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음악' 너머 '사유하는 음악'으로… 200회 맞은 성남 마티네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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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음악' 너머 '사유하는 음악'으로… 200회 맞은 성남 마티네 콘서트

경기일보 2026-05-25 16:08: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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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 200회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지휘자 최수열, 홍석원이 디토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지난 21일 오전 11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살롱’이자 ‘축제의 장’이었다. 뜻깊은 시간을 함께 만들어 온 관객과 연주자, 그들을 편안하게 이어주는 진행자, 오랜 시간 무대 뒤를 지킨 기획자들이 함께 그동안 쌓인 예술적 경험과 삶을 나눈 특별한 무대. 성남아트센터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국내 마티네 공연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의 200회 공연이 열린 날이었다.

 

“단일 클래식 공연으로 200회를 맞이한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올해 마티네 콘서트 진행을 맡은 한석준 아나운서는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전문적인 진행으로 객석을 ‘봄이 흐르는 라인 강’으로 이끌었다. 1부에서 연주될 ‘모차르트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F장조 ‘로드론’’에 얽힌 이야기와 당시의 풍경을 그리듯 전하며 올해 마티네 콘서트의 주제인 ‘독일, 음악의 숲’으로 인도했다.

 

이어 무대엔 특별 손님들이 초대됐다. 지난해까지 4년간 진행자로 활약했던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2015년부터 5년간 진행한 최수열 지휘자, 최다 출연자로 이름을 올린 홍석원 지휘자다. 잠시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수열과 홍석원은 김태형의 리드에 맞춰 각각 피아노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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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 200회 공연에서 진행자 한석준 아나운서와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지휘자 최수열, 홍석원(사진 왼쪽부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다른 두 분과 달리 본업이 피아니스트라 잘 쳐봤자 본전이라 많이 떨렸다”는 김태형의 너스레와 달리, 디토오케스트라(지휘 정한결)와 협연한 모차르트의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전 악장은 세 연주자의 노련함과 재치, 위트가 어우러져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관객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도 열렸다. 객석의 끊이지 않는 박수에 세 연주자는 한 대의 피아노에 의자 두 개를 붙여 놓고 옹기종기 앉아 라흐마니노프의 ‘로망스’를 들려줬다. 이어 이들이 애장품을 들고 와 퀴즈를 맞힌 관객에게 선물을 전하는 이벤트는 평일 오전의 긴장감을 허물고, 이 무대가 지난 20년간 쌓아온 ‘편안함’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최수열 지휘자는 “200회가 되기까지 4분의 1 이상 출연했다. 초창기 이곳만의 콘셉트를 잡으려 노력했는데, 다른 곳들과 확실히 차별화 된 색깔이 있다. 초기 멤버였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저와 함께 일했던 기획자분이 아직 현장에 계셔서 더욱 반가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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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 200회 공연에서 앙코르 곡을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지휘자 최수열, 홍석원. 성남문화재단 제공

 

‘마티네(Matinee)’는 프랑스어로 ‘오전’ 또는 ‘낮’을 뜻한다. 주로 평일 오전 11시나 낮 시간대에 열리는 공연을 의미한다.

 

성남아트센터의 마티네 콘서트는 과감했다. 낮 시간대의 편안한 음악을 넘어 저녁 콘서트 이상의 진중한 선곡과 실험적인 시도로 독자적인 색깔을 구축한 결과 21년을 이어온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해설형, 친화형 클래식 프로그램을 통해 신규 관객에게 문을 넓히고, 장기 시리즈로 공연장과 관객 사이에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2020년까지 매년 한 명의 작곡가를 선정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심층 탐구한 시리즈는 특히 초기 마티네 콘서트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며 호평 받았다. 국내 오케스트라 중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2015년)를 시작으로 슈만·브람스 교향곡 전곡(2016~2017년)을 비롯해 바그너, 차이콥스키, 쇼스타코비치, 윤이상, 베토벤 등 현대적이고 사유가 필요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과감히 무대에 올렸다.

 

2021년부터는 국가별 음악 여정을 떠나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를 거쳐 올해 ‘독일, 음악의 숲’에 이르렀다. 대중적인 명곡에 안주하지 않고, 음악사적으로 중요하나 소외됐던 숨은 명곡까지 끌어올리며 깊이감을 선사하는데 주력한다.

 

이러한 깊이 있는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관객이다. 시즌을 거듭하며 쌓아온 충성도 높은 관객들의 신뢰, 또 음악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유연한 태도는 성남아트센터만의 독자적인 마티네 프로그램과 음악적 사유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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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 200회 공연을 마친 후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지휘자 홍석원, 최수열(사진 왼쪽부터)이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매년 마티네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은 ‘편한 음악’이 아닌 ‘사유하는 음악’을 찾는 아카데믹한 음악 애호가들”이라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꾸준히 관객 수가 증가하며 사랑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실제 평일 오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재관람 관객 비율은 평균 80% 이상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즌권 판매량은 전체 티켓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초기 4050 여성 중심이던 객석은 입소문을 타고 남성 및 젊은 층으로 확장됐는데 이는 지역 밀착형 콘텐츠를 넘어 수도권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2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져진 견고한 성남의 마티네가 앞으로 어떤 음악적 숲을 더 깊게 탐구해 나갈까. 그 여정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한편 성남아트센터는 ‘마티네 콘서트’ 외에도 평일 낮 시간대 관객을 위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 시리즈를 확대했다. 올해 신설된 ‘오후의 콘서트’는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오후 3시, ‘예술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콘셉트로 한 나라의 음악과 문화를 탐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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