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SNS에서 스타벅스를 공개 질타한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사이렌 머그잔' 이벤트도 소환하며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라고 다시 한번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 23일 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현장에서 조롱성 행동을 했다는 보도를 공유하며 "조롱·혐오를 방치 및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징벌적 손해배상·과징금 등 필요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차원에서도 사실상 '스타벅스 불매'가 확산되고 있으며, 과거 스타벅스코리아에 수여했던 정부 표창 취소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스타벅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국민의힘은 오히려 스타벅스를 옹호하면서 지방선거 메인 이슈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한편, 경찰은 모욕 및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입건하는 등 관련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李 "4·16에 사이렌 이벤트, 패륜행위" "일베 등 사이트 폐쇄·징벌배상 공론화 필요"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을 공개 질타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에도 스타벅스를 향해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의 글을 인용한 뒤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인두겁을 쓰고서는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썼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2024년 4월 16일 '사이렌 클래식 머그'를 새로운 머그잔 시리즈로 출시한다고 홍보했다. 사이렌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어로, 스타벅스가 1971년 창립될 때부터 로고에 쓰였다.
문제는 이날은 세월호 참사 10주기였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신화에서 노래로 배를 난파시키는 사이렌(Siren)을 세월호 참사일 이벤트에 사용했다"며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추모일을 맞아 유가족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국민들이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조롱 코드를 감춘 암호 같은 이런 행사를 시작하며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국민들을 우롱하며 나름 즐겼을 것"이라며 "'일베 보관소'도 아니고 대기업 공식 행사라는데 더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건을 연결해 보면 이번 5·18 맞이 '탱크 데이' 행사로 광주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조롱하고 모욕한 것이 우발적 사건이라 보기 어렵다"며 "상습적으로 국가폭력과 참사 희생자들을 능멸하는 이 금수 같은 행태에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에 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모습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24일 SNS에 "조롱·혐오 표현의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 및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징벌적 손해배상·과징금 등 필요한 조치를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사이트 폐쇄, 과징금 등 조치의 공론화를 거론한 뒤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며 "여러분 의견은 어떠시냐"고 물었다.
정부 부처, 스타벅스 불매 확산…과거 총리표창 취소도 검토
이 대통령의 질타 이후 정부 부처 내에서는 '스타벅스 불매'가 확산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스타벅스코리아의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 행사 등에 스타벅스 상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도 같은 날 엑스에서 스타벅스코리아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5·18민주화운동 관련 허위사실 유포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보훈부는 이번 논란 이후 2∼3년간 자체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을 활용한 사례를 전수 파악한 뒤 당분간 이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역시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추진하던 격오지 부대 음료 지원 등 장병복지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최근 대검찰청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대검 예산으로 스타벅스 상품을 구입한 내역을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대검은 이 기간 스타벅스 제품을 구매한 내역이 없다는 점검 결과를 법무부에 통보했다.
보건복지부도 노인일자리 지원을 위해 스타벅스와 함께 진행했던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를 중단할 예정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5일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진행자가 이번 사태에 대한 농식품부의 대책을 묻자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런 기회에 우리 좋은 국내산 농작물·농산물로 만든 차들도 많이 드셔주시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엄중하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며 "같이 사는 공동체인데, 도를 넘은 조롱이나 비하 이런 것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거 스타벅스에 수여했던 정부 표창의 취소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 지역 특산물 활용 상생 음료 개발 지원 ▲ 수해 및 노후 소상공인 카페 시설 지원 ▲ 우리 농가 지원 활동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동반성장 단체 부문 유공 포상인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번 검토에서는 스타벅스가 제출한 공적 기록을 분석하고 해당 내용이 이번 논란과 연관성이 있는지 논의했으나, 취소 대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훈법에서는 ▲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형을 받았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할 때 훈장이나 포장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공무원노조도 '불매' 동참…대학생단체, 스타벅스 앞 규탄 회견
참여연대 "5·18 모욕 스타벅스, 국민 노후자금에 피해…국민연금이 책임 물어야"
스타벅스 불매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1일 '5·18민주화운동 폄훼 등 혐오마케팅 논란 스타벅스 불매 동참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배포하고 전체 지부에 스타벅스 이용 중단을 제안했다.
전공노는 공문에서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내놓은 '탱크 데이' 마케팅은 역사를 왜곡했다"며 "'책상에 탁'이란 문구를 통해 고(故) 박종철 열사 희생을 조롱하는 듯한 반민주적 혐오 조장 마케팅을 해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원 축하 선물로 스타벅스 기프티콘과 텀블러 등 제품을 구매해 지급하는 사례가 많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령으로 내걸고 있는 전공노는 이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며 스타벅스에 대한 불매를 제안하니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공노 교육청본부도 22일 전체 지부에 보낸 공문에서 스타벅스 불매를 선언했다.
본부는 "이번 사안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을 밝히며 향후 스타벅스 이용을 중단하고 노조 행사와 사업 과정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및 관련 제품 일체를 구입·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총연맹도 당분간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공노총은 지난 20일 사무처 회의에서 나온 제안을 받아들여 스타벅스 기프티콘 사용 '자제령'을 내렸다.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는 23일 스타벅스코리아 강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 주주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역사를 더럽히고 모독하는 자들을 확실히 응징해야 한다"며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기업 소유주가 극우 인식을 가지고 그것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던 과거의 행태들이 쌓여서 생긴 것"이라며 "정 회장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모기업 이마트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이마트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모욕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과 내부 통제 시스템의 실패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대책마련을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코리아 기업 내부의 역사 인식 부재와 총수일가 중심의 기업문화, 반복되는 리스크를 방지하지 못한 경영진과 이사회의 무능,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5% 이상 주식을 소유한 투자대상과 관련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의 요소를 고려해 수탁자 책임 활동을 이행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번 논란으로 5·18 특별법 위반과 모욕 혐의로 고발을 당했으며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시민들의 분노를 일선에서 마주해야 할 애꿎은 스타벅스 매장의 노동자들과 신세계 그룹과 계열사들의 기업가치, 리스크 관리 실패로 손실을 입은 국민의 노후자금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죄 없는 스타벅스 매장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더 이상 이사회와 총수의 책임감 부재로 인해 고통받지 않도록 국민연금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요구 등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을 이행해야 한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문제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이념 대결 양상…국힘 "지선용 인민재판" vs 민주 "일베식 정치 행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지방선거 국면을 맞아 이념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은 이 대통령을 겨냥해 "국가폭력", "지방선거용 인민재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24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이성을 상실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앞뒤 없이 지른다"며 "건수 하나 잡은 김에 개딸들 선동해서 판 뒤집어보려고 난리가 났다"고 썼다.
장 위원장은 25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도 여권의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정치적 의도가 담긴 선거용 공세로 규정하고 "지방선거용 인민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죽창가의 대상은 스타벅스"라며 "죽창가냐 스타벅스냐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요일 국민들께서는 '내 커피는 내가 고른다'는 자유 시민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자"며 "이번 선거는 '이재명 개딸'과 자유 시민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페이스북에 "민간의 불매운동과 언론·시민단체의 비판은 얼마든지 자유"라면서도 "공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 그리고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집권여당의 후보가 직접 나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막강한 권력이 휘두르는 주먹은 국민과 기업에게는 망치보다 세기 때문"이라면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캠프에 스타벅스 금지령을 내렸다고 들었다. 아주 신속하고 정확한 대통령 코드 맞추기"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SNS가 거대한 '국가폭력'이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마치 북한 독재정권의 인민재판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보는 듯하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총괄선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지금 대통령이 매일 바라보며 성찰하고 꾸짖어야 할 상대는, 스타벅스도 네타냐후도 일베도 아니다"라며 "거울 속의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스타벅스를 감싸는 국민의힘을 향해 "비정상"이라고 반박했다.
김현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5·18을 조롱하는 것이 자유인가. 민주주의의 피와 눈물을 선거판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보수인가"라며 "사실상 '일베당'임을 선언했다"고 맞받아쳤다.
김 대변인은 "5·18의 상처를 선거용 이벤트인 것처럼 조롱했고, '내 커피는 내가 고른다는 말'로 국가폭력의 기억을 비웃었다"며 "이것이 공당 대표가 할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광주에 가서는 참배하고, 선거판에서는 5·18을 조롱하는 이중 태도야말로 국민의힘의 본심"이라며 "스타벅스도 사과한 마당에 역사 앞에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국민의힘의 퇴행에 대해선 국민의 심판이 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여당은 분노도 불매도 강요한 바 없다"며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자는 당연한 상식을 정쟁과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국민의힘이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타벅스의 그릇되고 일그러진 마케팅에 대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도 자체가 (야권) 본인들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박해철 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장동혁 대표가 독재, 공포정치 운운하며 사실상 스타벅스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입버릇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정당이 민주주의를 조롱한 기업을 옹호하는 모습이 괴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의 부적절한 마케팅을 비판하고자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는 특정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공동체적 상식을 지키기 위한 도리"라고 했다.
경찰, 정용진 회장 피의자 입건
정용진, 26일 대국민 사과… 진상조사결과도 발표
현재 정용진 신세계그룹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모욕 및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시민단체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게 고발당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정 회장과 손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벅스가 어떤 경위로 이 프로모션 기획했으며 내부 문제 제기 등은 없었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오는 26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대국민 사과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정 회장은 논란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9일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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