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을 기다린 철학의 숲… 사유가 꽃피는 '이 정원' 오는 6월 전면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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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을 기다린 철학의 숲… 사유가 꽃피는 '이 정원' 오는 6월 전면 개장

위키푸디 2026-05-25 12: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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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메덩골정원의 한국정원.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양평 메덩골정원의 한국정원.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늦봄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5월, 경기 양평의 한 골짜기에 세간의 눈길을 끄는 장소가 있다. 입장료가 5만 원에 달하지만 이미 예약이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메덩골정원'이다. 메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옛 골짜기라는 순우리말 이름처럼, 이곳은 배고픈 흉년 시절 민초들이 꽃을 따 먹으며 허기를 달래던 역사를 품은 아늑한 터전이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조용히 사색에 잠기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지난 2012년 첫걸음을 뗀 이후 무려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공을 들여 가꾼 거대한 공간이다. 오는 6월 현대정원 개장을 앞두고 마침내 온전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며 관람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14년의 긴 여정, 세계적 거장들이 빚어낸 사유의 숲

한국정원의 용반연.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한국정원의 용반연.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메덩골정원은 약 6만 평에 달하는 넓은 대지 위에 독일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심어둔 새로운 형태의 인문학 정원이다. 이곳은 예전 조상들이 가꾸던 정원 양식을 현대에 걸맞게 복원한 '한국정원'과 서구의 철학적 사유를 조형물로 형상화한 '현대정원' 두 가지 중심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제강점기와 급격한 개발 속에서 명맥이 끊겼던 우리나라 고유의 정원 형식을 100여 년 만에 되살려내어 민초들의 고단한 삶과 선비들의 풍류, 한국인의 정신을 정원의 언어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프랑스 조경가와의 오랜 협업을 기리며 '레 자르댕 드 메덩골(Les Jardins de Médongaule)'이라는 유럽식 이름도 함께 붙였다.

메덩골정원 제작자 명단.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메덩골정원 제작자 명단.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국내외 최고의 명장들이 뜻을 모았다. 한국 조경의 대가 이재연과 돌 명인 이시희, 그리고 저명한 건축가 승효상이 한국정원의 뼈대를 세웠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춤을 추는 듯한 웅장한 안내소(비지터 센터)가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이는 미국 MIT 교수인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이 이끄는 스페인의 유명 디자인 팀의 작품이다. 여기에 프랑스 세리쿠르 정원의 주인인 기욤 고스 드 고르와 영국 왕립원예협회 출신의 정원 전문가 사바티노 우르조가 식물 심기 작업을 맡아 자연의 울창함을 한층 끌어올렸다.

철학자의 문장과 대한민국의 역사가 발길마다 펼쳐지는 곳

양평 메덩골정원의 현대정원.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양평 메덩골정원의 현대정원.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정원의 메인 구역인 '생각의 섬'은 책장 속 철학과 문학을 현실 공간으로 끄집어낸 무대다. 플라톤의 사상을 100개의 반짝이는 기둥 미로로 표현한 '이데아' 구역은 들어서는 순간 사방의 빛이 반사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랏빛 등나무와 사면의 거울이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내며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붓다의 깨달음', 좁은 통로를 지나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마주하게 되는 '니체의 미로'가 차례로 이어진다.

이 밖에도 그리스인 조르바, 어린 왕자, 철학자 레비나스 등 인간 존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인문학적 테마 정원들이 발걸음마다 깊은 감동을 전한다.

서양 철학의 경계를 넘어서면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다섯 가지 풍경으로 담아낸 '대한민국 이야기' 구역이 나타난다. 갓 모양의 쉼터와 소나무 아래서 은은한 대금 소리가 흐르는 '선비의 나라'를 지나면, 무너진 콘크리트와 죽은 나무를 그대로 배치해 전쟁의 아픔을 보여주는 '고난의 시대'와 '피난길'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우리 민족이 가진 배움에 대한 높은 열망과 불굴의 정신,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의 번영에 이르는 발자취를 묵직하게 그려냈다.

정원의 가장 높은 지대에는 조형미가 돋보이는 레스토랑 겸 전망대 '위버하우스'가 우뚝 서 있다. 이곳에서는 요리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이동희 셰프가 정원에서 직접 기른 청정 식재료로 조리한 건강한 음식을 대접한다.

사전 예약 필수, 도슨트 해설로 깊이를 더하는 관람

양평 메덩골정원의 한국정원 전경.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양평 메덩골정원의 한국정원 전경. / 출처 양평메덩골정원 공식 홈페이지

메덩골정원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하며,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4시 반에 마감된다. 정원의 고요함과 관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예약은 매월 1일 오후 5시에 다음 달 예매 창이 열리는데, 워낙 소문이 자자해 순식간에 매진된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표는 최대 5장으로 제한된다.

입장료는 어른 5만 원,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4만 원, 중고등학생은 2만 5000원이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올 경우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요금이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원에 숨겨진 복잡한 철학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도슨트의 안내가 하루 세 번 무료로 제공되므로 돈이 아깝지 않다는 평이다. 해외 방문객을 위한 영어와 일본어 안내 서비스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출발하면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주차장은 차량 271대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경의중앙선 용문역이나 무궁화호 기차가 서는 양동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편리하다. 다만 쾌적한 숲속 환경을 지키고 다른 관람객들을 배려하기 위해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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