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한 대응이 병원 현장과 이송 시스템 양쪽에서 추진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전국 최초로 중증응급병원이 문을 열었고, 충남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방과 병원을 동시에 연결하는 아이디어가 정책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응급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는 병원 내 전문 진료 체계와 병원 밖 이송·연계 시스템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최초의 중증응급병원이 인천에 개원했다. 이 병원은 중증 응급환자를 담당할 전문의를 야간에도 배치해 응급환자가 초기에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응급 상황 가능성이 큰 진료과의 전문의가 상시 대응하고, 응급병동에서 하루에서 사흘 정도 환자를 관찰한 뒤 필요한 배후 진료과로 전원하는 방식이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응급병동에 하루에서 3일 정도 입원한 다음 그 이후에 배후 진료과로 전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아 돌아다니는 경우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응급병동을 개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증응급병원 모델을 응급의료체계 개선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기존 응급센터의 인력과 장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각 센터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 초기 진료부터 배후 전과까지 연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응급의료기금으로 응급의료기관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활동에 대해서는 지원액을 확대한다든지 지원 단가를 인상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인천에서의 운영 성과를 검토한 뒤 중증응급병원 확대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병원 수용 체계를 개선하는 것과 함께 이송 단계의 병원 섭외 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충남도는 올해 혁신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부여소방서 소방관들이 제안한 ‘응급실 뺑뺑이 원천 차단! 소방·병원 간 AI 동시 발신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최우수 아이디어로 선정했다.
이 아이디어는 구급대원이 병원에 차례대로 전화해 응급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 기반으로 여러 병원에 동시에 연락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충남도는 이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병원 섭외 시간이 기존 최대 90분에서 1분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응급환자 이송 지연을 줄이고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응급의료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실시한 ‘2025년 대국민 응급의료서비스 인지도·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 신뢰율은 54.3%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전원 지연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응급의료 개선의 핵심은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빠르게 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이 환자를 수용한 뒤 초기 처치와 전문 진료, 배후 진료과 전원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중증응급병원은 병원 안의 진료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이고, AI 동시 발신 시스템은 병원 밖 이송 연결망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두 접근이 맞물려야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는 실질적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중증응급병원이 확대되려면 야간·휴일 전문의 배치에 필요한 인력과 보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AI 기반 병원 연결 시스템 역시 실제 병상 정보, 전문의 가용 여부, 중증도 분류 체계가 실시간으로 연동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 단순히 연락 시간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병원이 실제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응급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 뺑뺑이는 병상 부족, 전문의 부재, 병원 간 정보 단절이 한꺼번에 얽힌 문제”라며 “중증응급병원과 AI 연결 시스템은 각각 병원 안팎의 병목을 줄이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재정 지원과 현장 인력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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