포츠 대회 '인핸스드 게임'에서 정작 약물을 쓰지 않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며 경쟁 선수들과 날선 설전을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프레드 커리(미국)는 2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핸스드 게임 육상 남자 100m에서 9초97로 결승선을 끊어 1위를 차지했다.
커리는 이번 대회에 약물 없이 출전한 4명의 '비강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대회 주최 측은 참가 선수들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받은 약물에 한해 자유롭게 경기력 향상 약물(PED)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복용 자체를 강제하지는 않았다.
커리는 이 규정을 활용해 약물 없이 경기에 나섰다.
대회 전부터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갖고 있는 남자 100m 세계기록 9초58 경신 가능성을 자신하며 기대를 모았던 커리는 결국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 환경에서 ‘비도핑’ 상태로 우승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결승선을 통과한 뒤 그는 다른 도핑 선수들에게 "그것보다는 잘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로 도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SF 게이트'에 따르면 커리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도핑 선수들에게 "훈련을 좀 더 열심히 하거나, 약을 좀 더 먹거나,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경쟁자들을 자극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다른 선수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같은 종목에 출전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마빈 브레이시-윌리엄스가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커리는 우리 모두가 여기 있는 이유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그가 특별히 대단한 기록을 낸 것도 아니지 않냐. 세계기록을 깨겠다고 광고해 놓고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수로서 커리를 정말 존중하지만, 그의 말은 용납할 수 없다. 다음에 만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커리는 처음에 이 신경전을 "그냥 친선 경쟁"이라고 일축하며 브레이시-윌리엄스와 친한 사이라고 했지만, 기자가 브레이시-윌리엄스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자 다시 강경한 태도로 노골적인 경쟁 의식을 드러냈다.
커리는 "나는 이 필드를 무시하러 온 것"이라며 "친구를 사귀러 온 게 아니다. 돈이 걸려 있다. 내 주머니에서 돈을 빼갈 사람은 없다. 나는 먹여 살려야 할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커리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약물 사용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는 "나는 그것이 필요 없다. 신이 나에게 빠른 발을 줬다. 나는 내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 왔다"며 약물 없이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약물이 당신을 유리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결국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커리는 현재 도핑 테스트 미응시로 인해 국제 대회 2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그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도핑 논란에 반박하며 "2028년 LA 올림픽에도 출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으며, 인핸스드 게임 참가 이유에 대해서는 약물이 아닌 계약 조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한계를 확장한다'는 명분 아래 기획된 인헨스드 게임에서는 수영 남자 자유형 50m에서 단 한 건의 비공식 세계기록만 나왔을 뿐, 나머지 종목에서는 기록 경신이 없었다.
오히려 커리 사례처럼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선수가 도핑 선수들을 이기는 결과도 발생하면서 대회의 근본 취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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