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영업자 대상 실업급여 지급액이 205억2600만 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종로2가 대로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같은 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 명을 처음 넘어섰다. 두 수치가 동시에 역대 최고를 찍었다는 건,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업급여 지급액 10년 새 6배…매년 기록 경신
지난달 26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은 205억 2600만 원이다. 2016년 32억 5100만 원에서 10년 만에 6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 충격이 덮친 2020년 72억 1200만 원으로 급증했고, 2022년 123억 8300만 원으로 처음 100억 원을 넘겼다. 이후 2024년 188억 1800만 원, 지난해 205억 2600만 원으로 1년 만에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급자 수도 역대 최대다. 지난해 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자는 3820명으로, 2016년(1148명)의 3.3배를 넘어섰다. 2023년 3248명, 2024년 3490명, 2025년 3820명으로 매년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자영업자 실업급여는 사업체 규모 50인 미만, 비자발적 폐업, 고용보험 1년 이상 가입, 6개월 연속 매출 감소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일반 근로자의 구직급여와 유사하게 폐업 뒤 재취업·재창업을 준비하는 기간 최소한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실제 폐업의 충격은 수치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실제 폐업 규모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겼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개인·법인을 합쳐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 8282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전년(98만6487명)보다 2만 1795명 늘었다. 역설적인 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2년 폐업자 수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금과 대출로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팬데믹이 끝난 뒤 내수 침체와 고물가·고금리가 겹치자 2023년 한 해 만에 13.7% 급증하며 한꺼번에 무너졌다.
창업 자영업자 10곳 중 6곳은 5년 안에 폐업한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기준 5년 생존율은 40.2%에 불과하고, 3년 생존율도 52~53%로 매년 하락 중이다. 1년 안에 문을 닫는 곳도 22%에 달한다. PC방(65.8%), 통신판매업(67.7%), 화장품 가게(73.6%) 등은 1년 생존율이 특히 낮았다. 소비심리 위축, 고물가, 시장경쟁 심화, 가계부채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빚은 1068조, 연체율은 2배…부채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014년 372조 원에서 2025년 1분기 1068조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체율은 2020년 1분기 0.87%에서 2025년 1분기 1.88%로 올랐고, 비은행권 연체율은 3.92%로 은행권의 7배다.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24%에 달했다. 코로나 시기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로 연명하던 자영업자들이 지원이 끝나자 한꺼번에 연체 상태에 빠진 구조다.
자영업의 위기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현상이기도 하다.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자는 이제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이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서비스, 해외 직접구매 확산 등 급격한 소비행태 변화는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현재 자영업 위기는 경기 변동이 아니라 인구·소비·디지털 환경 변화가 누적된 구조적 전환기"라고 밝혔다. 국내 자영업자는 2007년 612만 명에서 2024년 575만 명으로 줄었다.
신규 창업이 몰리는 업종일수록 3년 생존율은 40~50%로 낮다. 음식업의 경우 코로나 시기 증가율이 3.6%였다가 이후 -0.8%로 전환했다. 정부 지원과 일시적 내수 반등으로 버텼던 창업이 시장 현실 앞에서 속속 무너지는 구조다.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제조업 평균의 40% 수준에 불과해 단순 지원보다 경영혁신과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구조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 구조 악화의 경고등'…지원이 아닌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전문가는 "자영업자 실업급여 급증을 단순 복지 확대가 아니라 내수 구조 악화의 경고등으로 봐야 한다"며 "폐업 이후 생계 지원을 넘어 재취업·업종 전환 프로그램까지 연계해야 한다"고 했다. 채무조정은 원금이나 이자 감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고, 채무상환 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에게는 채무 재조정과 동시에 폐업 지원, 사업 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으로 출구를 마련해주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재창업 지원, 경영 안정자금 확대 등 단기 지원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치는 지원이 쏟아지는 동안에도 폐업이 늘고, 실업급여 지급액이 매년 최고를 경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급처방이 반복되는 동안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100만 폐업이라는 숫자가 그 결과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